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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지 Jun 04. 2024

생일이 다가오면





내 생일은 6월 9일

6월은 참으로 이상한 달이다. 왜냐하면 6월이 생일인 사람은 항상 많은 축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일 때에는 1학기의 끄트머리라 막 친해진 친구들이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해줬다. 고등학생 때 유행했던 과자 박스 같은 것도 받은 기억이 난다. 매점에서 애들이 과자를 잔뜩 사서 상자에 넣어 준 것이다. 겉에는 편지가 써져있고. 그러니까 6월에 생일이면 약간의 이벤트성 선물을 받게 되는 것이다.


6월이 생일이면 또한 뜨거운 한낮의 기운과 에어컨이 세게 틀어진 시원한 실내의 기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데 그 지점에서도 오묘한 기분을 느낀다.


안은 차가운데 밖은 따뜻하면 내 온도는 어느 정도인 지 알 수가 없게 된다.(그래서 여름 감기에 걸리곤했다.)


게다가 나의 생일은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이라서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요컨대 6월이 시작되고 9일까지 기다리는 동안 나는 작은 따옴표 사이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이런 상태이다.


6 실내는 시원한데 바깥은 덥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아 온도는 너무 왔다 갔다 하고 이제 막 알게 된 친구들은 곧 나의 생일을 축하 해 주겠지 엄청난 축하 세례 이후에 고요해질 조용함과 다가올 장마의 습기를 상상하면 나는 두려워 9


9일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생일은 그래도 많이 두렵지는 않다. 방금 이 문장을 쓰고 그래도 이상하게 두렵다는 기분이 들어버렸다.


나쁜 일은 아무 일도 없지만 나는 가끔씩 두려워지곤 하는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다


나는 오늘 일부러 비싼 샐러드를 시켜먹었다.


이제는 기분이 안좋으면 되려 샐러드를 먹고, 걷고, 거품을 내서 샤워를 하려고 노력을 한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축하 받는 날이 오고 있다.


상서로운 날


또 지나가 버릴 것이다.


가끔은 좋은 일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게 제일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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