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펙은 나의 고유성

by 아륜

어릴 때부터 나는 일관된 성격을 유지했다. 내성적인데 활발해졌다거나 소심한데 대담하게 바뀌었다고 착각했으나 본질은 같았다. 나는 반항했다. 세상의 질서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만의 틀을 원했다. 타인을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무언가가 소중했다. 나만이 떠올리고 발견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게 의미 있었다. 나는 나의 세계를 조금씩 지었다. 그것은 세상과 반대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지키는 행위는 세상에 반항이 되었다.


조용히 책만 읽는 아이였기에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얌전하고 차분하며 나서지 않는 사람이라 자신을 정의했다. 돌아보니 나는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었다. 내면세계와 내 시선을 통과한 세상을 관찰하느라 말하기를 적게 할 뿐 시작하면 끊임없이 쏟아낼 이야기가 꽉 차 있다.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뻔하기에 에너지를 아끼는 거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할 땐 앞장선다. 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시간이 축적되면서 나는 양보할 수 없는 나의 반항을 좋아하게 되었다. 세상으로부터 어긋났지만 나로부터는 점점 완전해졌다.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일도 좋아한다. 그 사람들의 범위가 좁을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대부분의 사람과 이야기할 때 조금의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나는 새로운 책과 사람을 만나기를 좋아한다. 나와 다른 세계를 만나며 버거워하지 않고 그들을 이해하기에 도전한다. 많은 사람은 고유성이 없으므로 향기가 없다. 나는 무색무취의 똑같은 대상에게도 그 사람의 고유성을 만들어보려 노력한다. 누구에게나 고유성이 있다. 그러나 고유성을 삭제하도록 교육받았으므로 고유성이 없어보이는 게 자연스럽다. 이를 되새기고 개인을 사랑하려 애쓴다.


겉으로 봤을 때 나는 보잘것없을 수 있다. 특별한 타이틀을 가질 때 사회에서 호흡하기에 편리할 것이다. 나는 이름과 표정과 나의 하루로 나를 설명하기를 원한다. 이와 같은 생각으로 말하고 행동하고 걷는다.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한다. 그들은 가졌고 나는 가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들의 관점이라면 내가 그들을 부러워해야 한다. 그들의 관점으로 나는 텅 비었는데 그들은 오히려 자신이 부족한 듯 말한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내 앞에서.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다는걸.


내가 원하는 것은 타인과 구별되는 나의 고유성이다. 대체할 수 없는 성질을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나의 목표다. 즉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나를 지키면 아무도 부럽지 않다. 나는 내가 부럽다. 더 나다운 내가 탐난다. 나에게 반항해서라도 갖고 싶다. 이것이 내가 가진 스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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