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봄 산책

by 아륜

산책이 기분을 바꾼다는 사실을 안다. 알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은 울적이에겐 쉽지 않은 일. 오늘은 나가기로 결심했다. 트레이닝 팬츠는 그만 좀 입고. 낮 기온이 14도까지 올랐다. 긴팔 원피스 한 장 입고 집을 나섰다. 어깨가 움츠러들 만큼 쌀쌀했지만 걷자마자 괜찮아졌다. 거리는 아직 겨울이었다. 나는 손난로로 사용할 아메리카노를 한 잔 샀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천천히 걸었다. 터진 입술에 바를 연고를 사러 약국에 들어갔다. 복약 지도가 대학병원 진료 시간보다 긴 약사님이 있다. 상세하고 친절하게, 이제 그만 가고 싶을 정도로 오래 설명해 준다. 짧은 시간에 약리와 질병 교양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추천받은 연고를 가지고 나와 조금 더 걸었다. 이제 그늘에 있어도 춥지 않았다. 마트에 갔다. 채소와 과일, 간식거리를 샀다. 페트 음료를 세 개나 사고 낑낑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배달음식에 마음껏 취하고 싶은 욕구를 가까스로 누르고. 어제도 그랬으니까. 오늘 저녁은 샐러드를 만들어 본다. 한낮에는 봄옷을 입어도 될 듯하다. 나갈 땐 춥지만 조금만 걸어도 알맞은 차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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