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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Sep 17. 2015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

현대사회에 있어 디자인의 가치와 역할은 점점 중요시되고 있다. 물론 상업적으로 ‘멋진’ 디자인도 좋지만 디자이너의 ‘철학과 책임감’이 온전히 담긴 디자인이 조금은 더 가치 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의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에 건강한 가치를 담는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2014년 6월 23일)




일상의실천 소개

일상의실천은 대학 동기인 권준호, 김경철, 김어진이 함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각자 다른 곳에서 활동했지만 워낙 친한 친구고, 디자인의 목적에 대한 고민이 많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싶다는 점 등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 자연스럽게 모이게 됐습니다. 그리고 모두 술도 좋아하구요.(웃음) 


멤버 소개

경철 : 가장 중요한 역할인 회계를 맡고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주로 웹, 영상 작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진 : 술자리를 담당하고 인쇄물 작업을 주로 합니다. 사실 디자인 툴에 약해서 인쇄물 기반의 작업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저희가 대학교 때 타이포그라피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이라 그쪽에 관심이 많은데 준호는 조금 더 물성에 집중하여 연구한다면 저는 조판을 만들거나 타이포그라피 작업 자체의 완성도에 집착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준호 : 음..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뉜 것 같긴 한데 제 얘길 하려니 어렵네요. 저는 그냥 얕고 넓게 맡고 있다고 말씀 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 왼쪽부터 김경철, 김어진, 권준호


어떻게 모인 팀인가

어진 : 저와 경철이는 서로 다른 회사에서 일하면서 본질은 숨기고 겉만 꾸미기에 바쁜 작업들에 염증이 나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 둘의 힘으로 더 의미 있는 일을 진행해보고자 퇴사 후 ‘핸드프린트’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어 다양한 시민 단체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생각해보니 핸드프린트는 일상의실천의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있겠네요.


준호 : 꽤 오래 전부터 저희 모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여러 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디자이너로서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왔어요. 두 친구가 먼저 스튜디오를 시작했고 제가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함께 뭉치게 됐죠. 저는 제 작업 자체가 발언이 되길 바랬고, 어진이와 경철이가 하고 있던 활동은 다른 사람들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일이었기 때문에 셋이 함께하며 얻게 된 시너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핸드프린트 시절에 작업한 녹색연합 소식지 '녹색희망'

* 권준호의 타이포그라피 설치작업 'Life:탈북 여성의 삶'. 2011년 크리에이티브 리뷰 올해의 작업에 선정되었다. 해당 작업은 https://vimeo.com/25717077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로 어떤 작업을 하나

인쇄물을 기반으로 작업하지만 매체에 제한을 두지는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굉장히 넓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데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을 몇 가지로만 국한시키는 건 편협한 생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작업은 결과물이 사진으로 나올 수도, 새로운 무언가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최근에 작업한 ‘녹색연합 활동보고서’를 예로 들면 결과물은 인쇄물이지만 표지를 만드는 과정이 조금 색달라요. 편집작업만큼 표지에서 보여질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녹색 연합이 말하는 ‘환경’을 이전처럼 진부하게 표현하지 않기 위해 밀양 송전탑 이슈 등과 연결시켜 직접 구조물을 만들고 풍경을 색종이로 단순화하는 작업을 했어요.


<2013 녹색연합 활동보고서>

저희가 만드는 달력 ‘일상의 역사’도 비슷한 작업이에요. 결과는 인쇄물이 포함되어 있지만 단순한 달력이 아닌, 존재감 있는 달력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자라면서 항상 봐오는 달력에는 국경일만 표기돼 있는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날짜가 그것 밖에 없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억해야 할 우리 일상 속의 역사적 기념일들을 표기했어요. 이외에도 표현 방법은 엄청나게 다양하기 때문에 저희처럼 무엇이라 규정지을 수 없는 작업 방식들도 좋은 시도라 생각합니다. 


- 일상의 역사. 사진작가 노순택과의 협업 작업으로 하단의 사진 부분을 엽서로 활용할 수 있다.


비영리 혹은 시민 단체와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준호 : 저는 대학교 때부터 학교 내부의, 그리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선배가 후배를 괴롭히는 집합 문화도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교수를 포함한 학교 전체적인 구조의 문제라 생각했어요. 이런 문제들을 공론화 시키고 싶어 졸전 도록에는 학교의 문제를 다루는 인터뷰를 수록했고, 졸업작품에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잡아 작업했었죠. 이전에 이런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업들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때론 너무 어두워서 주제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비판의식을 담으면서도 디자인 자체의 완성도에도 많은 신경을 썼던 기억이나요. 지금도 그 당시의 태도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학교 다닐 땐 저희 셋이 지금처럼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공유하거나, 서로의 생각에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저는 유학 중에 계속해서 이런 고민들과 작업을 이어갔고, 어진이와 경철이는 조금 더 현장에서 활동하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기 때문에 이렇게 한 곳에 모이게 됐어요.


경철 : 타이포그래피 동아리인데 준호 형은 자꾸 후배들에게 디자인보다도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니까 제가 뭐라고 하기도 했었어요(웃음). 그런데 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들을 접하게 되었고, 관심이 점점 많아졌어요. 그러다 지금처럼 활동하게 된 것은 예전에 다니던 브랜드 에이전시에서의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당시에는 작업을 의뢰하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로고를 만들어 주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포장해주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회의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진 : 광화문에서 열리는 집회에 자주 나갔던 2008년 즈음에 명박산성이라 불리는 그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 났어요.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더라구요.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에 일단 시민단체 분들을 무작정 찾아 다녔어요. 디자이너가 아니라 한 명의 시민으로 그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만나 뵌 시민 단체 분들께서 반가운 마음에 제게 간행물 등을 주셨는데 이게 정말 읽기 힘들 정도로 가독성이 너무 떨어지더라구요. 그걸 보고 돌아오는 길에 디자이너로서 이런 부분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경철이와 함께 회사를 나와 핸드프린트를 만들게 됐습니다.


- 권준호의 졸업전시 도록(上), 졸업작품 '찢어진 깃폭'(下)


- 핸드프린트 시절에 작업한 2012년 녹색당 선거공보


어떤 단체와의 작업이 가장 좋았나

컨텐츠에 담기는 내용은 변한 것이 없지만 저희가 작업함으로써 더 읽기 편해지고, 의미를 전달하기 용이해지니 단체 분들도 점점 저희를 더 믿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약 3 년 정도의 시간 동안 여러 단체와 작업하면서 얻게 된 고무적인 부분은 기획 단계부터 저희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거에요. 그렇게 신뢰를 쌓는 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지만 특히 녹색연합과 월드비전 그리고 가장 최근에 함께한 환경정의 분들은 저희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즐겁게 작업할 수 있어 좋습니다.


- 2013 월드비전 사업 재무 보고서
- 환경정의와 함께 작업한 '우리가 미세먼지에 대처할 시간, PM10'


비영리 혹은 시민단체와 작업하면서 느낀 좋은 점과 아쉬운 점

어진 : 생각보다 좋은 점은 별로 없긴 한데(웃음).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를 디자인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죠. 배우는 부분도 많고 저희가 더 견고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 신뢰가 쌓이면 디자이너와 활동가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분노하고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연대의식이 생기기 때문에 물질적으로 좋은 점 보다는 오히려 저희가 의식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준호 : 저는 아쉬운 부분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재능기부라는 예쁜 이름 뒤에 숨은, 일종의 ‘재능착취’를 당연하게 요구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요. 가치에 동의하는 연대의 마음으로 저희도 기분 좋게 좋은 작업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단체인데도 불구하고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한번도 돈 주고 맡겨 본 적이 없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경우도 봤어요. 저희가 스튜디오 운영의 목적을 수익창출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지속 가능한 수준의 보상조차 받지 못한 다면 결국 그들과 저희 모두에게 독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희가 동의하는 가치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금액을 매우 낮춰드리고 일을 진행하면 어쨌든 그분들도 돈을 지불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가 형성 되기도 해요. 저희는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재능기부’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에게는 돈을 주고 일을 맡기는 ‘하청 업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특히 규모가 큰 단체는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관료주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디자인 결정에 있어서도 불협화음이 생기는 경우도 많구요. 그렇기 때문에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이에요.



어진 : 좋은 일을 한다는 취지는 물론 좋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이 정말 폭력적이라 생각해요. 저희가 좋은 점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잘못된 부분들도 이야기하는 이유는, 정말 예쁜 마음으로 그런 일을 맡았다가 상처 받고 결국 지쳐 나가떨어질 수도 있는 힘없는 대학생 친구들을 위해서에요. 재능기부라는 말에 현혹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경철 : 제가 느낀 가장 힘든 점은 조금 더 작업적인 부분에 있어요.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지만 잘 디자인 된 작업물을 별로 접해보지 못하신 분들과 일하는 경우도 있어서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설득해 가는 과정이 정말 힘들어요. 애초에 철옹성을 쌓고 저희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는 분들도 있구요. 이런 문제들이 모두 아직 신뢰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인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

준호 : 개인적으로 저희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작업은 ‘손잡고’ 작업이었어요. 거대 기업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남발한 문제인데 저희 눈에 이 사건은 너무나 비정상적인, 한국 사회의 가장 미친 부분 중 하나로 보였어요.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문제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너무 없었다는 거에요. 이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손잡고’라는 기구가 출범했고, 저희가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어요. ‘손잡고’가 출범하는 자리에 많은 시민 단체의 저명한 원로 분들과 방송사들도 모였고 디자인을 맡은 저희도 함께했죠. 그런데 그분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참 뿌듯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디자인계가 이렇게까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나 싶어 씁쓸했어요. 디자인계 원로, 교수 분들도 이런 문제에 충분히 공감하고, 작업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경철 : 저는 ‘고래밤’ 이 기억나네요. 그때까지 한 작업 중에 가장 반응이 좋기도 했고 정말 힘들게 만들었거든요. 아이들을 위한 후원 행사로 풍선으로 고래를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그 날 정말 추웠어요. 2013년 가장 추운 날이라 한 명이 10분 촬영하고 한 명은 그 동안 손 녹이면서 고생했는데 그만큼 작업이 잘나와서 좋았습니다.


어진 : 내부 작업으로는 최근에 진행한 강정 프로젝트를 꼽고 싶습니다. 강정 프로젝트는 지난 2011년 가장 크게 다뤄졌던 국내 이슈였어요. 당시에는 많은 활동가와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주목했었죠. 그런데 3 년이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이 그 사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어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약 일주일 동안제주도에서 주민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우리 주변에는 또 다른 강정이 산재하고 있어요. 그런 사건들이 우리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 출범식. (관련기사보기)

- '고래가 그랬어' 후원의 밤 '2014 고래밤' 홍보영상 (https://vimeo.com/84195767)


- '끝나지 않은, 강정' 프로젝트


마음의 '채무'를 디자인으로 갚고 있다고 했다. 무슨 뜻인가

어진 : 항상 제 자신을 비겁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위에 동참하지만 회사에 돌아가서는 내키지도 않는 국책 사업의 디자인을 하고 있고, 술자리에서 울분을 토하지만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비겁함에서 오는 죄의식이 커졌고 그것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현재가 아무리 어둡다 해도, 이렇게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만들어 준 세대가 우리는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앞선 세대에 대한 채무감을 갖고 조금이나마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의 역할, 그 이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철 : 집회에 나가 주위를 둘러보면 나는 그저 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디자인 작업으로 목소리를 내면 그래도 내가 조금 더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껴요. 물론 현장에 나가는 행동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지만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 운동에 조금 더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일을 지속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준호 : 단순히 의뢰 받아 작업하는 것도 영향력이 클 수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작업한 디자인은 그보다 더 큰 힘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문제는 디자인의 영향력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거에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큰 문제가 드러나도 사람들은 그 기업을 욕하지 그 기업의 브랜딩을 진행한 디자이너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잖아요. 정말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담아 작업하는 디자이너라면 애초에 그 작업을 맡지도 않았을 것이고 만약 맡아서 작업했다면 큰 죄책감을 느낄 것인데 사실 한국 사회에 그 정도로 자신의 작업에 책임감을 느끼는 디자이너는 몇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무책임한 태도가 결국 디자이너를 주어진 일을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하청업체’ 정도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결국 디자이너 스스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더 많은 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선거에 꼭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좀 더 나아질 거에요. 세상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바꾸는 만큼 바뀐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리고 ‘노동자’라는 개념에 대한 교육이 어릴 때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란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듣는 어색한 단어이기 때문에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왜곡된 면이 많아요. 지금의 인식대로라면 교사, 공무원, 경찰 등은 노동자가 아니고, 비정규직은 노조 활동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으니 그 프레임 안에서는 결국 정규직이면서 생산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노동자라 할 수 있겠네요. 이건 정말 잘못된 것 같아요. 어느 회사의 대리이든 팀장이든 혹은 기자든 프리랜서 디자이너든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이든 우리 모두는 노동자라는 인식을 갖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노동자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여러 사회문제가 절대 나와 관계 없는 일이 아니라는걸 알게 될 것이고, 정치인들의 어떤 정책이 본인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더 쉽게 알 수 있을 거에요.


자체 프로젝트는 무엇이 있나

어진 : 클라이언트 작업 이외의 것은 모두 자체 프로젝트라 보시면 됩니다. 작년에 진행한 ‘나랑 상관 없잖아’가 일상의실천 이름으로 진행한 첫 자체 프로젝트였어요. 그리고 ‘일상의 물건’은 사석에서 이야기 나누다가 달력을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해서 저희 작업물들, 그리고 세상에 도움이 될만한 컨텐츠들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끝나지 않은, 강정’ 프로젝트는 우연한 기회에 활동가 분을 사석에서 만나 심각성을 알게 되어 일주일 가량 강정에 머물며 주민 분들을 인터뷰하며 작업했어요. 저희는 이렇게 무언가를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하여 만들었다기 보다는 즉흥적으로 시도하는 편입니다. 무한도전이 그러하듯 저희도 무심코 뱉은 말도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경철 : ‘일상의 물건’이 조금 이슈화 되면서 저희 스스로 한계를 느끼기도 했어요. 디자인 스튜디오와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 약간 벅차더라구요. 나중에 더 잘되면 담당자가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은 너무 잘 팔려도 인력 소모가 심해서 큰일이에요(웃음). (일상의 물건 바로가기)


준호 :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해요. 그 중 하나가 ‘난센여권’입니다.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업으로 곧 한남동 테이크아웃 드로잉에서 전시를 진행를 진행했습니다.


- 2013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여름 정기회원전에 참여한 일상의실천 첫 자체프로젝트 '나랑 상관 없잖아'
- '난센여권'프로젝트 전시


일상의실천이 기획한 디자인 세미나 '집합'은 무엇인가

‘집합’은 저희가 자체적으로 기획하여 모교에서 진행하는  세미나입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조금 더 열려있는 마음으로 다가가 다양한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작년 5월에 1회를 진행했고 올해는 9월에 두 번째 집합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앞서 언급한, 선배가 후배들을 기합을 주고 때론 구타를 하기도 했던 집합이란 악습이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아직도 이어지고 있더라구요. 자기들 작업도 엉망진창이면서 왜 그렇게 후배들을 힘들게 하는지.. 그렇게 모교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일들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어요.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해야 하는 건 디자인에 대한 논의지 선후배간의 복종문화는 아니잖아요. 후배가 선배들과 작업에 대해 대화하는 것에 움츠러들지 않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일단 올해까지는 저희 학교 출신의 디자이너 분들과 함께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만약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른 디자이너 분들도 모시고 함께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일상의실천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디자인 세미나 '집합'


일상의실천은 왠지 학구적인 느낌도 들고 항상 고민과 토론을 할 것 같다. 평소 팀 분위기는 어떤가

저희와 친한 다른 스튜디오 사람들처럼 엄청나게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에요. 당연히 저희끼리 웃고 떠들기는 하지만 그 안에 사회 문제에 대한 풍자와 조소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모두가 그럴 수는 없겠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저희처럼 비판적인 태도로 살면 좋겠어요(웃음). 같이 술도 자주 마시고 작업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 많이 나누는데 외부에서 보기는 조금 무거워 보일 것 같긴 해요. 왜냐하면 저희가 디자인 이외에는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취미가 없거든요. 그래도 셋이 생각하는 바가 비슷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아참 종종 다같이 노래방도 다녀요(웃음).



일상의실천에게 일상의실천이란

어진 : 제게 일상의실천은 정말 일상인 것 같아요. 엊그제 준호가 새로 맡은 작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악몽을 꿨다고 했는데 그 얘기가 참 반갑더라구요(웃음). 우린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작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중압감을 작업 시간 이외의 일상에서도 느끼는 거라 생각해요. 개인적인 목표로는 나중에 제 아이에게 아빠로서 부끄럽지 않은 스튜디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준호 :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부터 느끼기에 보통 서른 후반에서 마흔으로 넘어가는 즈음이 ‘꼰대’가 되는 시점인 것 같아요. 그때부터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그 이전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저도 머지 않아 그 나이가 되겠지만 일상의실천은 제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긴장의 끈을 유지하게 해주는 존재인 것 같아요. 단순히 작업에 대한 긴장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의 사회적인 의미를 끊임없이, 자연스럽게 상기시켜주니까요. 아마 혼자였으면 못했을 거에요.


경철 : 일단 단순히 시간만 따져도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곳이 일상의실천이고, 제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곳이에요. 함께 일하는 친구들 덕분에 사회적인 의식을 지켜갈 수 있고 지켜보는 저 눈들 때문에 작업도 더 집중해서 할 수 있으니 일상의실천은 제 삶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생각보다 현실은 참 냉혹합니다. 취업을 추천하기도 좀 그렇고 창업을 추천하기엔 무책임한 것 같아요. 만약 정말 스튜디오 창업을 하고 싶다면 ‘왜’ 하고 싶은지 깊이 고민하길 바랍니다. 무언가 자신만의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트렌드를 따르는 멋지고 예쁜 작업을 하고 싶어서 창업에 도전하면 금방 한계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저희를 포함해서 디자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범주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그룹들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요. 하나의 방향에 국한돼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 보다는, 자신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너무나 자주 마주치는 고난 때문에 쉽게 포기한다면, 차라리 좀 더 빨리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상의실천
http://everyday-practice.com
http://www.facebook.com/ilsanguisilcheon


원문 보기 : 노트폴리오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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