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꽃에게 물었다.
제 어디가 이뻐서 오셨나요?
꽃이 가만히 향을 뿜으며 말했다.
안녕, 혹시 나에게 냄새가 나지 않니?
네, 유혹적인 향이 나요.
냄새가 좋게 느껴지니 다행이구나. 독해서 누군가는 싫어할 수 있거든. 너는 자신이 얼마나 이쁜지 모르는 것 같아. 내가 알려줄게.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모르니 일단 여기에 앉아서 천천히 들어보렴.
나비가 꽃잎에 앉았다.
멀리서 네가 날기 시작했을 때 너를 한눈에 알아보았단다. 내가 아닌 누구의 눈에도 띄었을 거야. 너는 독특한 나비거든. 우선 날아가는 방향이 다른 나비들과 달라. 하늘에는 길이 보이지 않으니 보통 다른 나비들이 가는 곳으로 따르게 되는데. 너는 다른 나비들이 날아가는 곳도 아니고 그 반대편도 아니고 전혀 다른 기울기로 나는 것 같더구나. 나처럼 깊은 눈을 가진 꽃이 아니라면 너를 보았을 때 아마 저 나비, 뭐하는 거야? 하고 쳐다보았을 거야. 눈에 띄는 건 분명하지만 너의 가치를 알아보기는 힘들 수도 있어. 곁눈질로 보면 너는 어딘가로 날아가는 게 아니라 꼭 제자리에서 춤을 추는 것 같거든. 웃기잖아. 나비가 빨리 어디로든 날아가야지 왜 가만히 여유를 부리고 있어. 그런데 자세히 보면 너도 날고 있어. 나는 봤어.
다음으로 날갯짓하는 모습이 우아해. 너는 날개를 규칙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불규칙적으로 예상치 못한 표정을 짓는단 말이지. 나는 그 안에서 너의 리듬을 발견했어. 강렬한 동시에 고상한 너의 날갯짓에 나는 꼼짝도 못 하고 여기 주저앉았어.
마지막으로 네 날개를 좀 보렴. 문양이 예쁘지 않니?
색은 예쁜데 검은 점이 박혀 있어서… 날아다니다가 다쳤거든요.
다쳤구나. 아팠겠다. 괜찮니?
네, 이제 아프지 않아요.
검은 점이 어때서?
음, 아무래도 자국이 없는 편이 더 깔끔하잖아요.
그것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얼룩이 없다면 네가 아니잖니.
그렇죠.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가다 생긴 상처라 어쩔 수가 없어요.
그쪽으로 날아간 날들을 후회하니?
아니요. 후회하지 않아요. 좋은 비행이었어요.
그럼 된 거야. 전체적으로 보면 얼룩덜룩한 무늬가 너를 이루었어. 네 색깔은 자칫하면 약하게 보일 수도 있었어. 날카로운 무늬가 더해져 너만의 모습이 완성된 것 같은데.
그렇게 보니 제가 조금 예뻐지는 것 같네요.
아니, 너는 원래 이뻐. 처음부터 이뻤어. 무늬가 생기기 전에도 이뻤을 거야. 그때의 모습은 내가 못 봐서 잘은 모르지만. 내가 보는 지금은 지금대로 참 근사하단다.
향에 취할 것 같아요. 나른해지네요.
얼마든지 쉬어. 나도 네가 꼭 필요해. 그리고 나비야. 너가 온 거란다. 날개는 너에게 있잖니. 그 예쁜 날개 말이야.
기분이 좋아요. 마음이 편안해요.
그럼 조금 더 쉬어도 돼. 얇은 날개로 거친 하늘을 나느라 얼마나 고생했어. 나의 꽃잎도 겉으로는 무르게 보이지만 꽤 튼튼해. 네가 얼마든지 마음 놓고 힘을 빼도 돼. 너처럼 가벼운 나비는 사뿐 안아줄 수 있단다.
그러면 저 조금만 긴장 풀고 쉬고 싶어요.
그래. 잠깐, 잠들기 전에 하나만 기억해 줄 수 있니? 나는 네가 이뻐서 잎을 내어준 게 아니야.
그럼요?
너라서. 너라서 주는 거야.
나비는 깊은 잠에 들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꽃은 나비의 숨소리를 새근새근 들으며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