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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va Dec 09. 2024

연말에 다시 시작~

마음을 살랑살랑 흔든 달

40여 년 동안 기록해 온 일기의 문장들을, 나는 콜라주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추상 풍경화로 풀어낸다. 각 이미지 속에 숨겨진 이야기는 나의 삶을 지나온 감정의 파편들이다. 그 시절, 내가 마주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그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나는 쓰기를 통해서만 내면을 치유하려고 애썼다. 내 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일기 속에는 기쁨, 슬픔, 사랑, 분노, 희망 등 지나온 시간들의 감정과 추억들이 그대로 고백되어 있다. 어느 날, 오래된 일기를 다시 펼쳤을 때의 놀라운 경험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며 그때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 듯, 모든 감정이 생생히 살아나 나를 휘감았다. 그때의 아픔과 슬픔이 나를 사로잡는 순간, 그 벅차오르는 뜨거운 것 때문에 내 눈에서 뜨거운 것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 뜨거운 것을 내보낸 내 속이 너무 가벼워 신께 기도를 했다. 감사하다고! 비록 지난날의 감정 때문에 흘린 뜨거운 것이지만 동시에 그 시절의 감정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를 온전히 다시 한번 기록하고 싶었다. 글이 아닌 추상그림으로.  내 안의 무수한 감정들이 그저 숨겨지거나 억제되지 않고 이제는 그림으로 풀려나기를 원했다. 접혀 있던 노트 속의 기억들과 추억들을 꺼내주고 싶었다. 이제는 나와도 괜찮다고!


보여주지 못하고 숨겼던 지난날의 감정들이지만  내게는 귀한 시간과 기억들이었다. 지나온 시간 속의 감정들은 한때 나와 함께했던 무채색의 그림자들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무채색의 그림자들은 점차 정화되어, 마침내 색으로 변해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언제부터인가 내 추상작업 안에 추상이 아닌 풍경들이 보이고 있다. 이제는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도 괜찮다는 의미이다.


색과 형상들은, 나의 추억에서 느껴졌던 감정들의 본질을 표현한다. 그 감정들이 기쁨이었든, 아픔이었든, 그리움이었든, 그것들이 모두 ‘노바'라는 호수 위에서 빛나는 색으로 일렁이며 다시 되돌아온다.  이 삶은 힘들지만 아름다운 여정이라는 깊은 성찰이자, 그 속에서 얻은 내 삶의 긍정적인 깨달음의 표현이다.


지난달에 우연히 집 앞에서 둥그렇게 떠있는 환한 달을 보았다. 옆에 작은 creek에 비치는 달이 이 둥이 할머니 마음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 작업을 시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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