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사의 환자일기
강의를 들은 후 짧은 시간에 환자분은 극적인 사고의 전환을 경험하고 있었다.
통증에 대한 프레임이 바뀌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참 모습에 다가가게 되었다.
불안과 두려움에 움츠러들었던 겉모습에 가려져 있던 찬란하고 부서지지 않는 내면의 속사람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끝도 없는 미로 속에서 떠도는 생각을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자동적 사고'라고 부른다. 이 자동적 사고에 갇히면 인지적 오류를 알아챌 수 없다. 이제 서서히 원래의 자기 자신을 마주 보며 자동적 사고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서서히가 아니라 단번에 탈출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
멋지네요.
말만 빠른 줄 알았더니 생각도 빠르네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역시 빠르세요.
정말 몸과 생각, 감정에 묶이지 않고 떠올라서 관찰하는 연습을 평소에 시간을 정해두고 해보세요. 어디서든 괜찮습니다.
집이든 지하철이든 사무실이든 화장실이든 1분만 멈춰서 이곳까지 나를 싣고 온 나의 몸에 대해 감사를 전하세요. 그 몸을 어떻게든 비척이며 조정하느라 애를 쓰는 애처로운 그 생각이라는 녀석을 따스한 연민의 눈으로 바라봐 주세요.
길거리에 넘어진 그 사람을 아무도 비난하지 않아요.
걱정은 하겠죠.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는 것은 언젠가 내가 또 다른 그 누군가를 보살필 계기가 됩니다.
내가 그 사람을 부축하여 일으킬 때 부축을 받는 그 사람이 부끄러움을 한 톨도 느끼질 느끼길 바라지 않듯이, 자기 자신(경험자와 기억 자아)의 겉모습도 넉넉하게 보살펴주세요.
OOO님께는 이 말을 한마디만 할게요.
네 몸을 네 이웃과 같이 보살펴주라.
OOO님)
사실 제가 다른 병원 못 간 이유는 낯선 남자의 공포였답니다.
신경이나 통증 치료 병원은 거의 남자 원장님이라...
근데 행복한재활의학과는 다녔던 곳이라 거부감이 없었고, 원장님의 너른 마음에 털어놓은 걸까요?
그때 저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누가 쳐다보는 것도 싫었고, 엘리베이터에 남자가 있어도 못 탔어요.
전문 상담소에서 이 부분은 이야기드렸었어요.
요즘 부정타서 그런지 이상한 남자들이 자꾸 꼬여서 그냥 집에만 있고 싶었답니다.
엘베 남자는 행복한 다닐 때 몇 번 마주쳐서 그 뒤론 계단으로만 다녔어요.
모든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제가 걸음이 느리니까 동정심으로 다가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러닝은 속도 제일 약하게 봉 잡고 해요.
원장님이 제일 많이 도와주셨으니 텐션 올려 반드시 좋아질 거예요.
또라이로 보지 않고 격려와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님 저는 이제 저를 믿어요.
진짜 빨리 좋아질 거예요.
그럼 오늘도 행진하세요.
고통 속에서 온갖 몸부림을 칠 때 스스로 또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아니면, 이런 나를 다른 사람들이 또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을까?
어느 쪽이든 자신을 신뢰할 수 없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생각에 끌려다니는 '기억자아'와 감정에 빠져 있을 때의 '경험자아'는 정말 믿을 수 없다.
이 두 자아가 불안에 물들어 있을 때는 말 그대로 미친 말처럼 마차를 제멋대로 끌고 다니기 때문이다.
자기가 보아도, 다른 사람이 보아도 조마조마하고 안타깝게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생각과 감정에서 떠올라 자신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고 나니 자신의 참 모습과 마주하게 되었다.
정말 믿을 수 있는 자신(배경자아)을 만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나와 늘 함께 있었지만 오랫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참 모습을 만나게 된 것이다.
브라보!!
나)
그래요.
이런저런 경험하는 나(경험자아)
이런저런 생각하는 나(기억자아)
그런 두 자아를 바라보는 나(배경자아)
이 세 가지 자아 중에서
'참 나'는 배경자아예요.
('참 나'의 모습을 분명히 알아채면)
그러면 나머지 두 아이들도 제 자리를 찾고 사랑스러워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요.
OOO님)
그리고 MH 쌤이 원장님이 저 좋아져서 서울 갔다고 마음이 따뜻했다고 미팅 때 이야기하신 거 공유해 주셨어요.
그래서 누구보다 빨리 좋아져서 또 따뜻하게 해드릴게요.
심리센터에서 넘어져서 힘들면 도와달라고 말하래요.
원장님부터 도와달라 할게요.
소통 감사합니다.
행복한 최고!!
이제 진료 보세요.
그간 시간을 너무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원장님도 저도 파이팅.
이 강의를 준비하느라 쓴 시간이 석 달 남짓이다.
그전에 만성통증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3년간 읽은 책이 서른 권이 넘고 논문이 스무 편이 넘는다.
그 모든 지식과 환자들과의 경험을 고이 접었다가 펼쳐 보였는데 이 분이 세계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