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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Jan 13. 2016

과거와 미래의 순환, 사우스빅(southbig)

‘총 천연색 겨울왕국’이라 판박힌 영화제목과 ‘언니 나 그이와 결혼할꺼야!’, ‘신난다! 3D입체 안경을 준다구요!’같은 찰진 멘트는 내가 아는 <겨울왕국>이 맞긴한데 왠지모를 실소가 터진다. 굴림체의 글자 폰트가 그렇고 부단히 한국적으로 생긴 엘사와 안나, 그리고 한스의 얼굴이 그렇다. 분명 ‘현대의 것’이 맞으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찾는 영화관에 걸려있을 법한 포스터에는 트렌디함이 느껴진다.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레트로(Retro)작업을 하는 작가 사우스빅(southbig)을 만나 8bit 프로젝트를 비롯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겨울왕국> 레트로 포스터


간단한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사우스빅(southbig)이라는 이름으로 레트로(Retro)작업을 하는 남대현이라고 합니다.


사우스빅(southbig)이 ‘남대’라는 이름에서 유래했나 보다.


맞아요. 군복무를 세계적인 비보이형과 했었는데, 함께 영상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영상 크레딧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데 제가 ‘남대’라고 쓰니까 ‘멋없게 이게 뭐냐’고, 이건 세계인들이 보는 영상이니까 닉네임이 필요하다면서 ‘사우스빅(southbig)’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죠.


- 왼쪽은 사우스빅(soutbig)의 기존로고, 오른쪽은 새로만든 로고



최근 작업한 작품들을 보니 기존에 놀부 같던 사우스빅(southbig)로고가 남산모양으로 바뀌었더라. 그나저나 로고 속 인물이 놀부가 맞긴 맞나.


하하, 놀부 맞아요. 군복무 당시 방범 순찰을 도는데 초등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선임이 아이들에게 ‘얘들아, 이 아저씨 누구 닮았니?’하고 물어봤는데 엄청 어린 아이들이 저보고 ‘놀부요!’라는 거예요. 그래서 흥부도 있는데 왜 하필 놀부냐니까 아이들이 ‘무슨소리예요! 이 아저씨가 저기 놀부 부대찌개에 있는 놀부를 닮았다고요!’라는 거죠.

어, 정말 닮았다!


혹시 놀부 부대찌개 창업주 보신 적 있어요? 여자 분이신데 안경만 씌우면 저랑 똑같이 생기셨더라고요. 하하하.


- 놀부 부대찌개 창업주를 닮은 사우스빅(southbig)


그렇게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로고를 왜 바꾸었나.


몇 개월 전, 친구와 협업을 하며 나온 아이디어예요. 제 이름 자체가 ‘큰 대(大)’자에 ‘빛날 현(炫)’자인데 이름처럼 서울의 큰 빛이 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서울에서는 남산이 그런역할을 하잖아요. 그래서 제작하게 되었죠. 


본격적으로 레트로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레트로는 옛날에 제가 가지고 있던 것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했어요. 작업 초기에는 90년대에 대한 향수가 더 컸는데 그걸 그래픽으로 풀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왜, 옛날 영화관에 걸린 포스터를 보면 그것만의 위트가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위트있는 작업을 하고 싶기도 해서 그런 트렌드를 좇다보니 자연스레 레트로로 이어진 것 같아요. 완성된 작업을 공개하면 정말 다양한 세대가 공감하는 콘텐츠여서 더 매력적이고요.


처음 접한 레트로 작업이 <겨울왕국>이었는데, 그 간의 작업을 보면 평소에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가 보다.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엄청 좋아하기는 해요. 아무래도 영상을 공부하고 있으니 관심을 많이 갖게 되더라고요.


<비긴어게인> 레트로 포스터


<인터스텔라> 레트로 포스터  


<킹스맨> 레트로 포스터


<어벤저스> 레트로 포스터


<매드맥스> 레트로 포스터


<인턴> 레트로 포스터



영화 전반에 대한 이해 없이 나올 수 없는 퀄리티다. 때문에 영화를 볼 때 마냥 즐기면서 보기도 힘들고 작업하기 전이랑 후에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많이 달라요. 작업 특성 상 영화를 보고 났을 때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다 보니 이제 영화를 봐도 ‘아, 요고 재밌겠다!’ 싶은 부분을 캐치하게되고 영화를 보는 도중에도 무의식적으로 카피가 떠올라요. 


많은 포스터를 그렸지만 그중에서도 반응 제일 좋았던 게 <겨울왕국>이라고.


그렇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다른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도 얼추 비슷해진 것 같아요. <어벤저스>의 경우에는 출연배우 김수현씨가 리트윗을 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그렇게 반응이 좋으면 진짜 작업 할맛 나겠다.


포스터 시리즈가 화제가 되면서 여러 번 기사가 나고 카카오 톡에도 소개가 되기도 했어요. 대중들의 반응이 좋으면 아무래도 좋죠.


전반적인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영화 타이틀을 그대로 가져갈건지 아니면 번역해서 풀건지 결정해요. 그다음에 레터링, 글꼴을 제작하죠. 이 작업을 마치면 포스터 전반의 느낌을 보고 레이아웃을 구상해요. 대부분 디지털 작업을 통해 이뤄지죠. 사실, 제 작업은 레터링을 제작할 때 빼고는 수작업이 거의 없어요.  


그렇다면 삽입되는 캐치프레이즈나 카피는 혼자 기획하나.


네.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자 옛날 영화 포스터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는 부분이에요. 참고자료가 없으면 옛날 신문을 참고한다든가 헌책방에 돌아다니면서 영화잡지를 보며 스크랩해요. 요즘에는 지인분들이 작업할 때 참고하라면서 이것저것 많이 보내주시더라고요.


8Bit 프로젝트에 관하여


 혁오 <위잉위잉> 8bit 프로젝트 



8bit 프로젝트가 흥미롭다.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닌텐도 게임 속 장면 같기도 하고, 8화음/16화음 기능이 있던 휴대폰도 생각난다.


어릴적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닌텐도를 어릴 때부터 가지고 놀았어요. 그런 추억 때문인지 친구들과 모이면 아직도 슈퍼마리오나 닌텐도 게임을 하면서 놀아요. 8bit 프로젝트는 우연찮게 ‘이걸 영상이랑 노래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사실, 그 전에 두 곡 정도 작업한 게 있는데 그건 개인 블로그에만 공개했었어요. 혁오 <위잉위잉>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반응이 좋았는데 밴드 혁오가 <무한도전>에 출현하면서 더 반응이 있었죠.


사운드 부분은 누군가와 함께 협업하는 줄 알았는데, 음악 작업을 혼자한다는 이야기인가.


네, 전부 혼자서해요. 그런데 음악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어요. 처음에는 악보도 볼줄 몰라서 들리는대로 무작정 피아노를 두드렸어요. 정말 노가다였죠. 음악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방법적으로 잘못되지는 않았지만 힘들게 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요새는 제가 그래픽을 한만큼 이 분야에 투자를 하면 속도도 붙고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 악동뮤지션<200%> 8bit 프로젝트 



다양한 화음의 노래를 영상과 일치하는 사운드로 뽑아내려면 많은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나.


딱히 방법은 없고 무작정 들어요. 처음에 들리는대로 멜로디를 따고 모르는 부분은 악보를 구매해서 봐요. 작업하는 데 어려운 곡은 악동뮤지션의 <200%>처럼 중간에 랩이 들어가는 노래예요. 랩 파트는 악보에 표시도 되어 있지 않은데 플로우는 있거든요. 그럼 진짜 작업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계속 두드려보는 거죠, 원곡과 비슷해질 때까지. 

옛날에 즐겨듣던 노래를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다시 들으면 마치 타임머신처럼 그때 그장소로 돌아간 것 같다. 사우스 빅의 8bit 프로젝트도 (물론 현대곡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런 매력이 있다.


제가 디제이 오카와리(DJ OKAWARI)의 <플라워댄스(Flower Dance)>를 들었을 때 딱 그런 기분이었어요. 마치 5살-6살 때로 돌아간 것 같았거든요. 문득 문득 옛 기억들이 떠올라 이런 느낌의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8bit 프로젝트가 탄생했으니까요.


어쨌든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지금 이순간도 곧 과거가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언젠가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했던 것들을 주제로 작업할 수도 있겠다.


언뜻보면 제 작업들이 과거를 추억한다고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시간을 초월하는 작업일 수도 있겠네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순환하는 구조인건가요, 하하.

그러고 보니 레트로 작업은 시대 뿐만 아니라 세대도 초월하는 것 같다.


예전에 어떤 행사에 참여해 포스터를 진열해두었는데 꼬마친구들이 와서 <인사이드 아웃>과 <겨울왕국>을 한참을 들여다 보더라고요. 그 아이들 입장에선 자기가 알긴 아는건데 ‘레트로’라는 장르가 너무 새롭게 다가오는 거죠. 반면, 중고등학생 친구들은 레트로를 하나의 스타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단순히 ‘옛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스타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신기했어요.


<인사이드 아웃> 레트로 포스터


작업 대부분이 시의성도 있고 대중성도 있어서 파급력이 있다. 무엇보다 어렵지 않아서 반응이 좋은 것도 있고. 일단은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요소들이 제 작업의 장점인 것 같아요.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작품에 피드백을 할 수 있잖아요. 그 주고 받는 과정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요.


그동안의 작업을 보면서 ‘이 사람 평소에도 되게 재밌는 사람이겠다’ 싶었다. 실제로 만나보니 성격도 활발한 것 같고. 원래 본인 성향덕분에 위트있는 작업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겠다.


별로 없어요. 네티즌 말장난이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인터넷을 하면서도 항상 짤방이나 댓글을 많이 접하려고 해요.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우리나라 네티즌들 너무 웃겨요.


주로 영화로 많이 작업을 하니 사우스빅(southbig)이 재미있게 본 영화가 궁금하다.


옛날 영화 중에서 <어니스트>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어요. 요새 다시 재미있게 본 영화는 <아이가 커졌어요> 시리즈. 이 영화를 <앤트맨>을 보고 다시 찾아 봤는데 인생영화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었어요. 평소에는 B급영화나 마블 영화를 즐겨봐요.


<어니스트>시리즈와 <아이가 커졌어요>


그렇다면 어떤 것들에 영감을 받나


최근에는 루드세프(Rudcef)작가님의 작업을 자주 봐요. 작가님의 작업을 통해서 디테일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 또한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루드세프(Rudcef)의 작품을 보면 제가 끝이라고 생각한 디테일도 끝이 없구나, 더 파면 팔 수 있겠구나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죠. 그리고 SNS에서 유명하신분인데 웹툰작가 박재수님의 재수의 연습장이라는 곳을 자주 봐요. 그 분이 제가 추구하고 있는 위트라던지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아주 기발하고 다양하게 풀어내더라고요.


- Jeremy Scott & Chaelin the CL, by.Rudcef,  출처: http://rudcef.com/


앞으로는 어떤 작가가 되고싶나.


지금은 레트로에 국한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를 밑거름으로 다재다능한 작가가 되고 싶어요. 


사우스빅(southbig)
http://notefolio.net/southbig
http://blog.naver.com/ndh1080
http://facebook.com/southbig


글쓴이: 노트폴리오 매거진 김해인

원문보기: 노트폴리오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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