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마음이 고파졌기 때문이다. 마음이 고픈데 배가 더 고팠다. 소설은 감정과 함께 열량도 소비하니까 배가 고프면 못 쓴다. 이른 저녁을 먹어서 밥을 두 번 먹기는 그렇고 시리얼을 먹기로 했다. 시리얼은 있는데 우유가 없었다. 우유 대신 콜라만 있었다. 콜라에 시리얼을 넣어 먹으면 어떨까 상상했다. 아무래도 까맣고 달아서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시리얼을 그릇에 덜어 과자처럼 먹었다. 먹고 나니 배가 더 고픈 것 같았다. 이제 밥을 먹기는 더 그렇고, 홍시는 다 먹었고. 귤은 따분하고. 무얼 먹지?
나는 피자가 먹고 싶다. 피자가 있으면 저 콜라도 보람 차게 마실 수 있겠고. 피자 아 아 아 피자가 먹고 싶다고. 짠 피자 말이야… 건강피자 말구… 쓸수록 배가 고파지는 듯했다. 나는 시리얼이 사라진 그릇을 개수대에 내려놓고 메모장에 소설을 썼다. 아주 짧은 자전소설을. 든든히 먹은 게 아니니 든든히 먹은 때만 쓸 수 있는 소설은 못 썼다. 피자, 콜라, 우유, 시리얼에 어울리는 짧은 이야기. 먹고 바로 글을 쓰니 다시 배고파졌다. 마음은 조금 채워졌고. 마음은 비고 배는 적당히 불러야 소설 쓰기에 좋은데, 마음이 적당히 차고 배가 고프니 오늘은 못 쓰겠구나. 콜라에 시리얼을 넣어 먹으면 글쎄, 그렇게 이상할 것 같진 않은데. 그 정도로 배고프지는 않으니까 다른 간식을 찾아봐야겠다. 소설이 쓰고 싶어져서 결국은 소설을 썼다. 콜라에 시리얼을 넣어 먹으면 이렇게 웃긴 맛일 것이다.
Epilogue
아까 나는 교정 유지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1-2주에 한 번 생각날 때 밤에 끼는데 오늘 마침 장치 케이스가 눈에 띄었고 낄 때가 된 것 같아서 막 끼고 있던 참이다. 그런데 참 웃긴 게 뭔가를 금지하면 그걸 하고 싶어진다.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교정 장치를 입에 넣으니 더 먹고 싶었던 게 아닐까? 마음 먹고 낀 유지 장치를 또 빼야 하니 음식 먹기를 잠깐 망설였다. 그러나 교정 유지기라는 소재는 이야기와 크게 상관이 없고 늘어지는 것 같아 소설에서 제외했다. 유지 장치를 끼면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한번 빼면 다시 끼기가 귀찮아진다. 오늘은 소설(?)도 썼고 피자도 못 먹었으니 유지 장치라도 안 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