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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 May 29. 2024

날씨를 내가 고를 수 있다

휴직의 좋은 점 하나



난 지금껏 날씨를 고르는 삶을 살지 못했다.

그러니까, 날씨를 고르지 못하는 삶이란 게 어떤 거냐면.



장마철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바지 적삼 다 적시며 출근해야 하고,

한겨울 눈송이가 정수리를 아무리 때려도 터벅터벅 걸음을 옮겨봐야 하는 삶이라는 거지.



십여 년 전 첫 직장 출근일부터, 올해 초 스산하던 늦겨울 그날까지.

그냥 이렇게 사는 게 삶이려니 하고 살았다.




그런데 휴직을 해보니까 내가 날씨를 고를 수 있다? 홀리 몰리!!



요즘의 일상을 대략 설명해 보자면 아침에 일어나 창 밖에 햇살이 비춘다 싶으면 일단 나간다. 한강변을 좀 걷다가, 따가운 햇빛 가려주는 좋은 자리 있으면 잠시 앉아 가볍게 챙겨 온 책 몇 쪽 읽곤 하는 거다.



날씨가 꾸물거리고 비가 오는 날엔 일단 운동을 취소하고 안 나가면 된다. 강가에 있는 내 독서전용 의자랑 따로 시간 약속을 하거나 연봉 계약을 하진 않았으니까 가능한 스케줄이다.



세상에 비 오는 날 안 나갈 수 있다니! 이건 혁명이다.



단연코 휴직의 첫 번째이자 최고로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약 같은 월급을 내놓으면 우리는 날씨를 골라 살 수 있다.



날씨 좋은 날 만나는 내 전용 벤치에서. 방목하는 시간도 가져야 고갈되지 않는구나 배운 순간.



좋은 날씨를 골라 살면 건질 수 있는 기가 막힌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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