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의 서류에서 기대하는 것 3가지
스타트업은 대기업·공기업처럼 직원을 정기적으로 뽑지 않는다. 비즈니스 상황에 맞게 필요한 이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 평소 눈여겨보던 회사의 채용이 열렸을 때 언제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3가지 가이드를 전한다.
언제든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게 이력서와 자소서를 미리 갖춰두라는 뜻이 아니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 이 회사의 단계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정리해두자는 뜻이다. 스타트업은 함께 비전과 목표를 이룰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그냥 경력 맞는 사람 뽑지 깐깐하게 구네’ 싶겠지만, 스타트업 채용은 까다로워야 한다. 채용은 비싼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채용 과정을 소화하고 입사하는 데까지만 해도 한두 달이 소요된다. 입사 뒤 적응 기간으로 두세 달이 걸린다. 정말 최소로 생각해도 한 분기, 길게는 반년이 지나는 과정인 것이다.
지원동기가 분명하지 않은 사람은 금세 그만둘 가능성이 크다. 채용에 들인 시간과 비용을 모두 날리는 꼴이 된다. 인력 확장에 맞추어 구상한 사업 방향에도 차질이 생긴다. 손해가 불어나는 방향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지원동기가 잘 나타나지 않은 이력서와 자소서는 채용 우선순위에서 낮춘다.
지원동기를 탄탄히 정리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회사 대표의 인터뷰를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잘 나타나 있을 것이다. 지원서를 쓰는 시점과 시기적으로 가까울수록 더 좋다. 너무 과거의 이야기는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원하고자 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의 콘텐츠도 꾸준히 읽고 분석해보자. 분명 인상적인 지원동기를 작성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 에디터도 에디터다. 글밥 먹는 사람끼리 서류의 완성도로 경쟁을 벌인다는 뜻이다. 서류를 검토하는 입장에서도 잘 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눈길이 한 번 더 가곤 한다.
어떤 이력서와 자소서가 ‘잘 쓴 글’에 해당할까.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에디터에게는 ‘자신의 이력이 잘 에디팅된 서류’를 뜻한다. 반대로 아쉬운 서류는 ‘자신의 이력이 에디팅되어 있지 않은’ 서류다. 이력서와 자소서에 그간 해온 업무와 결과를 모두 시간 순서대로 빼곡하게 나열하는 것이다. 포폴의 경우에는 자신이 제작한 콘텐츠에 대해 특별한 설명을 기재하지 않고 전부 복사+붙여넣기만 해 제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채용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형식의 서류를 읽을 때 난감하다. 최선을 다해 자신을 알리려는 것은 알겠으나 같은데 필요한 경력을 쏙쏙 골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찾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효과적으로 어필하려면 자신의 이력을 회사와 채용 직군에 맞게 맥락화해야 한다. ‘내가 내부 관계자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알아?’ 싶겠지만 힌트는 이미 다 공개되어 있다. 바로 채용 공고다. 주요 업무, 자격 요건 등을 나침반 삼아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뺄 건 빼면서 나의 이력을 ‘에디팅’하면 된다.
이런 서류는 한두 줄만 읽어도 빠져들듯 읽게 된다. 서류를 검토하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류를 검토하는 사람이 어떤 정보를 알고 싶어하는지 파악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스토리텔링해 ‘어때, 나 뽑을 만하지?’ 하고 끝내 설득해낸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콘텐츠·아티클 제작 역량의 기본기를 검증할 수 있다. 타깃 독자를 설정하고, 독자를 염두에 둔 글쓰기를 끝까지 밀고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글밥 먹는 사람의 서류 전형이 행간에서 판가름나는 이유다.
스타트업 에디터 채용에서는 문제 해결력도 검증한다. 스타트업 환경에서 얼마만큼 덜 헤매고 적응할 수 있을지 체크하기 위함이다.
스타트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다. 토스는 인터넷뱅킹에서 번거롭게 송금하던 문제를 비즈니스로 구현했고, 타다는 택시 승차의 불편한 점을 모아 새로운 운송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시장에 임팩트를 주고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유명한 사례를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손에 잡히는 임팩트를 보이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따른다. 임팩트를 줄 만한 규모의 문제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으며,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성공하는 방정식을 찾기 어렵다. 스타트업 구성원 입장에서는 크고작은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해결력이 있는 지원자에게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이런 역량은 스타트업 근무 경험이 없어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생활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맞닥뜨리고 이를 해결하면서 살아가니까 말이다. 변기가 막혔으면 뚫고, 파트너와 의견 차이가 생기면 대화한다. 동사무소에서는 다양한 민원을 해결하고, 병원에서는 환자를 치료한다.
서류에는 이런 문제 해결력을 업무 관련 경력 중심으로 잘 어필하는 것이 좋다. 이전 직장에서 어떤 문제 상황을 마주했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를 논리적으로 기술하자. 문제를 해결하며 얻은 정량·정성적인 성과가 있다면 꼭 명시해야 한다. 성과가 구체적이고 임팩트 있을수록,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책을 알맞게 찾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유가 된다면 채용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스타트업의 문제 해결 과정을 공부해도 좋겠다. 스타트업 관련 도서 중 한빛미디어에서 출판한 『린 스타트업』(한빛미디어)을 가볍게 읽으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겠다.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하는지 ‘아하’ 할 정도만 된다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