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8760시간
12월 31일 밤 11시 59분 59초에서 자정 12시로 넘어가는 찰나. 달력은 한 장 넘어갔지만, 나를 둘러싼 풍경은 여전히 그대로다. 나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해를 맞이한다고 해서 무언가 드라마틱하게 변하리라 기대하기에는 지나치게 평온하다. 그래서 종종 생각한다.
‘새해라고 달라질까? 특별할 것도 없는데…‘
그렇게 맞이한 2024년이었다. 23년 말, 여러 가지 다짐과 함께 설렘 반, 무덤덤함 반으로 시작한 올해도 이제 며칠 후면 ‘묵은해’가 된다.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순간이지만, 한 해를 살아가는 시간은 365일, 8760시간이라는 길이다. 순간에 불과한 시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그 속에 담겨 있다. 연말이 되면 늘 ‘시간 참 빠르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또 그 시간을 살아냈다.
올해 4월, 블로그를 시작해 꾸준히 글을 기록했다. 하루하루를 돌아보며 일상을 공개적인 글로 남기는 일이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조금씩 쓰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다. 글을 쓰기 위해 독서량도 늘렸다.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자기 계발서를 줄이는 대신, 문학작품과 다양한 장르를 탐독했다. 좋은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필사도 꾸준히 했다. 이렇게 독서와 필사를 통해 내 글의 깊이와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 야채주스를 갈아 마시는 습관도 꾸준히 이어갔다. 그리고 아내로, 엄마로 바로 서기 위해 신앙을 중심으로 삶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작은 실천과 마음가짐의 변화들이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갔다. ‘살아서 책 한 권 내고 싶다’는 꿈에 한 발딱 다가가 보기 위해 도전한 길에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그렇게 글을 쓰는 매일은 나를 성장시키고, 꿈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조금씩 좁히게 만들었다.
물론 부족한 것도 많았다. 계획했던 만큼 이루지 못한 일도 있었고,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순간들도 떠오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한 해를 이루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다. 내가 걸어온 길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그런 면에서 올해의 나는, 작년의 나와 다르다. 단지 시간이 지나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채운 작은 성실함들이 나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새해는 달라질 것이 없는 찰나의 시간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 해를 살아낸 나는 분명 변화되었음을 느낀다. 1월 1일의 나는 연말의 나와 달랐다. 지난 1년 간 성실히 쌓아온 습관과 노력들이,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좋아하는 글쓰기와 건강을 위한 작은 실천들, 기록을 통해 내 안의 생각을 더 분명히 정리하는 과정은 내 삶을 조금씩 바꾸어놓았다.
다시 새해가 다가온다. 달력의 숫자는 바뀌겠지만, 나는 그 숫자 뒤에 이어질 또 다른 하루들을 상상한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울 그 하루들 속에서 나를 발견할 것이다. 순간의 무늬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며 살아갈 나를 격려해 본다. 2025년 이 맘 때, 나는 또 어떤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을까?
서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