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고문 그 자체다
이번엔 조금은 방대한 양의 생활관 편이다
지난 시간 비행대대 다른 부서의 업무를 살펴보았는데 오늘은 잠시 생활관으로 돌아와 ~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비리들이 일어나는지 떠올려보기로 했다
근무지 바로 옆에 생활관이다 12인 1실로 구성된 생활관 2004년도의 모습이라 지금과는 다르다
침대도 에어컨도 없다 ㅎ 일단 나는 주, 야간 2교대 근무를 했다
근무가 수시로 바뀌기에 적응하는데 쉽지 않았는데 아침에 퇴근하면
선임과 취침을 취하다가 밥 먹고 근무준비를 하고 주간에 근무할 땐 저녁을 먹고
퇴근해 생활관 생활이 시작되었다
제일 중요한 게 청소인데... 청소시간이 되면 병장 1호봉이 보스... 조폭들 마냥 양쪽으로 줄을 쫙 선다..
보스가 청소 잘하자고 남기고 떠나면 오른팔 왼팔이 차례대로 한 마디씩 하고 청소가 진행된다
청소는 크게 세면대, 바닥, 샤워실, 세탁실 복도 등으로 구분된다. 각자 생활관은 막내가 열심히...
막내는 샤워실부터 시작된다... 세제를 잘 묻혀 벽과 바닥을 빡빡 청소한다
그리고 샤워호스를 이용해 물로 씻어주고... 이다음이 제일 중요한데
물기 하나 없게 마른걸레로 모두 닦아내야 한다.. 정말 한 방울도 남겨서는 안 된다
샤워장은 천장에서 물기가 맺혀있는데.... 정말 한 방울도 흘려선 안된다...
21:20분 점호전 청소가 끝나고 최종점검이 들어간다... 차렷 자세 대기로
오른팔, 왼팔멤버가 청소를 점검하는데... 거울에서 물이 주르륵 한 방울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럼 그 샤워장 안에서 조인트를 까인다....
'아 아무리 해도 시간이 부족하고 걸레도 부족하고... 시간이 답인 건가' 이때는 이랬다
사진에 보이는 세면대 역시 물기 하나 거울에도 물기하나 남기지 않아야 하고 바닥에도...
광이 나야 청소를 마칠 수 있다..
그리고 최종 점검에서 미스가 많이 나온 날은... 점호 후 생활관 뒤편 풀밭에 호출된다...
그때가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차렷자세로 움직이면 안 된다
청소인원이 대략 14명 정도 되는데 다 모여서 지적을 받고 있는 동안 모기들이
달라붙어 우리를 괴롭힌다... 안 그래도 청소 때 흘린 땀으로 모기들이 충전하기 딱 좋은 상태~!
매일매일 간부들이 교대로 근무를 선다... 인원을 파악하고 밤중에 생길 비상상황을 대비해
당직은 서는 것인데 오후 6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근무를 서고 퇴근 하는 인원..
그런데 점호라는 게 인원을 확인만 하는 건 아니고 밤중에 인원들이 딴짓을 안 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뭘 먹는다거나 티브이를 계속 보는 것을 감시해야 하는데....
10시 점호취침이 이루어지면 문 앞에 이등병들은 소리에 귀 기울이며 발자국이 들릴 때
누가 옵니다 조용히 외쳐줘야 병장이 티브이를 끄거나 준비를 할 수 있다
만약 이걸 안 하면... 그건 상상에 맡기겠다 ㅎ
간혹 재밌게 점호를 하는 사관들도 있었다 말타기 점호라고 해서 생활관 별로 말타기를 해서
미션을 완료하면 먼저 들어가서 쉴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내가 부사관이 되었을 때
참고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ㅎ
우리 생활관도 점호 후 뭘 먹는 일이 많았다
봉지를 까서 수프를 넣고 뜨거운 물만 넣어 익힌 다음 먹는 일들..이나
냉커피를 1.5리터 타오라는 병장 놈도 있었다
이걸 하려면 위에 사무실로 올라가서 포트에 물 올리고
믹스커피는 아껴야 하니 프림, 커피, 설탕을 수제로 제조해서 1.5리터 분량에 맞춰서 넣고
얼음을 마구 넣어서 시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도 참으로 고통이었다...
그래서 내가 경상도 놈이라고 하겠다 요놈들을 참으로 싫어한다 경북~!!
그리고 나를 괴롭히던 상병 콤비가 있었는데....
군인은 여름철이나 겨울 주변 농민들을 위해 대민지원이라는 것을 나간다
그 당시에도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재건하는 작업이었는데... 태어나서 농촌일을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너무 어려웠고 사이드에서 밀어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요 상병 콤비가 힘도 안 쓰고 속임수를 부른다며 이때부터 나는 ㅇ뺑기 라는 별칭을 얻게 되고 만다....
그리고 나를 방독면을 씌운 후 관물함에 가둔 후 자물쇠로 잠그로 에프킬라를 마구 뿌려대던
고놈들... 그들은 재미로 한 거라 웃으며 받아주었지만....
이런 고문을 당하면 후배들에게 꼭 이러지 않으리라 누구든 다짐한다... 나도 다짐했다
그런데.... 이 모든 고난이 한순간에 뒤집어지고 나의 페이스로 넘어오는 일이 벌어진다
나는 축구를 참 좋아했던 아이였다 중학교 때부터 아이러브 사커 팀을 창단해 우리보다
고학년들과 축구 시합도 많이 해보고 원정도 가서 축구도 해보고 ~
풋살도 좋아하고 그러던 어느 날 비행단 체육대회가 열리게 된다
비행대대 축구선수 명단에 간신히 이름을 올리고 작전과 병장(넘버 2)과 자리를 경쟁하게 되는데
메인 본선에서 내가 출전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데... 0:0이던 경기를 스로인을 받은 내가 상대방의 키를
넘긴 후 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골을 넣으며 ~! 1:0 승리 비행대대의 루키로 활약하게 된다
다음날 조종사들까지 "cq병(직책) 너 축구 잘하더라~ 골 멋지더라" 칭찬을 해주셔서
인생이 달라지게 된다... 이러면서 그 넘버 2 병장과 앙숙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이건 공중작전과 스토리에서 ^^
그래도 이등병을 잘 이겨내고 일병을 달고 후임이 들어오면 편해지긴 한다
갈굼의 대상이 바뀌는 점도 있지만 일에 익숙해지니 처음의 그 불안감이 줄이 들기 때문인데
전문가는 처음부터 전문가가 아니다 계속되는 연습에 정교함으로 전문가가 된다
나의 1년에 가까운 병생활이긴 했지만 나름의 보람도 있었다 1년 후 어떻게 진행되는지
다음 편 공중작전과에서 풀어볼까 한다
공군은 냉정하게 말해 나라를 지키진 않는다 부대를 지킨다
비행장은 비행기를 지키기 위해 산에 있는 방공포대는 유도탄 미사일을 지키기 위해 있다
지역마다 근무 환경이 다르기에 ~ 어디가 어떻게 틀렸는지는 부사관으로 넘어가면서부터
또 꺼내볼까 한다 ~ 공군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이나 자녀를 공군에 보내야겠다는
분들이 계신다면 언제든 글을 남겨주시면 된다 ^^ 공군만큼은 나름의 자신이 있으니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