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유~~~
친구가 전화를 해서 첫마디가 '나 좀 위로해 주라'였다. 이유를 물었더니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너무나 많은 이유가 있다며 그냥 위로가 필요하다고 했다. '괜찮다고~' 한마디 위로 해주라는 것이었다. 의아했지만, '아무개야~ 괜찮다, 괜찮아~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다."라고 해주면서 서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연말이라서 들뜬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들 힘들어하는 것을 본다.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핀잔만 들을 때, 예기치 않은 오해가 생겼을 때, 스트레스 때문에 힘든데 할 일도 많은 날, 무엇보다도 외롭고 서러울 때 우리들은 위로가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는 사는 동안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날보다는 자신이 위로받고 싶었던 날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 살던 집 안에 내 작업실 벽에는 10여 년 동안 'It's alright! Be youself'이라는 글씨가 크게 써 붙어있었다. Secret 이란 책에서 원하는 것을 쓰거나 그림으로든 벽에 걸어두고 그것을 자꾸 보면 이루어진다고 쓰여있었다. 아마도 그 당시에 어떤 것으로든 위로받고 싶은 일이 많았었나 보다. 파도처럼 몰려오는 상황들이 힘에 겨웠을 수도 있었겠다. 또한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에 저항할 수 없다는 무력감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로부터 속수무책일 때 문득 벽을 쳐다보면 깊은숨을 쉴 수가 있었다. 'It's alright!'이라는 글씨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글씨들을 보면 맘이 편해졌다. 그냥 괜찮아졌다. 매번 인지하지는 못했겠지만 그 글씨들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나를 위로해 주는 역할을 해준 것이다.
그 예전집에서 이사를 해야 해서 벽에 붙어있던 'It's alright! Be yourself'라는 글씨를 떼어야 했다. 한참 동안 망설였다. 오랜 친구와 헤어져야 하는 심정이었다. 마치 "너 이제 정말 괜찮아진 거야, 넌 진짜 네가 된 거야, 내 역할은 다했으니 떼어도 괜찮아, It's alright!"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글씨들을 간직하고 싶었지만 너무 단단하게 붙여놓아서 떼어낼 때 모두 조각조각으로 떨어졌다. 조각조각으로 떨어진 글씨들의 영혼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단단하게 엮어놓았다.
단단하게 다 괜찮아진 둥이 할머니가 이제는 스치는 인연들을 안아주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인다.
It's alright ! You'll be O.K~~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