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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Sep 21. 2015

화제가 된 뮤비들의 주인공, 아트디렉터 듀오 디지페디

실시간 검색어를 달리며 화려한 컴백에 성공한 에픽하이. 오랜만에 발매되는 앨범을 기대한 팬심도 물론이지만 꽤나 강한 욕설까지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Born Hater>를 랩핑하는 '쎈 애들'이 대거 등장한 M/V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기존 M/V와 달리 세로로 꽉 찬 화면은 신선함 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의 개성을 드러내기 충분했다. 화려한 색감과 씹어먹는 음식물, 화장실이 배경인 세트까지. 실험적인 연출은 아트디렉터 디지페디(Digipedi)만의 특징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렌지 캬라멜 <카탈레나>, 빈지노 <How Do I look>, 에이핑크 <Mr. chu>, EXID <위아래> 등 한번씩은 화제가 된 아티스트의 M/V를 제작했단다. 이런저런 궁금함을 안고 디지페디를 만났다.


* 노트폴리오 매거진 김해인, 객원 에디터 노효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한다.

박상우 & 성원모 :  각종 뮤직비디오와 광고영상을 제작하는 아트디렉터  디지페디(Digipedi)다. 현재는 여러명이 함께 디지페디를 꾸리고 있지만 박상우, 성원모를 주축으로 한다. 아, 그리고 오로시(박상우), 원모어타임(성원모)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닉네임은 별 뜻 없다.



디지페디(DIGIPEDI)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박상우(이하 상우) : 디지페디는 ‘디지털 페디큐어(digital pedicure)’의 약자다. 디지페디(digipedi)에 많은 사람들이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별 뜻 없다. 대충 만든 이름이다. 하하. 사실 이 이름을 오랫동안 쓰게 될 줄 몰랐다. 팀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러기엔 조금 늦은 것 같다. 

두 사람이 초, 중, 고 동창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함께 일하게 됐나


성원모 (이하 원모) : 그냥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함께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같은 반 아니면 옆 반이라 항상 곁에 있었다. 대학은 각자 다른 곳에 진학했지만, 꾸준히 서로의 작업이나 관심을 공유했다. 그러던 중 둘 다 영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함께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일을 시작하게 됐다. 


디지페디 이전엔 각자 어떤 일을 했나

원모 : 대학에 다닐 때는 일러스트 작업을 했고, 졸업 후에는 m.net에서 1년 반 정도 OAP PD로 일했다. 채널 디자인 관련 작업을 했다.

상우 : 조그마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그곳에선 포스터나 명함 같은 걸 만들었다. 룸싸롱 명함도 만들고 성인 만화도 그렸다.


- 박상우 (Oroshi)


오랜 시간 함께 했기 때문에 이젠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할 것 같다.

원모 : 눈빛만 봐도 통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눈을 쳐다 볼일도 없고 쳐다보고 싶지 않다 (웃음)


상우 : 맞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해왔기 때문에 눈빛을 보지 않아도 서로를 잘 안다. 


그럼 성격은 비슷한 편인가

원모 : 취향은 비슷하지만 성격이 다르다. 나는 뭐든지 좀 급한 스타일인데, 상우는 느긋하면서 과묵하다. 그런데 이런 성격은 작업할 때 상호보완이 된다. 


서로 의견 충돌이 잦은 편인가, 이견은 어떤 방식으로 조율하나

원모 : 공동 작업이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땐 서로 묵혀 두지 않고 대화를 나누며 푼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페디를 ‘듀오’로 알고 있는데, 몇 년 사이 멤버가 더 늘어났다. 역할 분담이 어떻게 되나.

상우 : 연출 쪽에 특화가 된 친구도 있고 디자인 쪽에 특화가 된 친구도 있다. 때문에 각자의 강점에 따라 분담을 하지만, 디지페디는 기본적으로 모든 팀원이 전(全) 과정에 참여한다.


원모 : 예를 들면, 보통 디자이너의 경우엔 모션그래픽이나 디자인만 담당한다. 하지만 우리는 디자이너가 연출이나 촬영 현장에도 투입된다. 함께 작업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작업에 관하여   


몇 년 사이에 디지페디의 인지도와 작업량이 상당히 늘었다

상우 : 작업량이 늘었다는 건 오해다. 작업량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다만, 몇 년 사이 이슈가 된 작품이 많았고, 아이돌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와의 작업량이 는 것이다. 


한 해 보통 몇 편의 영상을 제작하나, 한 편 당 제작 기간은

상우 : 2011년부터는 한해 평균 30, 40편정도 제작하는 것 같다. 한 달에 두, 세 편 정도 작업한다.


원모 :일반적으로 뮤직비디오 한 편당,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EXID '위아래' MV : https://www.youtube.com/watch?v=hfXZ6ydgZyo


작업량이 적진 않은 것 같은데 스케줄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상우 : 웬만하면 우리가 감당 가능한 선에서 스케줄을 잡는다. 서로 오버랩해서 하나가 끝날 때 쯤 다른 하나를 시작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클라이언트가 정한 컨셉이나 의도에 맞게 영상을 제작하는 편인가 아니면 본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나

원모 : 광고영상의 경우, 광고주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편이다. 하지만 M/V의 경우엔 감독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M/V작업을 할 땐 클라이언트의 가이드를 참고하면서 우리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How to puma suede styling> : https://www.youtube.com/watch?v=UjknsQG3L6s




Epik High <Born Hater> : https://www.youtube.com/watch?v=3s1jaFDrp5M


이전 디지페디의 M/V를 보면 가끔씩 세로촬영 된 경우가 있지만, 에픽하이 <born hater>는 전면 세로촬영이다. 이 점이 대중들에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세로촬영을 시도하게 된 배경은

원모 : 예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둔 아이디어다. 어느 날 편의점 앞에 설치된 세로형 디스플레이 화면을 보고 생각을 구체화했다. 일반적인 M/V는 가로로 제작되다 보니 세로형 디스플레이에서는 영상이 잘리거나 작게 표현된다. 처음엔 우리가 만든 영상이 제멋대로 잘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잘려진 ‘세로영상’이 뭔가 좀 임팩트 있더라.

<born hater>의 경우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랩퍼들이 여럿 등장했기 때문에 세로촬영이 각각의 인물에 포커싱을 두면서 개성과 스타일을 잘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타블로를 만나 세로촬영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원모 : 단순히 전화로 설명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느닷없이 전화로 세로촬영을 시도해보겠다고 하면 생뚱맞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때문에 ‘구체적인 의도’를 전달하고자 타블로가 있던 인천까지 직접 찾아갔다. 타블로에게 세로로 촬영하면 어떤 효과와 장점이 있는지, 잡지 속 인물사진이나 편의점, 스마트 폰 디스플레이의 예를 들어가며 설득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타블로라면 할 거다!’는 확신이 있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세로촬영에 관한 이야기다. 보통 사람들은 영상이 가로로 넓게 나온다고 ‘당연히’ 생각해서 ‘세로촬영’을 떠올리기 쉬운데도 어렵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같다) 그러니까 ‘쉽지만 기발’하다. 이런 영감들은 어디서 비롯되나

원모 : 사실, 세로촬영 아이디어가 하루아침에 떠올랐던 건 아니다. 단계적으로 과정을 밟아오며 구체화됐다. 시초가 된 건 진보(JINBO)의 <fantasy>. 그때 “ 레이아웃으로 리듬감을 표현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음악이 시작할 때 점점 커지는 음악에 맞춰 화면을 점점 크게 해본다던지, 리듬에 따라 역동적으로 화면 비율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번 해보니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종종 ‘화면기법’을 활용했다. 그런 아이디어가 조금씩 진화하면서 <born hater>때는 전면 세로촬영을 시도한거다.



https://www.youtube.com/watch?v=RU9T82WHekY

- JINBO <Fantasy> 도입부에서 점차 커지는 사운드에 맞춰 영상 프레임이 커진다. 성원모는 레이아웃의 변형에 따라 비트를 나타내고 싶다고 했다. <Fantasy>에서의 '영상 프레임 변형'은 전면 세로 촬영의 토대가 됐다. 


힙합 뮤지션에서부터 발라드 가수, 아이돌 그룹까지 작업 스펙트럼이 넓다. 그럼에도 어떤 M/V를 보더라도 언제나 ‘디지페디’만의 느낌이 난다. 이렇게 공통된 느낌을 풍기는 디지페디 만의 연출법이 있나

상우 : 많은 사람들이 우리 M/V를 보면 공통적인 느낌이 난다고 말한다. 그런데 특별한 연출법이 있다거나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표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작품 속에 녹아든 것 같다. 

각자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원모 :  ‘러블리즈의 <Candy Jelly Love>’. 교실세트에서 촬영을 했다. 다른 M/V와는 달리 이번엔 세트를 최대한 리얼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촬영이 끝날 때쯤 텅 빈 교실에 서 있는데 세트가 아닌 진짜 학교에 있는 것 같더라. 다른 M/V들의 세트에선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이었다.


상우 : 멤버들이 왠지 딸 같이 느껴지기도 했고, 보고 있으면 흐뭇하더라. 그리고 교실세트에서 몇날며칠 열심히 작업해서인지 촬영이 끝나니 멤버들을 졸업시킨 느낌이었다. 하하



Lovelyz <Candy Jelly Love>  https://www.youtube.com/watch?v=dZdzvQPkj70


끝으로 


영상작업 외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상우 & 원모 : 아직까진 특별히다른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 그냥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영상 작업에 충실하고 싶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

원모 : 이 질문 중요하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공통적으로 받는 질문인데 대답하면 해당 아티스트에게 연락이 오더라(웃음). 그러니까 이번엔 태티서?!


상우 : 나는 클라라. (웃음)


대중들에게 디지페디가 어떤 팀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상우&원모 :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도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회자되는 팀이고 싶다. 우리가 어렸을 때 몇몇 뮤직비디오 감독과 작업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던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팀이 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

상우 : 일단 지금 하고 있는 M/V작업을 잘 마무리 하고 싶다.


원모 : 내년이면 디지페디로 함께한 지 7주년이다. 그래서 전시나 책자를 통해서 그간 우리의 작품들을 회고하면서 쭉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해볼까 한다. 그렇다고 은퇴하려는 건 아니고. 하하. 아무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짠 건 아니지만 요즘엔 이것과 관련해서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



원문 보기 : 노트폴리오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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