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마지막 습관
돌아보니 내가
도달한 공부의 끝은
이미 어릴 때 모두 배운 것이었다.
_ 조윤제 <다산의 마지막 습관>
옛날 아동 교육에서는 물 뿌리고 쓸고, 응대하고 대답하고, 나아가고 물러가는 예절과 어버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고, 스승을 존경하고 벗과 친하기 지내는 도리를 가르쳤다.... 어릴 적에 배우고 익히도록 한 까닭은 배움이란 지혜와 함께 자라고, 가르침은 마음과 함께 이뤄지게 해서 그 배운 것과 실천이 서로 어그러져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근심을 없게 하고자 함이다.
_ 주자의 <소학> 중에서
우리는 흔히 더 많이 배우고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삶의 성공이란 높은 곳을 향한 끝없는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배우며 자란다.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가 진정으로 삶에서 필요한 것들은 이미 어린 시절에 배운 것들 속에 담겨 있다. 밥상머리에서의 예절, 어른들께 드리는 공손한 인사, 양보와 배려의 자세, 그리고 스스로를 아끼고 돌보는 마음가짐. 이 단순한 가르침들이 사실은 삶의 근본을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이 기둥이 흔들리면, 아무리 화려한 지식과 업적을 쌓아도 그 위태로움은 피할 수 없다.
어릴 적 배운 가르침은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새겨진 삶의 방향성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이 기본을 잊는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면, 정작 우리를 지탱하는 뿌리를 소홀히 하게 되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기본에 충실하기란 쉽지 않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성취와 더 높은 위치를 원한다. 하지만 삶의 혼란과 위기가 닥칠 때, 진정으로 우리를 붙잡아 주는 것은 화려한 지식이나 성공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기본적인 습관과 태도들이다. 인사를 잘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자세. 이런 것들이야말로 인간관계와 삶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종종 눈앞의 목표에만 집중하며 그 뿌리를 잊는다. 더 높은 곳을 향한 욕심이 기본을 가볍게 여기게 만들고, 이는 결국 자신을 불안하게 하고 가정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배운 것을 돌아보고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가끔은 우리가 배운 것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행위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된다. 어릴 적 배운 인사 한 마디가 낯선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고, 밥상 예절이 가족 간의 화목을 이루며, 양보와 배려가 공동체를 지탱한다. 결국, 더 많이 배우고 가지려는 욕심이 아니라, 이미 배운 것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다.
삶은 거대한 모험처럼 보이지만, 그 바탕은 작고 소박한 일상의 습관들로 이루어진다. 오늘 나는 묻는다.
“어릴 적 배운 것들을 잊지 않고 살고 있는가?”
어쩌면 그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공부가 아닐까 싶다.
건반 밖 엄마, 서나송
일상은
비범하지 않은 경험들을
반복해서 살아내는 삶의 과정이다.
오늘이 어제와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날들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은 욕심과 미혹에 빠지게 되고,
이윽고 나를 잊어버린다.
_ 조윤제 <다산의 마지막 습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