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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Aug 18. 2021

돌이켜 본 여름

집콕, 초당옥수수, 더위, 코로나검사, 콩국수, 오픈런, 운동, 친구

더 이상 내 뱃살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늘어나는 뱃살에 바지를 맞춰 사는 게 지속되니, 내 통장도 텅텅, 자존감도 텅텅 비기 시작했다. HMM 주식 수익을 저당잡고 피티샵으로 향했다.

평일에는 누가 봐도 다이어트 하는 사람처럼, 닭가슴살이 들어간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먹기로 하고, 주말에는 마음껏 먹으나 튀긴 음식과 과일은 자제하기로 피티 선생님과 타협했다. 매 끼니를 사진 찍어 피티샘에게 전송했고, 샘은 계란 노른자는 먹지 말아라, 밥을 남겨라, 남긴 건 사진 찍어 보내라 등의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셨다.

'이 맛있는 걸 나만 먹을 순 없어!'

나는 부모님과 이모께도 콩국물을 사다드렸다. 콩국물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에 평소 안 하던 효도까지... 이번 여름에 제일 많이 먹은 음식으로 콩국수를 뽑을 수 있을 듯하다.

여튼 난 콩국수 마니아가 되었고, 코로나 시국에 콩국수 먹겠다고 매번 진주회관까지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초조해 하고 있었는데... 유튜브 노필터티비의 김나영 씨가 마켓컬리에서 [소이퀸]에서 나온 콩국물 먹는 걸 보고 따라 사봤다.

한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콩국수 맛집으로 유명한 여의도 <진주회관>과 을지로 <진주집>을 찾았다. 크림같이 꾸덕한 제형의 고소한 콩국물과 맛있는 김치... 형제가 나눠 차린 곳이라, 콩국수 자체의 맛은 똑같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콩국수와 함께 나오는 김치 종류이다. <진주회관>의 김치는 무말랭이와 무채가 주主인 간이 센 김치이고, <진주집>은 그냥 평범한 김치다.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일품인 무말랭이 김치를 내준 <진주회관>에 한 표 주겠다.

그렇다. 초당옥수수는 우리가 평소 먹던, 찰진 식감을 가진 옥수수와 달리 사과같이 사각사각한 식감을 가진 것이었다. 또한 맛도 사과 같았다. 옥수수의 고소함이 느껴진 게 아니라, 사과처럼 단 맛이 느껴졌다! 가히 충격적인 맛. 왜 옥수수에서 사과 맛이 납니까? 그럴 거면 사과를 먹죠? 이런 생각도 들긴 했다. 여튼 초당옥수수, 너? 맛있다 ^_<!

하지만 다이어트로 식단을 조절해야하는 나로서 당이 높은 초당옥수수를 자주 섭취할 수는 없는 노릇. 나의 여름 옥수수는 아직도 냉동실에서 여름의 맛을 품고 대기중이다.

작년 여름엔 회사를 다니고 있어 살인적인 더위를 느끼지 못했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다보니 뜨거운 태양과 마주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작업실을 빼고,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체력을 아낄 수도 있고, 폭염도 피할 수 있고, 또 요즘에는 운동도 하고 있으니, 체력이 남을 거라 생각했다.


하나, 난 체질적으로 여름과 맞지 않는 것인가? 폭염을 피한다고, 오전 10시에 왕복 20분 거리의 마트를 다녀왔는데, 갑자기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더위를 먹은 걸까? 냉방병에 걸린 걸까? 혹시 코로나..?' 오만가지 걱정이 들어 택시를 타고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로 갔다. 난생처음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도 신기했지만 동시에 땡볕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과 공무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 전 입추였다. 여전히 맴맴충들의 소리에 잠을 깨지만 2021년의 여름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무얼 하며 지냈나 돌이켜보았다.


#집콕 #초당옥수수 #더위 #코로나검사 #콩국수 #오픈런 #예지 #건이부부 #운동




집콕


여름으로 들어가는 바로 그 길목이었다. 평소처럼 작업실로 향했는데, 어딘가 달랐다. 너무 더웠다! 나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헥헥대며 작업실에 도착했다. 근데 웬걸, 서늘해야할 작업실이 너무 습했다! 겨울, 봄에는 단 한 번도 습하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역시 여름은 여름이고, 반지하는 반지하인가 보다. 나는 당분간 이곳에 오지 못할 거란 걸 단박에 깨달았다. 결정은 단 몇 초 만에 이루어졌고, 친구들에게 안녕을 고했다.


"가을에 다시 보자."


짐 빼는 중


사실 작업실이 워낙 멀긴 했다. 사람들에겐 환승시간이 맞으면 1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실상은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때문에 왔다갔다 하는데만 체력과 시간 소모가 컸다. 하지만 집에서만 작업하면 아무래도 좀 우울해지기도 하고, 작업실에서 받는 친구들의 에너지가 좋기도 해서 다녔던 작업실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나는 새벽 3시에 아무도 없는 한적한 도로를 질주해 짐을 뺐다.



나의 선견지명을 칭찬한다... 돌이켜보니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만약에 계속 다녔었다면, 더위 먹고 2주 동안 아팠을 것 같다. 왜냐면 집콕 일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더위를 먹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콕 일상 시작

또 주말마다 남자친구랑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여행을 다닌 과거를 뒤로하고, 이번 여름은 코시국답게 어디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더위와 코로나 검사


작년 여름엔 회사를 다니고 있어 살인적인 더위를 느끼지 못했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다보니 뜨거운 태양과 마주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작업실을 빼고,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체력을 아낄 수도 있고, 폭염도 피할 수 있고, 또 요즘에는 운동도 하고 있으니, 체력이 남을 거라 생각했다.

하나, 난 체질적으로 여름과 맞지 않는 것인가? 폭염을 피한다고, 오전 10시에 왕복 20분 거리의 마트를 다녀왔는데, 갑자기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더위를 먹은 걸까? 냉방병에 걸린 걸까? 혹시 코로나..?' 오만가지 걱정이 들어 택시를 타고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로 갔다. 난생처음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도 신기했지만 동시에 땡볕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과 공무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나름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그것과 별개로 여름을 당할 수는 없었나 보다.




초당옥수수


초당옥수수의 존재는 작년 가을 끝자락에 본 <아무튼, 여름>이라는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평소에 여름을 별로 좋아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기다려졌다. 초당옥수수를 기다린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남자친구는 나보다 더 초당옥수수를 기다렸나 보다. 그는 초당옥수수가 첫 출하될 날을 기다렸다가 바로 구매했다. 보통 신상 먹거리는 내가 대령하곤 했는데... 이 녀석이 먹을 거에 이렇게 실행력이 좋은 인물이었던가? 그도 꽤 그 책을 인상적이게 봤나 보다. 여하튼 그가 가져온 옥수수를 전자레인지에 1분 돌렸다. 뜨거워진 옥수수를 손에 쥐고,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방을 울리는 '사각' 소리..(에바 보탬)...


옥수수가 왜 사각거려..?



그렇다. 초당옥수수는 우리가 평소 먹던, 찰진 식감을 가진 옥수수와 달리 사과같이 사각사각한 식감을 가진 것이었다. 또한 맛도 사과 같았다. 옥수수의 고소함이 느껴진 게 아니라, 사과처럼 단 맛이 느껴졌다! 가히 충격적인 맛. 왜 옥수수에서 사과 맛이 납니까? 그럴 거면 사과를 먹죠? 이런 생각도 들긴 했다. 여튼 초당옥수수, 너? 맛있다 ^_<!

하지만 다이어트로 식단을 조절해야하는 나로서 당이 높은 초당옥수수를 자주 섭취할 수는 없는 노릇. 나의 여름 옥수수는 아직도 냉동실에서 여름의 맛을 품고 대기중이다.






콩국수


한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콩국수 맛집으로 유명한 여의도 <진주회관>과 을지로 <진주집>을 찾았다. 크림같이 꾸덕한 제형의 고소한 콩국물과 맛있는 김치... 형제가 나눠 차린 곳이라, 콩국수 자체의 맛은 똑같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콩국수와 함께 나오는 김치 종류이다. <진주회관>의 김치는 무말랭이와 무채가 주主인 간이 센 김치이고, <진주집>은 그냥 평범한 김치다.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일품인 무말랭이 김치를 내준 <진주회관>에 한 표 주겠다.


여튼 난 콩국수 마니아가 되었고, 코로나 시국에 콩국수 먹겠다고 매번 진주회관까지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초조해 하고 있었는데... 유튜브 노필터티비의 김나영 씨가 마켓컬리에서 [소이퀸]에서 나온 콩국물 먹는 걸 보고 따라 사봤다.



당연히 <진주회관>의 맛과 똑같을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만족스러웠다. 더군나나 <진주회관>은 한 그릇에 14,000원인데 '소이퀸' 제품은 500ml에 5,500원이기 때문에 가성비만 따져도 최고!


'이 맛있는 걸 나만 먹을 순 없어!'

나는 부모님과 이모께도 콩국물을 사다드렸다. 콩국물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에 평소 안 하던 효도까지... 이번 여름에 제일 많이 먹은 음식으로 콩국수를 뽑을 수 있을 듯하다.

운동(야, 너두 할 수 있어!)


더 이상 내 뱃살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늘어나는 뱃살에 바지를 맞춰 사는 게 지속되니, 내 통장도 텅텅, 자존감도 텅텅 비기 시작했다. HMM 주식 수익을 저당잡고 피티샵으로 향했다.

평일에는 누가 봐도 다이어트 하는 사람처럼, 닭가슴살이 들어간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먹기로 하고, 주말에는 마음껏 먹으나 튀긴 음식과 과일은 자제하기로 피티 선생님과 타협했다. 매 끼니를 사진 찍어 피티샘에게 전송했고, 샘은 계란 노른자는 먹지 말아라, 밥을 남겨라, 남긴 건 사진 찍어 보내라 등의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셨다.


사실 이렇게 할 수 있던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었다. 돈이 아까웠다. 현재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내게 피티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은 사치에 가까운 것이었다. 더이상 나를 내버려둘 수가 없어 선생님을 믿어본 것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피티샵에 나가 걷고, 달렸다. 처음에는 1분 뛰는 것도 버거웠는데, 지금은 7분 이상은 뛸 수 있다.(? 뭐야 써놓고 보니까 너무 별 거 아닌 거 같아.) 그리고 심지어 뛰는 걸 즐긴다. 빠르게 펌프질 해대는 심장과 함께 쏫는 아드레날린, 기분이 째진다.

시작하고 일주일 후, 체지방이 1.5kg 이상 빠졌다. 맙소사! 눈으로 숫자를 확인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약 2개월 뒤엔 체지방 2.7kg이 빠져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눈으로만 봐도 팔뚝이 얄쌍해졌고, 작년에 딱맞던 바지가 헐렁해졌다. 피부도 깨끗해졌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음식을 대하는 정신머리가 달라졌다. 예전엔 배가 불러도 맛있다는 핑계로, 남기면 음식쓰레기가 돼서 치우기 귀찮아진다는 이유로 먹고 또 먹고, 배부른 배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했지만, 이건 옛말. 이제는 배가 어느정도 차면 멈추고, 정 아까우면 3시간 뒤에 다시 먹든지 한다. 그리고 튀긴 음식은 주말에도 최대한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여러분, 튀긴 게 몸에 얼마나 몸에 안 좋은지 아십니까? 다이어트 성공담을 빌미로 친구들의 자발적 건강지킴이가 되어 잔소리하는 날이 는 건 비밀...



운동 전
운동 후


(이렇게 뺐는데도 체지방량 보통 범위에 안착하지 못해 아직까지 마른 비만임. 다이어트는 계속된다. 그리고 근육량은 진짜 죽어도 안 느네.)


하여튼,.. 나 ... 다이어트 성공했다..?!


성공한 경험을 마주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어서, 나도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도 생겼다. 모든 건 노력 한다고 해서 잘 된다는 보장이 없는데, 운동은 하는 만큼 보여준다고 한다. 맞는 거 같다. 자존감이 떨어질 때에는 운동을 하세요!



PS. 운동 할 때마다 옆에서 식습관 정신머리 교육을 단단히 시켜준 피티쌤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현재 상황: 지금은 좀 느슨해지긴 함. 뭔가 다시 뱃살 붙은 기분.



오픈런


더위 먹고 무서워서 한낮엔 못 나가고, 사람 많은 건 코로나 때문에 무서우니 자연스레  오픈런을 뛰게 되는데

.

.

.


+감자전. 넷이 당연히 이거 못 먹음. 당연함.


나의 비공식 오픈런 모임 멤버엔  건이, 건이 남편(열백 씨), 예지가 있다. (사실 이렇게 만난 건 한 번 밖에 없고, 친구들은 이게 모임인지도 모르는 상황...)

눈뜨자마자 밥 먹으러 가고, 카페 가고, 보드게임 하고 재미있었다. 동네친구가 있다는 것은 기동성이 좋다는 것... 바로 그것...


출근 전 건이와 건이 신랑, 방학 맞은 예지, 프리랜서 나. 최고의 조합이었다.


suitable한 친구의 남편이나 남자친구는 뭔가 편하다. (내 남친도 내 친구들에게 suitable한 사람이길. 왜 suitable을 적절한 한국말로 대체 안 하고 영어로 썼냐고요? 몰라요... 그럴 때도 있죠, 뭐...) 하긴 다 서로 잘 맞아야 재밌는 일이구만. 최고의 조합이었다...




-



작년까지만해도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얀 눈이 내리고, 묵직한 코트를 단단히 여민 후 목도리를 칭칭감고 집을 나서면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더이상 코트로 냉동고같은 겨울을 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추위를 견딜 기력이 노쇠해져서 그런가? 겨울도 더 이상 예전만큼 내가 좋아하던 계절이 아니게 되었을 때, 여름의 맛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계절을 좋아하는 정도에도 제로섬 규칙이 적용되는 건가? 아무튼 2021년 여름 안녕! 2021년 가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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