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세계사는 유럽과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작성되었다
뛰어난 왕이었던 (마케도니아) 필리포스 2세가 기원전 336년에 암살당한 후 왕위에 오른 이 젊은 장군이(*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3세 Alexander III) 자신의 영광을 추구하기 위해 어느 쪽을 향할지는 명백했다.
그는 유럽 쪽은 한순간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곳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도시도 없고, 문화도 없고, 위신도 없고, 보상도 없었다.
다른 모든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알렉산드로스에게 문화와 사상과 기회는 (마찬가지로 위협도) 동쪽에 있었다.
그의 시선이 고대 세계의 최강국으로 향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 나라는 바로 페르시아였다.
- 피터 프랭코판(Peter Frankopan) 지음, 이재황 옮김, [실크로드 세계사 (2017), 원서 제목: The Silk Roads (2015)], Page 25
기원전(B.C, Before Christ) 300년 전후에서 기원후 1400년대까지(아무리 빨리 잡아도 1300년대) 유럽은 황무지였다. 오늘날의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유럽에 흩어져 있던 모든 국가들로부터 배울 것은 전무했다. 지금은 상상하기가 조금은 어렵지만, 당시에는 '유럽 문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오늘날 전쟁과 지역 분쟁, 종교 갈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동지역은 기원전 300년 전부터 문명이 꽃피던 시기였다. 이곳이 바로 오늘날의 이란과 이라크, 이집트 권역이다.
원래 평화로웠던 이곳은 1700년대에 이탈리아, 영국 등 식민지 시대의 유럽 국가들이 정복에 이은 통치와 간섭에 이어 1900년대에는 영국과 미국의 개입으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이집트에 피라미드가 건축되는 등 중동에서 문명이 꽃피던 시기였던 기원전 300년-100년 기간 동안, 중국 역시 만리장성과 같은 대규모 건축기술이 발달하는 등 제국(진나라, 진시황)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에 세계 지도상의 확실한 문명국가는 중동과 중국이었다. 가장 먼저 발달한 중동의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약 100년 후에 시작된 중국 문명이 상호 왕래하던 길이 '실크로드(Silk Roads, 비단길)'이다.
중국 산시성 시안(옛지명: 장안)에서 출발하는 실크로드는 최종 목적지인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 위해서는 오늘날 이란의 ‘테헤란’ 지역을 반드시 거쳐야 했다. (로마가 세계사의 중심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란이 실크로드 1차 종점이었다.)
위 책에서 등장하는 '젊은이'는 '위대한 왕'이란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 '알렉산더 대왕'(Alexander the Great)으로 당시 그는 '마케도니아' 왕국의 차세대 지도자였다.
마케도니아는 오늘날 발칸 반도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북마케도니아 공화국 (Republic of North Macedonia, 2019년 국가 명칭 변경)과 그리스를 포함한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그리스 북부 지역에 그리스령 '마케도니아'라는 행정 구역이 있으며,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영토 대부분과 그 문화적 유산의 중심지를 포함한다.
여기에 더해 현재의 불가리아 (Bulgaria) 남서부의 블라고에브그라드 주(피린 마케도니아) 일부가 마케도니아 영토였으며, 알바니아, 세르비아, 코소보의 일부 작은 지역 또한 지리적으로 마케도니아 지역에 포함되는 광범위한 제국이었다.
이렇게 넓은 영토의 왕이었던 알렉산더 대왕이 향한 곳이 '페르시아'였다. 페르시아는 오늘날 세계 강대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Iran)'이다.
고대 기원전 4세기에는 유럽의 '마케도니아' 제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했던 (페르시아) 나라가 21세기인 현대에는 세계적인 군사 강국이라는 '미국'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봉쇄를 당하는 같은 국가 (이란) 라는 상황을 보면서 반복되는 역사의 굴레를 또 한 번 느낀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 미디어에 의해 접하고 있는 종교 분쟁지역(무슬림과 기독교), 영토 분쟁 지역(이스라엘-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가 양성되는 지역으로 만 알고 있는 중동(이란) 지역이, 고대에는 유럽 제국마저 탐내던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세계 1위의 문명의 발상지였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해 본다.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향해 원정을 떠난 시대의 한국은 (B.C 100년-A.C 10년 사이) 고조선을 지나, 고구려, 백제, 신라가 태동한 삼국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실크로드를 따라 중동의 상인들이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까지 입국했다. 그 대표적인 흔적이 경주 원성왕릉에 세워져 있는 훨칠한 키에 머리에 터번을 두른 중동 사람 모습을 하고 있는 거대한 석상이다.
2025년 11월, 한국의 대통령이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Untied Arab Emirate)과 이집트(Egypt)를 해당 국가에서 초청한 귀한 손님(국빈) 자격으로 방문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문명이 발달하였던 중동 지역의 국가들이 한국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보면서, 이제부터라도 중동 지역 국가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시작되길 희망해 본다.
Title Background Image: Persepolis City (Takht-e Jamshid in Iran), Photo by Reza Modiri from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