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분면, 혼돈 속의 능력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_두 개의 게임, 네 종류의 사람들(2)

by 김정훈

2장. 두 개의 게임, 네 종류의 사람들(2)


2. 2 사분면, 혼돈 속의 능력자들 -능력이 있어 편하지만 연결이 없어 불행한 사람들

3 사분면에서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2 사분면에 있는 사람들을 보자. 

정말 우리를 혼돈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2 사분면에 있는 사람들이란다. 분명히 능력은 있어서 많은 것을 소유했고 편하게 사는 것 같은데 결코 행복하지는 않은 사람들이지. 예를 들면 직원들에게 갑질 하는 대기업 2세나 사모님이 그런 부류라고 할 수 있어. 그런 사람들은 좀 더 가지기 위해 가족끼리 법정 다툼도 불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


능력이 있으면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얻고, 예쁜 부인 혹은 멋진 신랑을 만나고 큰 집에 큰 자가용에... 등등 행복할 만한 모든 조건들이 따라올 것 같은데 결말이 좀 다르더구나. 이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늘 헉헉대고 뭔가 허전하고 모자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런 사람들은 늘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서  현재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른단다. 물론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하는 이야기야. 사실 많은 사람들은 능력이 없어서 실제적으로 많은 소유를 가지지도 못하고 이런 사람들을 부러워만 하는 것이 현실이란다. 실상은 그 내막을 깊이 알지 못하면서 말이야.

이것이야말로 혼돈 그 자체가 아닐까?


2 사분면의 그들은 경쟁 게임에서는 분명한 승자라고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나 행복 게임에서도 반드시 승자인 것은 아니다. 언뜻 보기에 그들은 능력자이니 당연히 행복해 보일 수도 있어. 그러나 능력자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상당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단다.


실제로 국가마다 좀 차이는 있겠지만 연봉이 8천만 원 정도가 되면 돈을 더 많이 가져도 행복도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단다. 

아빠가 SK그룹의 신입사원 시절 우리 사무실의 전무님이 바로 2 사분면에 있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분은 서울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하여 전무까지 되었고 똑똑할 뿐 아니라 인품도 좋고 일도 너무나 깔끔하게 해내는 능력자였지. 그분은 큰 아파트가 있었고 기사가 딸린 자가용에 자녀들은 다 잘 자란 것처럼 보였단다. 아빠가 보기에 그분은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았어. 정말로 환상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단다.


어느 날 아빠가 일찍 출근한 날 아침에 전무님이 아빠를 불러서 같이 차를 마시며 그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내가 너무도 부러운 마음에 여쭤보았지.

"전무님은 정말 행복하시겠군요?"

그분은 깊이 생각하는 것 같더니 


“열심히는 살았지만… 이건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이 아니야. 다시 산다면 이렇게 살지는 않을 거야.”


라고 말씀하시고는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셨다.


그날 아침, 그토록 우상처럼 보였던 거대한 분이 갑자기 초라해 보였어. 


나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만큼 전무님의 대답은 내게 큰 충격이었단다. 


그분은 2 사분면에 있는 장자에 나오는 동물처럼 큰 덩치에 날개가 4개, 다리가 6개나 있는 대단한 능력자이지만 방향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 (물론 아빠가 보는 관점에서 그때는 그랬다는 것이지, 실상 지금 만나서 여쭤보면 그 이후에 또 다른 멋진 삶을 살고 계실지도 모르지.)


능력은 있지만 향방이 없는 이 신비의 동물 이름은 혼돈 混沌이다. 



Big Liar가 속여 놓은 2개의 게임에서 제일 혼란스러운 사람들이다. 비록 대단한 능력을 가졌지만 자신의 인생은 왠지 허무하고 뭔가 꼬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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