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여행을 해야 된다는 거야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

by 아륜

서점에서 김영하를 발견하고 바로 샀다. 시칠리아 여행 산문집이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 시대 이전에 경험한 마지막 여행이라고. 제목을 새로 지어 출간한 책이다.

김영하 여행기를 읽으면 그 나라에 대한 정보를 얻고 감상을 누리는 정도를 넘어 여행자 김영하가 주인공인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소설가는 에세이를 쓸 때도 소설 느낌을 놓지 않는다. 주인공 김영하 씨가 시칠리아에서 오일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시장에서 재료를 사고 요리하는 대목을 읽으니 절로 파스타가 먹고 싶었다. 그 꼭지를 읽은 다음날 근사한 데서 오일 파스타를 먹었다.

책의 끝에서 김영하가 아내에게 말해 준 이탈리아 속담.

'사랑은 무엇이나 가능하게 한다. 돈은 모든 것을 이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그리고 죽음이 모든 것을 끝장낸다.'

그리고 덧붙인 김영하의 말.

"그러니까 여행을 해야 된다는 거야."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관광 말고 한 달, 두 달, 석 달 살기. 해외여행은 어려운 때니 국내라도. 너무 늦지 않게. 그곳의 일상을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김영하의 레시피도 들어 있다.

김영하가 이대로 늙지 않고 자기 안의 어린 예술가를 잘 지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