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를 변호하며

<이방인> - 알베르 카뮈

by 아륜

뫼르소:

내 엄마가 죽었는데,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내 탓이 아니야. 어머니가 죽었으니 슬프긴 하겠지. 그런데 꼭 울어야만 슬퍼하는 건가? 울지 않으면 슬퍼하지 않는다는 근거는 뭐지? 아니, 혹시 슬프지 않대도 그게 무슨 상관이지. 슬프지 않을 수도 있는 거잖아.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뭔지를 도대체 모르겠네. 어머니 장례식에서 밀크커피 마시고 담배 좀 피우면 어때. 그런 행동들이 어머니의 죽음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증거라도 되는 건가? 자꾸 이러면 피곤해. 난 그날 피곤했어. 몹시 피곤해서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거짓말 아니야. 더도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는 거라고.

엄마가 죽었어. 다 끝난 일이야. 다음 날 진짜 예쁜 여자를 만났어. 그래서 잤다.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왜, 그게 문제가 되는 거지? 마리도 나도 서로를 원했다고. 수영을 하고 관계를 가진 일이 엄마가 죽은 바로 다음 날 일어났다고 해서 문제 될 건 뭐야? 그걸로 내가 어머니의 죽음을 내팽개쳤다고 해석하는 근거는 뭐지? 왜, 왜 그 여자랑 밤을 보냈냐고? 아, 몰라.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내 거시기한테 물어보든가. 예뻤고, 그래서 정욕이 느껴졌겠지. 정말 피곤하다, 당신들.


아랍인을 왜 죽였냐고, 글쎄. 그때 태양이 있었어. 햇빛이 아주 뜨거웠어. 그래, 그것뿐이야. 계속 물어보면 난 너무 피곤해. 총 한 발로 죽은 사람한테 왜 또 네 발이나 더 쐈냐고. 아, 귀찮아, 정말.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는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마리가 결혼해 달라고 했으니 하는 거고, 대상이 꼭 마리가 아니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한가? 나 좀 내버려 둬. 진짜 피곤하게들 산다.


나는 사형수다. 사람을 죽였으니까. 그런데 내 재판은 왜 이리 길까. 다들 너무 말이 많아. 난 당신들이 그렇게 쓸데없는 것에 이러쿵저러쿵 오래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해. 그렇게 따지고 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이 재판은 내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열린 재판이야. 그런데 왜 다들 내 엄마 죽은 것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거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건 무관한 일이야. 빨리 감옥으로 돌아가고 싶다. 너무, 너무 현기증이 나.


나의 사형집행일은 언제일까… 이제 죽을 생각을 하니 엄마 생각이 나네. 엄마도 나처럼 죽기 전에 이런 해방감을 느꼈을까. 죽는다는 거, 죽음을 꼭 슬퍼해야 할 권리는 없는 거다. 난 지금 이렇게 행복한데. 만약 나에게 다시 삶이 주어진다면 저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나는 자유롭다. 조금 외로울 수도 있겠지만. 모두들 나의 죽음을 축복해주길.



카뮈:

틀렸어. 다시 읽고 오도록 해. 그리고 이제 실존주의 얘기 좀 그만 듣고 싶다. 그게 그렇게 궁금하면 사르트르인가 뭔가한테 가서 물어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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