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한 단어로 정의하면 뭘까? 뜬금없이 물어도 답해 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물었다.
강물, 귀욤, 나비, 담담, 사랑스러움, 섹시2, 시크, 열정2, 온화, 자유로운 영혼2, 화끈, calm, caring person, discreet, dreamer.
내가 따뜻하고(온화, caring person) 차분하며(강물, 담담, 시크, calm, discreet) 정열적이고(나비, 열정, 자유로운 영혼, 화끈, dreamer) 매력적인(귀욤, 사랑스러움, 섹시) 사람으로 보인 모양이다. 그들의 눈은 정확했다. 내 생각도 다르지 않다. 나는 침착한 동시에 열정적인 사람이다. 모순적이기도 하다. 정적이면서 동적인 셈이다. 겉은 고요하고 속은 시끄럽기 때문이다. 은밀하게 떠들썩한 성질이 성격의 불균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불균형은 내가 양면적인 성향을 고르게 지니도록 했다. 글은 안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이기에 나의 내면이 묻어난다. 굳세고 살아 있다. 다소곳이 앉아 있는 나의 모습과 글은 어울리지 않는다. 상냥하고 얌전한 태도는 나이지만 나를 대변하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얽매이거나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이다. 질문을 던졌던 이들 중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있거나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은 나를 정적으로 기억했다. 오래 알았거나 허물없이 지내는 사람은 생동감 있는 말로 나를 표현했다. 나는 자신에 대해 소란스럽게 늘어놓고 싶지는 않으면서도 나의 안쪽에 대해 알아줬으면 한다. 글을 쓸 때 나는 말하지 않으면서 말할 수 있다. 차분해 보이지만 차분하지 않을 수 있고 소리 없이 날 수 있다. 글쓰기는 나를 나답게 하는 과정이다. 내가 책 한 권이 되었을 때 나를 펼친 누군가가 가만히 책장을 넘기면서 놀라고 들떴으면 한다. 다음 장이 궁금해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읽는 책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양면성이 글에 드러나는 게 좋을 것이다. 온도와 색깔이 다른 말들이 속력을 가질 때 서로 다른 속성은 충돌하며 갈등을 빚는다. 갈등은 리듬을 타고 흐르며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가 모여 책이 된다. 나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사람이었으면 한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되고 싶다. 때로는 어느 한곳에 멈추어 오래 바라보게 되는 그런 문장이 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소설가라는 꿈은 나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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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나를 C라 하겠다. C에 대한 나의 총평은 세련된 보통이라 할 수 있다. 뛰어난 면은 없지만 다방면에서 두루 교양을 갖추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역사에서 C가 피지배 계급에 속한 적은 없었다. 외부 세력에 끌려가지 않고 항상 스스로를 다스리며 영역을 넓혀 왔다. 제1차 세계대전은 태어날 때, 제2차 세계대전은 중학교에 진학할 때 일어났다. 혹시 모를 3차 전쟁을 대비해 비밀리에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C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과 시장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큼직한 지출을 할 때도 있지만 가계에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며 대체로 돈 나갈 일을 별로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경제적인 생활을 꾸린다고 할 수 있다. 반면 C와 같은 사람이 늘어난다면 시장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정에 이끌리는 계획 없는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 성향은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얼굴은 보수, 몸은 진보, 마음은 중도다.
사회에서 C는 개인주의를 추구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타인의 도움 없이 문제를 처리한다. 의미를 찾기 힘든 집단을 견디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모임에는 아낌없이 시간을 쓴다.
C가 가진 윤리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정직이다. 거짓을 인정하지 않고 꾸밈없음을 좇는다. 바르고 곧은 상태를 유지한다. 자연스러운 자연과 인간적인 인간을 좋아한다.
세상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관심을 많이 두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회의주의적인 철학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사회의 때를 묻혀도 이상주의자와 같은 순수함은 버리지 못한다.
C는 직접 보고 들은 사실이 아니면 잘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현상이 명료해지며 문제 풀이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상황을 압축해 핵심어를 뽑아 내 사실을 검증하기 원한다. 그러나 C가 늘 과학적이지는 않다.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어느덧 인생의 방향이 되었다. 자신이 예술이 되기 위해 예술과 가까운 아름다움을 지니려 한다. 아름다운 생각으로 아름답게 행동하면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듯한 존재를 인정하기보다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기 좋아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은 종교적이라 할 수 있다. 굳게 믿으며 의심하지 않는다. 믿으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타인과 자신 사이에는 작은 강이 흐르기를 바란다. 신비스러운 기운이 관계를 푹신하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역사, 경제, 정치부터 신비까지의 키워드는 채사장의 넓고 얕은 지식에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