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절히 바란다

<잊기 좋은 이름> - 김애란

by 아륜

몇 쪽을 읽은 지 얼마 안 되어 나는 죽음을 떠올렸다. 책은 마치 유서 같았다. 김애란, 1980년생으로 스무 살에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글을 배웠다. 이제 마흔이지만 글쓰기 세월이 길다. 책에서 그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른다.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 나는 여기서 좋은 죽음은 없다, 호상은 없다. 이런 문장을 떠올렸다. 모두가 기억되어야 한다.


남들이 일흔 즈음에 할 법한 생각을 소설가는 십 년 전부터 글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모으고 모아 고르고 골라 기억하고 싶은 이름만 펴냈다. 생동감 넘치면서도 노인의 통찰 같았다. 김애란의 에세이를 읽으며 나는 그에 대해 새로 알게 됐다. 작가가 어릴 때 춤을 좋아했다는 것. 아직도 부사를 좋아한다는 것. 부사는 나쁜 문장의 범인이며 퇴고의 대상이다. 김애란은 부사를 아주 많이 상당히 꽤 좋아한다. 나도 부사를 좋아한다. 부사는 쉽다. 편리한 동시에 무책임하다. 김애란은 그간 참아 온 부사를 한 꼭지에서 마음껏 썼다.


이 소설가의 문장을 보며 문학은 역시 예술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문학은 감정을 들쑤시고 내면을 춤추게 만든다. 내가 글을 쓴다면 음악에 가까운 시보다는 한 줌의 논리가 필요한 소설이 좋다. 아껴 보려고 했지만 또다시 단숨에 보았다. 정교한 수학 공식 같으면서도 유연한 춤 같은 김애란의 문장에 혀를 내둘렀다. 혹시 그가 어디가 아파서 나쁜 일이 있어서 이런 책을 낸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아주 간절히 부사를 써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