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예쁘다'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 생긴 모양이 아름다워 눈으로 보기에 좋다
- 행동이나 동작이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
- 아이가 말을 잘 듣거나 행동이 발라서 흐뭇하다
영화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예쁘다고 반복해서 말하고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나는 여기에서 예쁘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1) 간단히 말해 예쁘다는 말의 뜻은 '여자'라는 것이다. 여성스럽다. 여자답다. 여자로 느껴진다. 나에게 여자다.
2) '예쁘다'는 다음의 여러 말과 동의어로 사용한다. 여성스럽다. 사랑스럽다(⊃귀엽다). 착하다. 우아하다. 순수하게 느껴진다. 얼굴이 자꾸 보고 싶게 생겼다. 몸매가 아름답다. 분위기가 끌린다. 좋다. 보기에 흐뭇하다 등. 예쁘다고 할 때 여기서 여러 느낌을 포함한다. 남자가 다른 말을 쓰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게 표현하는 습관이 안 되어 있기도 하지만, 예쁘게 느끼는 대상에게 '예쁘다' 이외에 굳이 다른 말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3) 이때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다. 예쁘다는 말은 단순히 외모가 예쁘다는 감상의 형용사가 아니라 나는 당신을 예쁘게 느낀다는 감정을 담은 동사다. 예쁘다는 말은 2)의 동의어들의 합이며 그 이상의 찬사다. ‘나는 김태희가 예쁜지 잘 모르겠던데.’는 김태희가 예쁘게 생기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김태희의 예쁨이 내 감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내가 김태희의 예쁨을 느끼지 않았다는 뜻이다. 예쁘다는 말은 현상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감정의 적극적 표현이다. 따라서 남자가 여자를 보고 마음에 들면 예쁘다고 하지 그 말을 쏙 빼놓고 귀엽다는 말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예쁘면 예쁘다고 한다. 실제로 예쁘게 생겼든 아니든 예쁘게 느꼈으면 예쁘다고 말한다.
예쁘다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안 질린다. 아주 예쁘게 생긴 얼굴이라면 매일 예쁘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여성들은 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예쁠 수도 안 예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쁘다는 말을 듣는 날도 있고 못 듣는 날도 있다. 예쁘다는 말은 평가로 이해되므로 대상이 언짢을 수 있다. 그래서 타인의 외모는 아예 언급하지 않으려고 주의한다. 나는 예쁘다는 말을 들을 때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예쁘다는 말은 들을 때마다 설레고, 시간이 갈수록 말해 주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에 간절해진다. 특별히 어디가 예쁘다고 말하기보다는 '당신은 예뻐요'라고 하는 편이 좋다. 그래야 상대가 나의 모든 것을 예쁘게 느낀다고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예쁘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예뻐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