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세상 속, 나를 잃지 않는 법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다. 세상이 정해준 방식을 따르고, 기존의 틀 밖으로 나가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남들처럼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때는 정말 다른 방법이 있는 줄 몰랐다. 지금 쥐고 있는 불덩이를 놓아버려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그누스 프리드의 신간 《고요한 생활》은 거창한 힐링을 설파하지 않는다. 그저 소란스러운 삶의 한복판에서 의도적으로 '멈춤'을 선택할 수 있는 기술을 부드럽고 차분한 어조로 제안한다. 핵심은 투쟁의 중단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과 싸우기를 멈추고, 그저 그것을 바라보는 일. 저자는 이것을 '수용'이라 부르고, 나는 이를 '자발적 항복'이라 읽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항복 선언 이후에야 비로소 마음의 전쟁은 끝난다.
책은 거창한 명상 대신 일상 수행을 강조한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 멈춰 선 순간, 쌓인 설거지를 하는 시간, 혹은 타인의 SNS를 훔쳐보던 시선을 거두어 내 안을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파스칼은 "인간의 불행이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온다"고 했다. 끊임없이 연결되어야 하고 반응해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정작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다. 해야 할 일을 줄이고, 하지 않을 일을 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고요에 다다르는 시작점이다.
인생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는 종일 깨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온갖 소음들에 휩쓸려 정작 '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오직 고요하게 머무르는 시간만이 진정으로 살아있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동일한 기쁨을 욕망하고, 동일한 장애물을 넘어서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모두 제각각인 우리에게 세상의 방식만이 유일한 정답일 수는 없다.
어쩌면, 이 책이 말하는 '세상에 대한 우아한 반항', 즉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감각하게 만드는 그 고요한 틈새야말로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 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