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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Sep 22. 2015

그림움을 담은 캐릭터, 버라이어티숨

며칠 전, 할머니 댁에 방문했을 때 엄마가 말했다. “엄마 어릴 적에 할머니가 키우던 강아지를 팔 때 마다 얼마나 슬펐는지… 우리 집에 오는 강아지들은 곧장 팔려갈 걸 알면서도 자꾸 정이 들었어. 그래서 장에다 판 날이면 하루 종일 울었지.” 문득 내 유년시절 추억 속 깊이 자리한 ‘뽀삐’가 떠올랐다. 너무 어릴 때라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뽀삐는 내가 비누방울을 불 때마다 폴짝폴짝 뛰어 올랐다. 그리고 어느 새인가 사라졌다. 몇 날 며칠 뽀삐를 기다렸지만, 뽀삐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내가 겪는 ‘첫’ 상실이었다.


* 진행 : 노트폴리오 매거진 김해인

* 포토 : 김상준 작가



- 왼쪽부터 해피, 코코, 숨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캐릭터 ‘버라이어티 숨’을 그리는 박수미입니다. 


버라이어티숨의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버라이어티숨과 해피, 코코는 내 유년 시절의 추억을 기반으로 탄생한 캐릭터다. 버숨은 어릴 적부터 항상 단발머리를 고수했던 내 모습이고 해피와 코코는 엄마가 어릴 적에 데려와 키우던 강아지, 그리고 아빠가 직접 만들어주신 토끼 인형이다. 슬프게도 지금은 모두 내 곁을 떠나고 없다.


캐릭터 숨이 본인을 그린 거라면 숨의 성격과 원래 성격이 비슷할 것 같다.

예전에는 차이가 없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있다. 캐릭터 숨은 유년시절에 우울하고 슬픈 일 하나 없는 밝디 밝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고, 현재의 나는 성인이기에 예전과 달리 힘든 감정을 느끼고 분출하기도 한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캐릭터 숨이 내 현재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찡그린 숨을 그리면 나도 찡그리게 되고, 웃고 있는 숨을 그리면 나도 웃게 되더라.


- 숨은 어린시절 곁을 떠난 해피 대신 샴 고양이 '단풍이'와 동거중이다.


캐릭터 이름이 ‘버라이어티숨’인 이유가 있나.

버라이어티숨은 싸이월드 스킨을 시초로 하는데, 본격적으로 스킨 작가로 활동하면서 캐릭터 이름을 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막연히 고민만 하다가 문득, 내 스스로가 엄청 발랄한 아이라는 생각에 ‘버라이어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마침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예능 프로도 ‘버라이어티 쇼’라 불렸는데 버라이어티가 발랄하고 다양함을 뜻하는 단어라 이거다 싶더라.


대학 때 영상을 전공했다면서 어떻게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했나?

정확히 영상 디자인을 전공했고, 시각 디자인을 배우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가 영상 디자인과 전혀 관계 없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한 건 싸이월드 스킨작가로 활동하면서부터다. 원래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해서 ‘캐릭터 작가가 될 거야!’라는 목적 의식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자연스럽게 흘러 흘러 캐릭터 작가가 됐다고 해야 할까? (깔깔) 일 적으로 한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내 일이 돼 있더라.



버라이어티숨을 처음 접했을 때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 같았다.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 편이다. 아무래도 싸이월드가 한창 붐인 시기에 스킨 작가로 활동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버숨을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적어도 5~6년은 꾸준히 했으니까.


- Line버라이어티숨 스티커 ver.2
- Line 버라이어티숨 스티커 여름방학 특별편


네이버 라인에서는 버라이어티숨이 ‘체리코코’라고 불리더라. 두 캐릭터에 차이가 있나?

두 개 모두 같은 캐릭터다. 네이버 라인(LINE) 초창기에 버라이어티 숨 스티커를 일본에서 활성화 시키려는데, ‘버라이어티숨’이란 이름이 너무 길더라. 그래서 가타카나로 짧고 귀여운 이름이 필요했다. 뭐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때마침 일본에서 버숨 다이어리를 출시했는데, 다이어리 이름이 ‘체리코코’였다. 생각해보니 ‘체리코코’가 어감도 짧고 쉬워서 버숨 대신 체리코코가 됐다.


- 체리코코 다이어리


버라이어티숨으로 자리 잡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런 질문에 답하기가 너무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걸 해야겠다!”는 어떤 목적 의식을 갖고 일을 시작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어떤 특별한 계기보다 ‘꾸준히’가 더 맞는 말이다. 워낙 어릴 적부터 쓱쓱 그렸던 거라… 굳이 계기를 꼽자면 싸이월드 공모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는 데는 시기를 잘 탔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라인이나 싸이월드 처럼 ‘IT산업’과 ‘디자인 문화’가 결합되어 부흥하는 시기에 적절히 흐름을 잘 탔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버라이어티숨만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쉬워서다. 그림체도 쉽고 그냥 그림을 봤을 때 엄청난 기술을 들이지 않았구나,하고 편히 볼 수 있다는 게 매력 같다. 그리고 약간의 어두움? 종종 마냥 행복해 보이는 버숨에게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고 한다. 오래 보면 볼수록 ‘어두운 면’이 보인다고 하는데 그게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숨이 어둡다고?

생각해보면 버라이어티숨이 담고 있는 스토리텔링 자체가 어둡지 않나. 사실, 코코랑 해피도 보고 싶은데 볼 수 없어서 그린 캐릭터니까… 죽어서 이 세상에 없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어린 시절에 무언가를 키워보고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 그래서 더 공감하는 것 같다.


- 키가 커버린 숨


색채 표현이랄까, 색감이 따듯하다. 마치 동화 같은 느낌이다. 색 선정은 어떻게 하고, 색 사용에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신기하다. 초창기에는 색 조합이 이상하단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깔깔) 사실 버숨에 사용하는 색은 포토샵에 있는 기본적인 색들이다. 거기에 약간의 파스텔 톤을 추가했다. 어쩌면 버숨을 익숙하다고 느끼는 요소도 이런 기본 색의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



버라이어티숨 그림에는 아기자기한, 일상적인 소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집.

사실 나는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다. 그래서 주변에 소품을 많이 보고 따라 그리는 편이다. 어쩌면 이 집에 사는 이유도 ‘많이 그리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집을 채우는 요소들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 어떤 특정 시기에 즐겨 듣던 노래를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들으면 당시의 감정과 장면이 되살아난다. 타임머신 같은 이 순간을, 버라이어티숨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별이나 하늘, 우주도 좋아하나 보다.

이건 좀 간질간질한 이야기인데… 해피(작가가 유년시절에 키우던 강아지 이름)가 죽고 나서 어린 나이에 참 많이 괴로웠다. 동물 병원에 찾아가서 울고불고 떼를 쓰고 벽에 해피로 낙서를 한다거나 편지를 쓰곤 했었다. 그런 나를 보던 엄마가 해준 말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봄직한 말, “네가 길을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 봤을 때 첫 번째로 눈에 띄는 별이 해피야.” 물론 그 말이 다 뻥이라는 건 초딩이어도 알고 있었다. (깔깔) 그런데도 초딩의 마음에선 그저 믿고 싶더라, 그 말을.


- 버숨은 ‘단풍이’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아이와 반려동물을 함께 키우는 부모 중에는 그 목적이 어릴 적부터 아이에게 ‘죽음’의 의미와 소중한 것을 잃는 경험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딱히 그런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해피 이전에도 키웠던 반려동물이 죽은 적이 많다. 그런걸 보면 해피의 죽음이 어린 나에게 유독 특별했던 것 같다.


버라이어티숨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궁금하다.

미피와 스누피. 미피는 너무 좋아해서 네덜란드 박물관에 직접 다녀오기까지 했다. 어릴 적에는 미피가 너무 좋아서 미피 가방, 미피 인형, 미피 옷을 입고 다녔다. 정말 어마 무지하게 좋아했다.





그러고 보니 코코랑 미피랑 닮았다.

맞다. 그런데 닮았다는 말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듣기 좋다.



- 본 인터뷰는 외부 포토 김상준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그럼 작가 박수미에게 영감을 주는 작가는?

작가라 칭하기에 애매모호하지만 비비천사 서윤희 씨다. 세이클럽 아이콘을 만드시는 분인데 픽셀 작업과 일러스트를 주로 하신다. 중학생 시절에 그 분을 보면서 “와, 나도 이렇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애니메이션 감독 중에는 미아쟈키 하야오! 어릴 적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했다.



- 비비천사 서윤희 디자이너. 그녀는 <크리에이티브 아트웍>, <비비천사의 일러스트 디자인 무작정 따라하기>, <비비천사의 도쿄 다이어리>등 디자인과 여행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
출처 : 
http://www.bibi1004.com/



대중에게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

아직 내게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 그저 내 그림을 보고 누군가가 행복해하고 웃음짓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캐릭터 버숨을 통해 어떤 목적을 이루는 게 아니라 그냥 내 그림을 접하는 사람이 귀엽다고 느끼거나 기분이 좋다든가 웃음이 나왔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실 계획이라기 보다 꿈이 있는데, 앞으로 계속 버라이어티숨을 그리고 싶다는 거다.





버라이어티숨, 박수미 
http://www.notefolio.net/varietysum

http://www.varietysum.com


원문 보기 : 노트폴리오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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