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 선 너에게(최종회)

아들에게 쓰는 편지_두 개의 게임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을까?(2)

by 김정훈

편지를 마무리하며(마지막회)


3장. 두 개의 게임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을까?(2)


2. 선택의 기로에 선 너에게



분명한 것은 2 사분면과 3 사분면은 지옥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2 사분면과 3 사분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인생을 허비한다. 이것이 Big Liar의 계략이 대부분 효과가 있다는 증거란다.


Big Liar는 언제나 모델하우스 같은 HOUSE만 만들어 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겉보기는 그럴싸하다.
사람들은 멋진 장식품들로 치장된 모델하우스를 가지려고 일생을 허비한다. 문제는 Big Liar는 진짜 집, HOME은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Big Liar는 가족들이 함께 살며 행복이 샘솟는 진짜 집은 한 번도 만든 적이 없고 만들 수도 없다. 왜냐하면 행복은 좋은 관계에서 나오기 때문에 Big Liar는 좋은 관계를 만들 의도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네가 기억할지 모르겠구나.


아빠가 전공의 1년 차에는 퇴근이 따로 없는 당직 생활을 거의 1년 가까이하고 2년 차가 되었을 때 경기도에서 대전으로 이사 오던 때 기억나니?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서 우리 네 가족이 그 좁고 낡은 전공의 숙소에서 몇 주간 같이 지냈었잖아. 그렇지만 엄마와 함께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집이 좁아서 힘들거나 불행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더라.


그 좁고 낡은 곳에서도 가족이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 있으니 가슴이 뿌듯하고 부자가 된 느낌이었어. 그곳에서 엄마가 해주는 저녁밥을 먹고 코딱지만 한 베란다에 숨어서 너랑 숨바꼭질도 하고 같이 놀았던 그곳은 HOUSE로는 볼 품 없지만 정말 멋진 HOME이었다는 느낌이 들어.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네가 이것을 깊이 알면 좋겠다.

네 옆의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며 너에게 능력을 갖추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미래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Big Liar의 계략에 걸려드는 함정이다.

지금 주어진 환경, 네 앞에 있는 사람들이 너와는 다른 감정,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환경과 그 사람들을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면 좋겠구나. 아빠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능력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희생하는 일은 정말 지옥문을 열어젖히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너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사회에 대한 호기심도 중요하지만 너 자신에 대한 호기심도 그 근본을 알아보는 것이 끝까지 이루어 내는 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란다. 꼭 수첩에 적어 놓고 수시로 확인하고 정말 이 질문에 맞는 답을 네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반드시 1번부터 순서대로 답을 해야 의미가 있단다. 질문의 순서가 뒤바뀌면 삶이 뒤죽박죽이 되고 만단다.

1. Being(존재적 질문) 너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

2. Doing(행위적 질문) 너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그것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그것을 할 수 있을지?

3. Having(소유적 질문) 너는 무엇을 갖고 싶은지? 왜 그것을 갖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그것을 가질 수 있을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빠의 삶에 전환점이 되었던 기민이 삼촌의 육체는 이제 내 옆에 없다.
언젠가 아빠의 육체도 네 옆에 없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네가 많이 힘든 어떤 순간에 이 글이 네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젊은 날, 아무리 능력을 추구했지만 다다를 수 없었던 안락한 삶...
행복에 늘 목마르던 아빠의 젊은 날...

그러나 우연히 알게 된 소박한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에서 흘러나오는 행복...
그 캄캄한 날들을 이제 돌아보니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분께서 준비한 큰 그림이고 반드시 그랬어야만 하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나는 좋은 관계 속에서 내게 주어진 일을 최대한 즐겁게 하곤 했다. 그리고 좋은 책을 읽다 보니 또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게 되었어.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


다른 이들이 볼 때 좀 다를지는 모르지만 아빠는 1 사분면에 있는 것 같아. 아빠의 경우에는 능력이 내게 행복을 준 것이 아니라 행복의 결과로 내게 능력이 부산물처럼 주어진 셈이야

부산물은 따라오는 것이야.

마치 콩으로 두부를 만들면 비지가 생기는 것처럼 시간을 인생이라는 맷돌에 넣어서 돌린다고 치면 성장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결과물이 두부라면 안정은 그에 따른 부산물처럼 따라오는 셈이지.


비지를 추구하는 두부가게는 좀 이상하게 보이지 않니?

부산물처럼 따라오는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는 것 같아.

성공도 행복도 멀기만 하다면 가치와 의미, 좋은 관계와 현재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 오히려 성공의 확률을 더 높인다는 것을 아빠의 경험으로 말할 수 있어. 왜냐하면 감정적으로 안정된 사람이 주어진 문제를 꾸준히 해결해 나갈 힘이 생기거든.


또한, 행복한 사람은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기가 쉽단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크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때에도 성장하는 힘을 기르곤 하지.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보다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사람에게 오히려 안정이 따라올 가능성이 더 크단다.

내 젊은 날, 그 캄캄한 날에 기민이 삼촌이 나를 찾아오셨고 오랜 시간 나는 역경 속에서 음식처럼 준비되었다.


돌아보면 아빠는 어려움을 마치 요리 과정처럼 지나올 수 있었단다. 때론 거칠게 문지르고 소금에 절이고 시련과 고난이라는 불 위에서 구워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것 같았다. 물론 그 당시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잘 견디고 가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호기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네 주변에 훌륭한 셰프들이 있다면 반드시 부드러운 위로와 설탕처럼 달콤한 말만 하진 않을 것이다. 때로 불편한 과정을 거치면 더욱 누군가에게 부드럽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 될 수 있다. 사람도 음식처럼 누군가에게 서빙되어 그 삶을 풍성하게 할 때 가치가 높아지더라.

혼돈 속에서도 행복을 찾으면서 능력만을 쫓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쫓아가지 않은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어.


아빠는 큰 혼돈을 지나오면서 시원한 생수가 흐르는 사람을 만났다.


이 아름다운 세계에는 다채로운 사람들이 있다.

아빠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가장 불행했던 순간도 언제나 사람을 만날 때였다.

화살표가 언제나 자신을 향해 있는 사람들, 욕망과 불안에 젖어 헐레벌떡 어디론가 쫓아가는 사람들과 부딪쳐 넘어질 때는 슬펐다.

반면 인생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너머에 있는 미지의 절대자 앞에 겸허하게 서서 자신의 삶과 만물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큰 기쁨이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한 번에 나타내면 이런 표가 된다. (아빠는 그래프를 좋아해서 이 그래프를 그려 놓고 얼마나 흡족한지 ㅎㅎ 아! 아름다운 그래프다! ^^)

하지만 저 그래프에 표시해 둔 것이 고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 좋겠구나.


아빠도 화살표처럼 3 사분면에 있다가 4 사분면에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 후에 좋은 책을 만나고 이제 1 사분면으로 옮겨졌단다. 인생에는 두 가지 축이 다른 차원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안다면 누구나 자신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단다.

2 사분면에 있는 사람들도 4분 면의 사람들이나 1 사분면의 삶을 보면서 통찰을 얻는다면 1 사분면에 있는 사람들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행복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평생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보다 당장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하려고 조금씩 노력하는 것이 더 좋더구나. 아빠는 지금 내게 주어진 일, 그 안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 나가는 것이 좀 더 행복할 뿐 아니라 능력을 기르는 면에서도 효과적이더라.


지금!
여기!
에 초점을 맞춰서 감사하고 행복할 만한 가치들을 찾는 것이 나의 행복에는 훨씬 효과적이었어. 아빠의 이야기니까 절대적일 수는 없지만 언젠가 네가 인생이 꼬여간다고 느낄 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아빠는 너뿐만 아니라 이 땅의 청춘들이 누구나 좋은 관계 안에서 행복을 가꾸어 나가고 자신의 능력만큼 편안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능력과 행복의 서로 다른 속성을 이해하고 모두 1 사분면의 행복한 능력자가 되길 응원한다.



그러나 경쟁 게임과 행복 게임 둘 다 잘할 수 없다면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행복 게임을 먼저 택했으면 좋겠다.


능력자들만 숭배하는 세계에서 버려진 3 사분면의 사람들도 참된 행복을 맛보게 되면 새로운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위기 가운데에서도 기회를 볼 줄 아는 여유가 생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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