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장에게 임금체불이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며,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의 역할

by notnorm 난놈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근기법 제2조 제1항 제1호]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근기법 제2조 제1항 제2호]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 [근기법 제2조 제1항 제5호]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근기법 제43조 제2항]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제51조의3, 제52조제2항제2호, 제56조, 제65조, 제72조 또는 제76조의3제6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근기법 제109조 제1항]

대부분의, 아니 어쩌면 모든 회사에서 인사팀장은 사용자의 지위와 근로자의 지위를 동시에 가진다.

물론, 직책에 C가 붙거나 임원의 위치에 있는 경우에는 판단의 여지가 있겠지만, 지금은 사용자와 근로자 지위의 중첩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니 접어두자.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월급을 근로기준법에서는 "임금"으로 정의하여 매월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지키지 못할(또는 않을) 경우에는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 그럼 나는 내 월급도 못 받으면서 월급을 주지 못하는 사업주를 변호해야 하는 위치에 있구나...


나부터 챙기자. '본인의 멘탈 관리와 잔류/이탈 계획을 세우자'

인사팀의 역할이나 업무 특성상 자금적으로 회사를 어려움에 빠뜨리게 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임금체불 상황에서 '나의 잘못은 1도 없다.'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나친 감정 이입으로 나와 회사를 동일시하게 되면 죄책감은 나의 몫이 되기 때문에 절대 금지다.


특히나, 임금체불 대응 과정은 서류 작성의 반복인 데다 서류에 작성할 내용들이 원 단위 숫자를 기재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보니 잡아먹는 시간에 비하여 만들어지는 결과물은 많지 않다 보니 쉽게 멘탈이 흔들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회사의 임금 지급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본인의 통장을 살펴 수입 없이 몇 개월을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도 미리 해두어야 한다.


연속 체불 기간이 3개월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근로자, 사업주 모두 임금체불은 발생하는 순간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한두 달 정도야 개인의 신용이나 모아둔 자금으로 지낼 수 있겠지만 근로소득만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3개월 차로 접어들게 되면 버티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간이대지급금(이하 대지급금)이나 체불근로자 생계비 융자(이하 생계비 융자)는 3개월의 임금, 3년의 퇴직금을 한도로 하고 있어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결국 근로자가 사업주와 협의 다툼하여 받아내야 한다. 그나마 체불임금융자는 신청 후 2~3일 이내 지급이 될 정도로 빠르게 처리된다는 점은 다행이다. 물론 대출이니까...


대지급금과 생계비 융자에 대해서 조금 더 덧붙이자면

회사는 생계비 융자로 진행하는 것이 부담이 적다. 근로자에게 빠르게 지원금이 지급된다는 점과 노동부와의 접촉 없이 간단한 서류로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행정적 업무가 많지 않다는 장점 때문이다.


근로자의 경우 재직자와 퇴직자를 구분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재직자 = 생계비 융자, 퇴직자 = 대지급금]

재직자의 경우에는 앞서 말한 장점과 함께 이직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생계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 회사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는 동료로서의 모습도 어필할 수 있다. 그리고, 재직자는 체불임금을 대지급으로 지급받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공단의 설명도 있었다.

퇴직자는 회사가 자금이 생기더라도 재직자보다 지급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어 언제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대지급을 신청하여 노동부 진정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재직자와 퇴직자 중 누구를 먼저 지급해야 한다는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재직자를 먼저 챙길 것이고, 퇴직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솔직히, 적어도 100명 이상의 회사가 임금체불이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면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현실적인 상황을 공유하고 사직을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길어지면 서로 힘들다. 가능하면 '장기전이 되지 않도록 해보자'

회사가 빠르게 자금을 확보해서 체불 임금을 청산하는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 부분은 인사팀장이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흐린 눈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자.


사업주는 돈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고, 근로자는 돈을 받아야만 하는 입장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포인트는 상황을 빠르게 졸속을 의미하는 게 아님 마무리하는 것이다.


임금체불은 명확하지만 돈을 준 사실이 없을 테니까!!! 그 사실이 소송을 통해 판결로 확정되기까지는 긴 시간과 절차가 필요한 만큼 근로자에게는 부담이 되고, 사업주 입장에서도 계류 중인 민형사 소송이 있을 경우심지어 임금체불로 신규 투자 및 각종 정부지원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의 어려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근로감독관에게는 회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되 임금을 지급할 의지와 함께 시간적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여 시정지시서 발급 시점을 최대한 미뤄야 한다.

감독관의 성향,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경영악화로 인한 임금체불 상황에서 회사가 해결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인다면 우호적으로 대해주는 경우가 더 많았던 편이다. 그들도 근로자의 생계를 위하여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목적이지 회사를 처벌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 그런 것 아닐까.

근로감독관 명패에 적힌 특별사법경찰관이라는 문구가 주는 압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겸손한 자세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감독관에게 시간을 얻었다면 근로자들의 체불 금액에 따라 지급 우선순위와 지급 일정을 정한 뒤 개별로 소통한다.

지급 금액은 체불임금에서 대지급금을 한도를 초과한 금액으로 협의하면 된다. 다만 연차수당과 소득세 정산분은 대지급금 대상에서 제외되니 퇴직월의 급여명세서는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개별 대응의 핵심은 보안을 유지하는 것인데 이 부분이 쉽지 않다. 나는 "회사가 지급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순차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진정이 몰려서 금액이 커지게 되면 오히려 전체적으로 지급이 늦어질 수 있다"라는 식으로 호소하며 보안 유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서 퇴직자를 단체 채팅방으로 모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칫 집단화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며, 보안 유지를 약속한 근로자가 방을 탈퇴하는 순간 남은 인원이 동요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근로자와 협의 내용을 근로감독관에게 전달하여 상황이 잘 관리되고 있음을 수시로 어필해야만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나부터 살자'

내가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를 상대로 회사가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록 사용자를 위하여 행위하고 있지만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팀장도 임금체불에는 멘탈이 갈려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의 노력을 회사가 지원해주지 않는(못한)다고 생각될 때

근로감독관과 근로자를 설득해 왔는데 막상 지급 시점을 지키지 않는(또는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특히, 생산을 위한 원부자재 구매나 임원 경비 지급 등에 자금을 먼저 집행해야 해서 근로자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내가 일 처리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진은 상황을 더 미룰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사실 그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나의 체불 금액이 3개월 급여, 3년 치 퇴직금에 도달했을 때

흔히 말하는 최우선 변제권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회사가 파산을 하더라도 그나마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임금체불이 3개월 차면 많은 인원의 이탈과 함께 수많은 회색지대 업무들이 인사팀으로 몰렸을 가능성이 크다. 임금체불 진정 대응과 함께 몰린 일들을 3개월 동안 해 왔다면 본인의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조금의 죄책감 없이 떠나도 된다.


내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이직이 확정되었을 때

이걸 고민을 할 일인가?


그리고, 나는 2026년 1월 30일 퇴사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