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_두 개의 게임, 네 종류의 사람들(3)
4 사분면에 불편하지만 행복한 사람들도 있단다.
비록 능력은 없어도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무한한 지혜와 연결되어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이지. 하지만 스스로 족한 줄을 아는 사람도 멋지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권할 만큼 쉬운 일도 아니란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에 나오는 분들을 보면 가끔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담담하게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런 분들이 4 사분면의 불편하지만 행복한 분들이 아닐까 싶어.
아빠가 본 사람 중에는 기민이 삼촌이 4 사분면에 있는 사람이었다. 비록 대기업에 다니기는 했으나 IMF 사태가 터지자 일 순위로 정리해고되었지. 그러니 능력 면에서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집도 한 칸 없어서 영채 삼촌네 작은방에서 나와 함께 지낼 정도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다. 그러니 경쟁 게임에서는 승리자라고 하긴 어렵지.
그러나 그는 행복 게임에서는 완전한 승리자였어.
그분은 늘 함박웃음을 지으며 직장에서 지쳐 돌아온 아빠를 반겨주었고 만두 두 봉지를 사들고 와서 밤새도록 자신이 살아온 지난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어. 자신의 행복한 삶은 격정적으로 말하고 어쩔 수 없이 지나와야 했던 고난의 시간들은 담담하게 말했었지.
그분의 아름다운 삶은 내 목표가 되었단다. 기민이 삼촌을 보고 난 뒤 혼돈 속에 있는 경쟁 게임에서의 승리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아빠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수능 공부를 한 뒤 기민이 삼촌이 IMF 사태 이후 먼저 내려온 대구로 다시 오게 되었지.
몇 년 전 기민이 삼촌이 간이 파괴되는 병 속에서 혼수상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나는 다시 태어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꼭 이렇게 다시 살고 싶다."
고 하면서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지극한 만족을 표시했다.
그분이 이 생을 마치기 바로 전 날 중환자실로 찾아온 친구가 말했다.
"기민아, 많은 식구들이 중환자실 밖에서 너를 응원하고 있다. 한 마디 좀 해보렴."
온몸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치렁치렁 휘감긴 줄들 속에 그는 말할 힘도 없었다.
그는 힘겹게 오른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그의 손짓은 죽음에 매여 종노릇 하지 않는 사람의 표상이었다. 초라한 생명, 꺼져가는 마지막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삶을 이끄시는 분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육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에게 그는 더 온전한 생명이 있음을 보여주었지.
지금도 아빠가 절망스럽거나 한없이 기쁜 어느 날, 기민이 삼촌의 그 웃음, 그 손짓이 생생하게 다시 살아나 영원한 생명이 무엇인지 알려 준단다.
2 사분면에서 혼돈 속에 있다고 본 전무님과 기민이 삼촌은 너무도 대비가 되었다. 나는 25년 전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 그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선택한 삶이 행복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이었음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