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서관에 머물다 오곤 한다. 오늘은 매콤한 음식이 먹고 싶었다. 식당에서 떡볶이를 먹는데 분식 전문점이 아니라 그런지 맛이 그저 그랬다. 맛없는 떡볶이를 먹고 나오며 메로나를 샀다. 연두색 포장지를 까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밖으로 나왔다.
한낮은 뜨거웠다. 메로나가 녹기 전에 허겁지겁 먹는데 입구에서 어떤 분이 불러 세우며 저기요 학생이세요? 했다. 아니요 직장인이에요, 답하고 내미는 종교기관 팸플릿을 외면했다. 길을 걸으며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는 아이스크림을 보고 생각했다. 참 나는 이제 직장인이 아니잖아. 난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아닌 벌써 직장에 들어간 지 한참이나 된 사회인이라구욧! 이런 뜻에서 직장인이라고 대답하기는 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직장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자유업이라 해야 하나. 내가 직장인 그룹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는 자유인! 랄랄라.
아이스크림 막대를 쓰레기통에 버리니 매운맛이 가셨다. 도서관에는 특유의 우울감이 번져 있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나와 같은 자유인이 멋대로 들락거릴 때면 조금 미안해진다. 아까는 어떤 학생이 농구 바지를 입은 채로 바닥에 무릎 꿇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왜 저럴까, 졸려서일까. 바닥이 시릴 텐데, 냉커피보다 찰 텐데. 나는 무슨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잠깐 있다 가는 거긴 하지만 있는 동안에는 치열하게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나이도 소속도 함부로 규정할 수 없는 자유인이 되었다.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그렇다. 도서관은 나의 자유로운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2019년 7월 6일 토요일의 일기)
2019년 7월 1일은 월요일이었다. 6월 말까지 일하고 이십 대 후반이 되어서야 드디어, 휴학과 휴업 없는 인생 처음으로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사람이 된 것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쉰 적은 없다. 퇴사하기 전 프리랜서로 일할 시스템을 만들었다. 풀타임 정직원으로 근무하지 않을 뿐 쉬지 않고 글쓰기 수업을 하는 등 적지만 돈을 벌고 있다. 성향으로는 오히려 워커홀릭에 가깝다. 조직이 버거웠을 뿐 늦잠을 자고 싶거나 흥청망청 놀고 싶은 적이 없었다.
주말을 보내고 자유인의 첫날인 월요일. 출근시간에 일어나 시립도서관 중 큰 곳으로 갔다. 버스를 타고 창가에 앉아 아침 햇볕을 받는 그날의 기분이 생생하다. 아, 살만하구나. 나는 다 가졌어. 아무것도 필요없다. 도서관에 가서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책 읽기뿐이었다. 문헌정보실에 가서 분야별로 책을 여러 권 빌렸다. 단,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수필류보다는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비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기술과학•철학•역사)과 고전문학을 봤다. 예전처럼 매번 리뷰를 작성하지 않고 메모하고 싶은 부분만 짧게 기록하며 다양한 세계를 여행하려 했다. 직장에서도 하루에 여덟 시간 앉아 있었지만 그래야만 해서 그런 거였고 도서관에서는 스터디를 만든 것도 아니고 혼자 의지로 있어야 하니 규칙을 정했다. 나를 수험생이라고 생각했다. 평일 오전 도서관에 세 시간 이상 머물 것, 남들이 공부하는 열람실에 앉아 순수 집중하는 시간을 측정해 기록할 것. 화장실에 가고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 보는 시간을 제외하고 책에 집중하는 시간만 스톱워치로 쟀다. 목표는 3시간인데 안 될 때가 많았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수능 공부를 하거나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성인 틈에서 교양서적을 뒤적이는 게 민망하긴 했지만 자세만큼은 비장하게 앉아 시간을 보냈다. 나는 소설가가 될 거야, 그러니 이렇게 해야만 해! 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한 거였다. 점심이 되면 집에 돌아와 일을 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문학을 읽었다.
7, 8, 9, 10월 오전 도서관 순수 집중시간 (목표 3시간)
10.28. 월 2시간 30분
10.24. 목 2시간
10.21. 월 2시간 45분
10.17. 목 1시간 50분
10.16. 수 2시간 40분
10.14. 월 2시간
10.10. 목 2시간 30분
10.8. 화 2시간 15분
10.7. 월 3시간 8분
10.4. 금 2시간 40분
10.2. 수 2시간 50분
10.1. 화 2시간 45분
9.30. 월 1시간 42분
9.26. 목 2시간 45분
9.25. 수 3시간
9.24. 화 2시간 15분
9.23. 월 2시간 15분
9.20. 금 2시간 35분
9.19. 목 2시간 20분
9.18. 수 2시간 20분
9.16. 월 3시간 7분
9.10. 화 2시간 25분
9.9. 월 2시간 6분
9.6. 금 2시간 20분
9.4. 수 2시간 15분
9.3. 화 2시간 20분
8.29. 목 2시간 35분
8.28. 수 2시간 10분
8.27. 화 2시간 30분
8.26. 월 3시간
8.22. 목 2시간 25분
8.21. 수 3시간 10분
8.20. 화 2시간 40분
8.19. 월 2시간 20분
8.15. 목 3시간
8.14. 수 3시간
8.13. 화 2시간 40분
8.12. 월 2시간 15분
8.10. 토 2시간 20분
8.8. 목 2시간 25분
8.7. 수 2시간 20분
8.5. 월 2시간
8.1. 목 2시간 15분
7.31. 수 2시간 45분
7.30. 화 2시간 10분
7.29. 월 3시간
7.25. 목 2시간
7.24. 수 2시간 20분
7.23. 화 2시간 50분
7.22. 월 1시간 40분
7.17. 수 2시간 30분
7.16. 화 2시간 30분
7.15. 월 1시간 55분
7.11. 목 2시간 45분
7.10. 수 2시간 20분
7.9. 화 2시간
7.8. 월 2시간
7.6. 토 3시간
7.5. 금 2시간 50분
7.4. 목 2시간 40분
7.1. 월 3시간
사 개월간 도서관에 다니니 한이 조금 풀렸다. 더는 열람실에 안 가도 되었다.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소설을 썼다. 이전에도 가끔 픽션을 썼지만 단편 분량의 이야기는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책은 생각하지 않았고 소설을 그리며 썼다. <외로움을 맡아드립니다>는 나의 가장 순수한 시간을 담은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