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읽기 5
'김영란법'은 문화일보 사설에서 임의로 만든 말이다. 내가 처음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생각해 냈을 때의 이름은 '공직자의 사익추구방지법'이었다. 공직자 직무수행에 관한 사익추구를 금지해 공직과의 이해충돌을 방지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청렴한 공직자가 되자는 취지였다. 금품수수와 부정청탁만 막아서는 안 되고 그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다른 유형을 다 막으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이해충돌방지 부분은 모두 빠지고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수수 금지만 남게 되었다.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그런 청탁을 하지 못하도록 공무원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부담을 덜어줄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지키지 않는 행동강령이 아니라 지켜야 하는 법이 필요했다. 청탁금지법은 처벌법이 아닌 청탁을 거절할 매뉴얼이다. 아닐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를 키우기 위한 훈련이다. 공직자뿐 아니라 국민 스스로 윤리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자는 것이 목표다.
부를 가진 사람이 명예와 권력까지 다 차지하는 것은 평등하지 않다. 부를 가진 사람은 부만 갖고 명예를 가진 사람은 명예만 갖는 것이다. 대법관이 열세 명인 나라에서 대법관을 지낸 것은 최대의 영예였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학교로 돌아왔다. 판사가 되어 공직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으면 특별한 과오를 저지르고 법원을 나오는 경우가 아닌 한 무조건 정년까지 하고, 변호사는 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서야말로 영혼을 흔드는 충격이자 세상을 잘 살아가게 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를 읽고 주인공 토니오처럼 세상 밖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끝없이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책을 떠나 사람을 읽는 시간 [사람읽기]
- 한국의 살아있는 사람 중 문장으로 읽고 싶은 대상을 정해 일인칭 시점으로 썼습니다. 주인공이 책이나 인터뷰에서 직접 한 말들을 정리해 한 편의 글로 엮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