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내게 왜 그렇게 사냐 물었다. 물은 것도 아니다. 선고했다. 너 그렇게 살면 이렇게 된다, 하고 말이다. J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J는 나의 미래였다. 가만히 두면 자연히 따라올 앞날. J에게 물었다. 아니 항소했다. 이 판결, 저는 못 받아들이겠습니다. 과한 처분이에요. J는 어두운 법복을 펄럭이며 법정을 떠났다. J의 뒷모습은 너무 J다운 나머지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그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J가 없으면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대로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죄든 작품이든.
J의 숨통을 끊고 싶은 열망에 나는 매달렸다. 내 삶의 주인공 자리마저 내주었다. 나는 나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J에 대해 생각했다. J가 얼마나 J같은지, J가 끼치는 악영향, J없는 삶은 찬란하겠지, J의 호흡이 멈추는 표정을 보면 짜릿하겠지.
그곳에 나는 없었다. J는 내 시간을 삼켰다. 그렇지만 J가 없어야 내 삶도 나답게 펼쳐질 것 같았다. 나는 계획을 세웠다. J가 최고로 열심히 일하며 빛날 때 J를 없애기로. J는 바쁘신 몸이라 그냥 찾아간다고 만날 수 없었다. J를 만나기 위해 다시 나는 죄를 지었다. J는 내가 죄를 지을 때만 나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법이다. 저번에 만난 장소에서 우리는 다시 얼굴을 마주했다. 나는 J가 있는 판사석으로 달려갔다. 뛰며 외쳤다. 야이J야내눈앞에서그만사라져… 그 순간 나는 넘어졌다. 여기에도 계단이 있는 줄은 몰랐다. 경호원 여럿이 나를 깔아뭉갰다. J는 말없이 손을 들어 나를 풀어주었다. 나는 몸을 내던져도 안 되는데 J는 손짓 하나로 공간을 통제했다. J의 기품 있는 모습에 나는 무릎을 꿇었다.
J는 나에게 인생의 J같음에 대해 알려 주었다. 아니다. J는 J같음 그 자체다. 어감이 고상하지 않으니 J라는 이름을 붙인 것뿐이다. J는 법관이 아니다. J에게 권위를 부여한 사람은 나다. J는 차라리 죄다. 잘못이다. 나아가 죽음이다. 낙관을 쥐어짜볼까. J는 장난. 재미. 지혜. 아니다. J는… 자신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J는 J이다.
나는 J를 죽이기 위한 계획을 짜기에 앞서 휴식을 취하기 위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여행을 가려면 돈이 좀 필요한데 그러려면 일을 구해야 한다. 그런데 일만 하며 살다 언제 J를 죽이지? J를 처리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J는 나에게 열정을 준다. 나는 J가 죽었으면 좋겠는데 J는 나를 자꾸 살려둔다. J는 나를 사랑하는 걸까? 나는 J를 증오하는데. J는 역시 죽어 마땅하다. J를 없애기 위해 일단 직업을 구하자. J가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성실하다고 할 것 같다. 자기를 지우기 위해서인지도 모르면서… J는 정말 J같다. 누가 J아니랄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