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나를 인정해 주는 힘
소심하지만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나'의 중학교생활은
겉으론 조용해 보이지만, 늘 사부작거리며 무언가를 하고 있긴 했다.
반장은 싫지만, 부반장은 좋았고!
체육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춤추는 것은 못했지만,
노래 잘하는 친구의 피아노 반주는 해볼 만했다.
반장이 교내외 행사에서 사회를 맡아 칭찬을 받을 때,
나는 친구들과 쾌적한 교실에서 수업받는 환경이 좋아서 교실 미화를 도맡아 하며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다.
수업시간에는 먼저 손을 들기보다
누군가 들기를 기다리며 답을 공책에만 적어보고,
발표가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머리도 아프고 배도가 살짝 아파오기 시작했다.
"틀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보다 늘 반 발짝 앞섰으니까.
수학여행을 준비할 때였나.
인기 있고 예쁘장한 친구들이 삼삼오오 장기자랑을 준비하며 쉬는 시간마다 교실뒤에서 춤연습이 한창이다. 나는 애써 관심 없는 척 학원숙제를 하거나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는 듯 무심하게 보았지만, 집에 와서 방문 닫고 아이들이 했던 춤을 따라 해 보며 피식 웃기도 했다.
'나도 저기 서보고 싶은데' 하면서도
'주목받는 건 싫어'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인기쟁이는 아니었지만, 존재감 없는 건 싫었다. 그래서 조용히 사부작거리며 부단히 노력했다..
나는 안다.
나는 겁은 많지만,
친구들의 표정과 말투를 잘 읽고,
조용히 내 몫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앞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어떤 일이든 성실하게 준비하려고 애썼고,
작은 역할이라도 맡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해내었다.
소심하지만 하고 싶은 게 많은 I.
'나'의 학교생활은
크게 빛나지는 않지만,
매일 조금씩 조금씩 나를 키워가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질문을 하실 때,
노트에만 적어두던 답을 마음속으로 한 번 더 되뇌고,
고개를 아주 살짝 들어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는 것.
손을 들지는 못해도,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는 연습 같은 것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수업이 끝나고 나면
‘오늘은 나도 교실 안에 열심히 있었어’라고 나를 칭찬해 주었다.
또, 조별 활동에서 “이건 어때?” 하고 낮은 목소리로 의견을 덧붙이거나, 친구가 망설일 때 “괜찮아, 네 생각 좋아”라고 말해주는 것.
다른 친구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숨고 싶어 하는 나를 조금씩 밖으로 불러내려고 힘을 내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키운 내 마음은
사람들 앞에 서는 '용기'보다는
'내 마음을 부정하지 않는 힘'으로 자라났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고 조용히 나를 인정하는 힘.
시끄럽지 않아도, 빠르지 않아도,
나만의 속도로 충분히 잘 가고 있다는 걸 믿는 힘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소심하다.
새로운 자리에 가면 먼저 말을 걸기보다 주변을 살피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머릿속에서 몇 번은 굴려본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 망설임은 약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말보다는 글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글로 나를 반성하며 정리하는 일은 하나도 어렵지 않았으니까.
소심하지만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나의 중학교 생활은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예행연습 같은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조용히 버티고, 사부작거리며 준비하던 그 시간 덕분에 지금의 나는 여전히 겁이 많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거나 망설이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맞추며
아주 조용하게 자라는 중이다.
대문자 I '나'는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와 같은 대문자 I성향의 친구의 이야기이도 합니다.
'나'의 이야기는 과거의 '나'가 겪었던 일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때에 따라 인물의 설정이나 배경이 허구일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