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기운이 강력히 발산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는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줄곧 러시아의 졸전을 보도했지만 사실 러시아는 단 한 번도 전쟁의 승기를 놓친 적 없었다. 되레 전쟁 이후 유럽에 가스를 팔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듯하다. 우크라이나는 패전의 문 앞에 서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사실상 지원을 끊었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우크라이나의 패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쟁 이후 자국과 러시아의 긴장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심 중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중동 지역의 정세를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다. 이곳의 상황은 복잡하다.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한 뒤 이스라엘은 사실상 가자 지구에서 초토화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이스라엘 북쪽에 위치한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툭툭 건드리고 있고 사우디 남쪽에 위치한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난하며 홍해를 출입하는 민간 상선에 테러를 가하고 있다. 이에 분노한 미국과 영국은 후티 반군 기지에 미사일을 날렸지만 후티 반군은 이를 개의치 않는 듯하다. 한편 하마스는 이슬람 수니파이고 후티 반군은 이슬람 시아파이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같은 이슬람이지만 서로를 원수처럼 여긴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후티 반군이 하마스를 돕는 건 상당히 의외이다. 수니파의 수장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수장 이란은 되도록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란 폭풍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몸을 낮추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란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조직 IS가 테러를 일으켜 백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IS를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시리아에 있는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이스라엘과 밀접한 쿠르드족, 그리고 IS 기지에 미사일을 날렸고 튀르키예도 시리아의 쿠르드족에 미사일을 날렸다. 이 중에서 파키스탄은 이란에 똑같이 미사일을 쏘는 것으로 맞대응하여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만에서는 친미-독립 성향의 후보가 총통에 당선되었다. 중국은 이번 대만의 총통 선거에서 친중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여러 군사적 위협을 가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로써 중국과 대만의 갈등은 격해질 것이고 이는 곧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로 이어질 것이다.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미국의 힘이 약해진 탓이다. 만약 미국이 압도적으로 강했더라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면전을 개시할 가능성은 작았을 것이고, 중동에서 이란을 중심으로 반미 국가들이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친미 국가들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힘이 강했더라도 언젠가는 부딪혔을 것이다. 현재 중국이 미국과 전쟁을 벌여 승리할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만약 중국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육로로 받게 되어 미국의 해상 봉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미국이 중동 정세를 신경 쓰느라 중국에만 집중할 수 없다면, 북한이 남한의 군대와 더 나아가 일본의 군대까지 묶어둘 수 있다면, 중국은 어쩌면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할지도 모른다. 많은 '만약'이 필요하지만 역사는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윤석열정부는 한미일 동맹을 신봉하는 정권이다. 미국은 반드시 중국에 승리할 것이고 북한은 우리가 무력으로 정복해야 할, 대화할 필요조차 없는 상대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윤석열정권은 한중간의 관계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끊고 있다. 그런데 정말 미국이 중국에 승리할까? 러시아와 중동의 반미 국가들은 정말 미국이 중국만을 상대할 수 있게끔 쥐 죽은 듯이 세월을 보낼까? 나는 미국이 중국보다 강하지만 미중 대결에서 미국이 완승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은 적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국 편에 올인하는 것은 대단한 패착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