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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Me May 11. 2020

니가 떠나서 만신창이인걸까,

정신차려. 그냥 니가 재수 옴붙은거야

여행지에서 시작된 첫번째 연애의 마침표. 




'1' 이 떠나고 내 일상은 누가봐도 실연의 여주인공 이었다. 

여행지에서 연애를 한다는건 이런거야 하고 경험자의 여유인척 유세 떨기엔 

그냥 내가 덜떨어졌기에 자진해 삽질의 연속이었다. 




'아냐, 그래도 타의적이었다고!'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로 넘어가는 그 국경 경계에서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되는듯 훌쩍이며 손을 흔들고 있으니 

건너편에 앉은 놈팽이는 재미난 장면이라도 본 것마냥 낄낄 대며 

우는걸 놀려댄다. 


눈을 한번 흘기곤, 대꾸할 힘도 없다는 듯이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코를 훌쩍 거렸다.



'1' 을 떠나자마자 뭐 이리 엉망인건지,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 국경을 넘어야 하기에 출입국 심사를 빠르게 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타야 했지만 앞에 무슨 일인지 한껏 시간을 잡아먹어주던 덕분에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낙오가 되었단거? 

버스기사와 열열히 싸워대는 다른 승객들에 숟가락좀 얹어보려 했는데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르헨티나 돈도 다 청산하고 왔고, 이제 막 브라질 입성하려던 새내기가 무슨 돈이 있겠냐고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그 돈 조차 없어 곤란해 하던 차에 

같이 낙오되어 눈치 살피던 'R' 이 자신의 몫과 내 몫까지 내주었다. 



그렇게 한차례 고비를 넘기고, 숙소 체크인 까지 한번 복잡하게 꼬여준 뒤에야 

브라질에 왔다는 것과 '1'이 더이상 없다는 것이 한번에 훅 와닿는다. 



이놈의 눈물은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가만있어도 넘처 흘러댄다. 




'먹고는 살아야지' 

한참을 훌쩍거리다 밖으로 나섰다. 

마트 안 식당 한켠에 앉아 꾸역꾸역 밥을 한술 뜨는데 

또 한번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남미 여행의 시작에 있어 '1' 이 없던 적이 없었다. 

하루 24시간을, 여행하는 그 2-3달이라는 시간을 늘 함께였기에 

급작스럽게 혼자 먹는 밥이 나는 그렇게도 서러워 

머리를 접시에 박고 정말 눈물젖은 밥을 삼켰다. 



오고가는 브라질 사람들 그 사이에 동양인이 홀로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앗기엔 충분한데 

거기에 폭풍 오열을 하며 밥을 먹고 있으니

뒤통수가 따가울법 한데도 그저 지금 내 감정에 충실하기 바쁘다.  



'1' 이 있었다고 해서 뭐든 다 맡겨두고 여행을 했던 것도 아닌데 

뭐 이렇게 밥 먹는것 조차 어려울까 



나도 노선도 찾아보고, 여행지도 찾아보고, 가는 방법도 찾고

다 같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둘에서 혼자가 되니 시간 하나 제대로 못맞추고 울어대는 뻐꾸기 같다. 


버스 잘못 타는건 기본이고, 

잘못탄것도 모자라 실시간으로 지도를 켜놓고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20분을 반대방향으로 가고 나서야 옆에 앉아있는 표파는 직원에게 물었다. 




"너 반대로 탔어" 

남일 이라는듯 눈을 꿈뻑꿈뻑 나를 한번 쳐다본다. 



길도 모르면서 다시 반대에서 타면 돌아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느닷없이 길 한복판에 내렸다.

그러곤 건너편으로 건너가 지나가는 버스를 무작정 붙잡아 세우고는 

터미널을 외쳐대니 뭐라뭐라 자기들끼리 얘기하더니 타라는 제스처에 

이게 터미널까지 가지 않을거란건 어림짐작 감으로 느껴졌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기에 냉큼 올라탔다.

 



그러고는 작은 슈퍼 하나도, 표지판도 아무것도 없던 텅빈 도로 위에 있던 나를 

그나마 몇몇 가게들이 있는 도로 위에 떨어뜨리곤 세상 해맑게 인사를 하며 떠났다. 



머리 한켠에서 멘탈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긴 또 어디야!!!!!!!!!!" 



버스 출발 시간까진 이제 한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택시라도 잡아 타고 가야할 판이었다.

택시비가 얼마든간에 버스비만 할까 

더럽게 넓고 넓은 땅 덩어리에 이동하는 시간도 무시하지 못하다보니 

브라질의 버스비는 가히 상상 그 이상이었다. 



지금 내가 타러 가야 할 그 버스도 약 10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버스 놓치면 다음거 타지 라는 말이 쉬이 나오는 금액은 아니기에 초조함은 배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곳 저곳 들어가서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영어를 못해서 인지 

터미널을 가겠다는 나에게 계속 나의 숙소가 어디인지를 묻는다. 



"아니.. 나는 체크아웃했고 터미널에 가고 싶다고!! 

아이 원트 택시!!택시!! 콜미 택시!!" 




애타게 택시택시 거려도 왜자꾸 호텔? 호스텔? 을 물어대는건지 눈 돌아가기 일보직전이었다. 



이 사람에게 가망이 없다는 빠른 판단을 마치곤 애타게 주변을 뛰어다녀보아도 

택시는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다. 



초조한 마음에 핸드폰 시계만 계속 들여다 보지만 

내 속과는 다르게 시간은 앞자리가 아주 쑥쑥 바뀌어댄다. 



남은 시간 30분. 

돌아버리기 일보직전



잠시 정차해 있는 차에 느닷없이 얼굴을 내밀곤 

택시를 불러줄 수 있냐고 묻는데 초조함에 긴장까지 해서였을까 

웬지 이 사람이 날 도와줄 수 있을거 같단 느낌이 들어서 였을까 



이 거지 같은 상황이 너무 엿같아서 였겠지.  



왈칵 터져버린 감정에 치여

꺼억꺼억 서럽게 울면서 택시를 불러줄 수 있나며 울고 있는 낯선 동양인을 보고 


흠칫, 그리곤 당황해서는 이내 상황을 이해하고 웃으며 진정하라던 'W' 를 만났다. 

옆집 아저씨라기보단 삼촌 느낌이 나는 푸근한 인상의 서글서글한 남자였다. 



진정하라는 말에 눈물을 한껏 훔쳐내곤 행여나 못알아 들을까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택.시"를 외치는 나를 보곤 별 일 아니라는 듯, 

뒤에 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정신이 없어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해도 

그가 데려다 준다는 것 같았다. 



낯선 이의 차에 타서 위험하고 자시고 나는 지금 죽겠고, 될대로 되든지 말든지의 상태였기에 

그냥 무작정 그의 차 뒷자석에 올라탔다. 



버스 출발시간 까진 고작 15분 남짓 남았는데 늦지 않게 갈 수 있을까 

아직까지 정신 못차리고 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는 나와 달리 

잠시 어딜 들리겠다는 말을 하곤 얼마 안가 누군가의 집 앞에 잠시 들러 

나를 데려다 주고 온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나누는듯 했다. 


그와중에 못되쳐먹은 나는 속으로 어찌나 안절부절했는지 W 는 모를테지.

그래도 욕은 안했다?



코를 훌쩍 거리며 그 와중에 인사는 하겠다며, 포르투갈어로 고맙습니다가 뭐냐며 물어보곤 

터미널 가는 내내 


"오브리가도" 를 연신 외쳐댔다. 


이렇게 깨우친 언어여서 일까 지금까지도 저 말은 잊혀지질 않는다.



버스출발 시간 5분을 남겨두고 터미널 앞에 도착해 얼마 안되는 돈이라도 택시비 개념으로 

주려하자 한사코 사양하며 나의 여행에 보탬이 되었음 좋겠다고 말하는 W 에게 

무슨 말을 해도 모자를 만큼 고맙고 또 고마웠다. 



"같이 사진이라도, 연락처라도.." 이런 말 한마디 나눌 새도 없이 

나는 또 뛰어야만 했고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곧 숨넘어갈 듯 버스표를 내미는 나를 보곤 

버스 직원들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며 다독였다. 



한숨돌리고 버스에 앉아 진정되지 않은 숨을 가다듬으며, 

얼른 '1'에게 있었던 일을 말하고 싶단 생각, 그리고 '1'이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 

오로지 그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했다. 



"니가 없어서 나는 온통 엉망이야"


그저 이렇게 응석부리고 싶을 뿐이었다. 




이 뒤로도 도착해서 호스텔 주인이 없어 한시간을 문 밖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린 일, 

투숙객이 가여이 여겨 문을 열어주어 주인이 놀다 올 때까지 3시간은 더 거실 쇼파에 앉아 기다려야 했던 일까지 더해져서 그만큼 '1'이 더 보고 싶어지던 이틀을 보냈다. 




이 뒤로도 여행에서 오는 스트레스 

교통사고로 인해 날리게 된 비행기티켓

그리고 길어진 브라질 여행 

그만큼 크게 다가온 빈자리 

이와 같이 길어진 우리의, 아니 나의 응석


어디서 부터 잘못된건지 어디서 부터 문제였던건지 모르겠다. 



하나 정리되면 또 하나가 터지고 했던 나의 브라질 여행의 시작과 

브라질 여행이 끝나감에 있어 1이랑도 끝이났다. 


여행 내내 매일 같이 싸우고 화해하길 반복하던 우리에겐 

끝은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나중에서야 들기 시작했다. 



어느덧 한국으로 돌아가 시차가 반대로 뒤바껴버린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자신의 상황만 이해하길 바라던 우리는 

딱 거기까지 였던걸지 모르겠다. 



대화를 토해내는 나를 무덤덤하게 받기만 하는 그에게 답답했다. 



"나는 24시간을 너랑 붙어있었고, 밥먹고 여행하고를 늘 같이 하다 

그 짓을 나는 혼자 하고 있으면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클지 상상이 돼?

넌 한국에 돌아가서 친구들도 있고 가족도 있잖아. 날 좀 이해해주면 안돼?" 




그의 대답은 알겠다는 답이었다.

이해가 안되지만 이해하는 척, 그저 받아주기에 급급한 무성의한 형식상의 대답.  

 


그 알겠다는 대답속에 어딘가에 체념이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도 그의 대답보다 내가 뱉은 말에 대한 기억들로 가득참에 있어 

나는 얼마나 이기적이었을까 



그래서 미안했다.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그리고 끝이 보이기에, 

토해내는 그의 말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1'은 내가 그의 마지막 말을 씹어서 꽤나 분개했는지 

추후 내 물건을 받기 위해 연락했을 때 속좁게 연락도 씹어대고, 

막말 시전까지 해댔지만 그래도 미안했던 마음도 있었기에 고마웠던 마음이 컸기에, 

그저 받아주고 이해하려 애썼다. 


물.론


지금은 왜그랬지? 똑같이 지랄이나 할걸, 웃기지도 않아

라고 할 지언정 뭐 그땐 그랬다. 



그때만큼은 참 대인배였네 나

어쩌다 지금은 이렇게 속이 좁아졌을라나 몰라. 



"그때의 나는 말이야. 

반 정도의 시간을 너와 보냈고, 다시 반 정도의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었단걸 

서로 잘 알았다고 생각해. 

그랬기에 멀리 떨어져 있어 다투는 날도 그리워 하는 날도 많았지. 

근데 공허함이 계속 되면서 내가 잡는다고 해서 우리 관계가 지속될 것 같진 않았어. 

언젠간 끝이 보이는 그런 관계란걸 아는데, 그때의 나는 정말 너를 많이 좋아했기에 

화를 내며 끝을 이야기 하는 너의 말에 그 쉬운 '그래'라는 말 조차 못했어. 

그렇게 되면 정말 끝이구나 싶어서. 

혹시나 화가 풀린 니가 다시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을까 몇날 며칠을 난 그렇게 보냈었어. 

하루를 꼬박 이불 속에 틀여박혀 평생 쏟을 눈물을 그날 다 쏟아냈을걸? 

다음날 눈이 어찌나 팅팅 부었는지 앞을 보기가 힘들었을 지경이었지 아마. 

헤어지고 3개월이 겨우 지나서야 부탁한 물건 돌려받겠다고 연락했을 때 

연락을 왜 씹어재끼고, 모르는척 했는진 잘 이해가 안되긴 하지만 

그래도 고마웠다고 여기에 마지막 인사를 해본다. 

이 글을 볼 확률은 로또당첨보다 어렵겠지만 말야.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는 말인데, 


너 진짜 모아이석상 닮았어" 





내가 이상해서 아니면 니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그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랬기 때문에 어려웠던 여행, 그리고 연애였지만 


결코 다르지 않았던 흔한 사랑이었다. 

그래도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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