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과 제주도

by 김용현

출근길 전철이다.

옆 사람 이어폰에서 장윤정 메들리가 들린다.

볼륨이 커 나까지 들린다.

짜증난다. 좀 조용할 순 없나.

덩치도 큰 곰 아저씨다.

내 왼쪽 어깨를 바짝 밀착한다.

근데 사실 난 장윤정 팬이다.

대부분 '어머나'를 좋아하지만

'이따 이따요'가 좋다.

그것을 들으면 설렌다.

문밖에서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짜증 난다.

이 아침에 말이다.

좀 작게 들으면 안 되나.

근데 어느 순간 그 음악이 나온다.

'이따 이따요

발 박자를 맞추는 내가 보인다.

얼굴은 구겨져 있는데 스웩을 느낀다.

곰 아저씨도 리듬을 탄다.

어깨로 느껴진다.

곰 아저씨는 떨리고 있고

그 떨림에 난 울리고 있다.

떨림은 주체이고 울림은 객체다.

곰 아저씨의 떨리는 진동 주파수와

내가 떨리는 진동 주파수가 정수배로 하모닉 된다.

하모닉 되면 서징이 일어난다.

서징은 진동이 무한 정수배로 공진하는 것을 말한다.

서징은 파괴한다.

미국의 워싱턴주 타코마 다리를 너뜨리고

엔진의 흡배기 밸브를 파괴한다.

그래서 부등 피치 밸브를 사용하고

하모닉을 없애기 위해 언벨런싱 엔지니어링을 한다.

선풍기 날개가 비대칭인 이유다.

대칭이면 회전 속도에 따라 만들어지는 바람의 양력이 증폭되어

굉음이 난다. 저항력도 높아진다.

아..

난 지금 지하철 출근길 꿀잠을 자야 하는데...

이게 뭐인가.....

오전에 발표자료를 만들고

오후 제주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할 일은 태산이구나. 방학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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