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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Aug 22. 2023

가을과 취업

새벽 풀벌레가 시끄럽다.

크고작은 울음이 섞여 천지를 들끓는다.

가을을 먼저 만난 녀석들은

아파트 화단과 한줌 흙에 숨어

귀뚤귀뚤, 개골개골하며 토악질해댄다.

사실 벌레는 사시사철 똑같이 운다.

바뀐건 공기 온도다.

가을밤은 지면에 뭉친 공기가 차갑다.

낮은 온도는 풀벌레 소리를 눌러

지면 좌우로 퍼진다.

차가운 지면 위를 따라 풀벌레 울음소리는

더 멀리 퍼져나간다.

그 새벽 설친잠에 아스라히 귀에 스민다.

내게 당면한 하루를 당면하러 일어난다.

난 이 글을 취업회의 도중 쓴다.

부울경 대졸 취업이 박살나면서

미취업 숫자는 증가했고

취업한 숫자는 헐빈하다.

회의실 창밖

아직 고온다습한 대양의 기단이 점령한다.

매미가 울어댄다. 넌 가을이 두렵겠구나.

생명의 마지막 끈을 붙잡고

살아남으려는 너나

나날이 먹고살기 힘든 청년이나 우리나

살아남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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