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지은 이름

by 백권필




모든 사물과 사람은 각자의 이름을 지닌다. 만일, 이름이 없다면 그 사물과 사람은 실제가 있어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시인 김춘수님은 ‘꽃’이라는 시를 통해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가 지닌 의미와 가치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만큼 이름은 사물과 사람에게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다. 이름 따라 운명이 만들어진다고 하여 성명학이라는 것도 있다. 그런 이름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타인에게 부여받는 것은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고, 그 이름에 자부심을 지니며 만족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어렸을 적에 내 이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첫째, 성과 합쳐서 두 글자 즉, 외자다. 멋지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듣는 상대방이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만화 주인공의 이름과 같은 흔한 이름이다. 둘째, 일제강점기에 살다가 돌아가신 시인이자 소설가의 이름과 똑같다(다행히 그분은 훌륭한 작품을 남기신 분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주목을 받는다. 셋째, 발음을 하면 남들이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여러 번 발음해야 하거나 한 글자씩 분리해서 발음해야 하는 짜증이 생긴다. 넷째, 흔한 성씨가 아니라 흔치않은 성씨이다. 그래서 남에게 주목을 받기도 한다. 학교에 다닐 때 전교생 중에 나와 같은 성씨를 가진 학생이 세 명을 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이유로 내 이름이 남들에게 주목을 받고 쉽게 인식되는 것이 여간 거북한 게 아니었다. 더구나 내 이름이 교과서에 나와 학교 다닐 때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과는 별개로 내 이름을 스스로 만들기로 했다. 옛사람들은 자(字) 또는 호(號)라고 하는 것을 지어 세상 사람들에게 불러달라고 내보였다. 연예인은 예명을 만들어 활동한다. 종교를 지닌 사람은 세례명을 쓰기도 한다. 작가는 필명을 쓴다.

나는 무엇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런데 이름을 짓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나의 정체성을 나타내면서도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분명하게 발음할 수 있고, 독특하면서도 차별화되는 등등 많은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했다.


드디어, 그런 이름을 찾았다.


‘백운(白雲)’.


흰구름처럼 살다 간다는 의미이다.

고려 시대 문인 이규보가 지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나오는 시평과 시화와 시론을 중심으로 편찬된 조선 시대 시화집 ‘백운소설(白雲小說)’에 나오는 말이다. 이 단어가 나의 정체성과 지향하는 바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구름처럼 매이지 않고 여유와 느긋함을 누리며 살고 싶다. 가수 최희준님의 노래 ‘하숙생’의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는 이름을 자신이 직접 지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스스로 지은 이름대로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재미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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