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바다

by 아륜

배를 버리고 물에 뛰어들었다. 나를 태워온 배가 멀리 떠내려간다. 강물을 휘젓던 노를 챙겼다. 이걸로 너를 간지럽힌다. 이제 네가 나의 배다. 아주 커다란. 나는 이 넓은 강에서 마음껏 헤엄친다. 여태 노를 저으며 근육을 단련했다. 나는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물을 헤치며 유영한다. 몸을 가두는 옷은 전부 벗어 배에 두었다. 물 위로 숨쉬며 첨벙거리다 숨을 참고 네 속으로 들어간다. 소금기 없는 담백한 물. 아직은. 나는 너를 통째로 데리고 바다로 간다. 바다는 너보다 짜고 두텁고 컴컴하다. 너는 울게 될 것이다. 바다는 웃음보다 맛있는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맛보고 나면 매일 울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강물은 갈수록 커진다. 숨이 가빠온다. 노를 버리고 길목에 다다른다. 너에게 말한다. 잘 들어, 곧 바다야. 너는 말없이 따라온다. 나는 너의 온몸을 끌어안고 한번 들어가면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향한다. 바다를 닮은 네가 따라잡지 못할 짠맛이 나의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나는 바다에 너를 풀어놓는다. 너는 물의 압력을 견디며 자유롭게 팔다리를 편다. 그러다 몸을 굽혔다가 다시 늘어지게 뻗는다. 이제 너의 이름은 강이 아니라 바다가 된다. 바다야 비트를 줘. 노랫말은 여기 있으니. 여긴 리듬이 필요해. 아무렇게나 수영해도 될 것 같지만 아니야. 너의 호흡과 나의 호흡이 이어져야 해. 그래야 내가 가라앉지 않고 네가 지루하지 않게 음악이 돼. 소스를 발라왔어. 네가 코드를 따. 멜로디는 네가 흥얼거리는 뭐든지. 베이스가 믿음직하니까. 바다는 내 말을 듣는다. 듣고 파도를 친다. 나는 바다를 믿고 나를 맡긴다. 바다가 행동한다. 바다가 소리를 낸다. 철썩 철썩 철썩 철썩. 바다의 동작이 거세진다. 나는 바다의 활동을 주시한다. 바다는 느려지는 듯하다가 다시 급해진다. 나는 바다의 불규칙 안에서 질서를 발견한다. 바다는 말하고 있다. 나는 바다를 받아들인다. 참을 수 있을 만큼 들이켠 후에 다시 내뱉는다. 나는 몸부림친다. 바다는 내 두 다리를 꼭 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나는 수영당한다. 내가 어떤 영법을 좋아하는지 바다는 학습한다. 바다가 하나의 곡을 완성한다. 나는 완전한 악보에 올라가 마음대로 노래를 부른다. 가사를 붙이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바다를 울린다. 나를 품에 안은 바다의 어깨가 넓어진다. 나는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 아무도 보면 안 되는 행위를 한다. 바다는 나를 돕는다. 그러다 나를 삼킨다. 바다는 내가 먹지 못하는 물을 준다. 마시는 척 입안에 바닷물을 머금으면 바다가 부르르 진동한다. 나는 바다 위에 눕는다. 바다는 나를 씻겨준다. 나를 안아 뭍으로 데려다준다. 나는 육지로 올라서자마자 또다시 바다에 빠진다. 바다는 처음인 듯 잠잠히 나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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