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너구리, '라쿤'의 호기심 많은 성격과 영리함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동물인데요. 다름 아닌 ‘너굴맨’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짤이 한동안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었죠.
이 라쿤들도 밀도나 부력과 같은 물리학적 개념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라쿤의 인지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이솝 우화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목이 좁은 항아리에 담긴 물을 마시고 싶었던 까마귀가 주변의 자갈을 물어다가 항아리에 채워서 차오른 물을 마신다는 내용의 ‘지혜로운 까마귀’ 이야기 기억나시나요?
이것처럼 좁은 원통에 라쿤의 손이 닿지 않을 정도의 높이로 약간의 물과 마시멜로를 채워 놓고 그 주변에 무게와 부력이 다른 여러 물체를 배치해 놓은 거죠.
만약 라쿤이 물보다 무겁고 부피가 큰 물건들을 통 안에 채워 넣어서 떠오른 마시멜로를 손에 넣는다면, 이는 라쿤들도 어떠한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고 도구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에 일부 조류들과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인지 능력과 도구 사용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가 있었는데,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거의 없었고 라쿤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죠.
실험에 참여한 라쿤 모두가 연구진의 의도대로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사용해서 연구진을 놀라게 했다고 하는데요.
실험에 제공된 컵을 이용해 마시멜로를 퍼먹은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원통의 바닥을 통째로 들어 넘어뜨려서 머리가 아니라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바닥과 틈이 생기지 않는 판넬을 만들어 무게가 11kg이 되도록 했는데도, 라쿤이 원통의 위쪽 끝부분을 붙잡고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서 넘어뜨리는 데 성공했다고 하니 정말 너굴맨의 위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 본 콘텐츠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가 노트펫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에디터 김승연 <ksy616@inb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