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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있는 무대 Sep 26. 2021

트라우마, 생존력을 높이는 도구

생물학에서 발견한 심리학

생태학, 생물과 생물 간의 상호작용과 환경과 생물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해가는 종의 변화는 지구에 생물이 만들어진 이래로 계속되고 있다. 생물학 하면 대부분 개구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개구리 이야기를 시작으로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개구리는 올챙이로 태어나 100일이 지나야 개구리 성체가 된다. 적게는 1년에서 큰 종은 10년 미만의 생존율을 보이는 개구리는 안타깝게도 언어나 기록으로 전달할 길이 없기에 울음소리 나 본능에 의해 생존을 이어간다. 천적이라 불리는 '뱀'이나 황소개구리, 수달, 물새, 육식성 어류 등에 의해 잡아먹히는 일이 종종 생긴다. 나와 같이 태어난 개구리나 동료 개구리들이 천적에게 잡아먹히고, 내 부모나 내가 낳은 올챙이가 천적들에게 잡아먹히며 늙어서 자연적으로 죽는 개구리 비율은 약 7% 미만이라고 하니 자연 생태계의 끝없는 먹고 먹히는 현장 보면 인간의 삶 안전함을 느낀다.


개구리가 생존력을 높일 수 있는 이유는 본능 때문인데, 이 본능은 다행히 학습된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본인보다 큰 존재가 나타나 자신을 해치거나 주변 동료들을 잡아먹으려 할 때 도망치거나 대응하거나 경직된다. 살아남은 종은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어쩌면, 생태계의 종들은 매일 생존의 위협 속에서 살면서 동시에 다른 종의 생존을 먹이 삼아 연명해간다. 위험신호(=트라우마)를 많이 느끼는 종은 생존에 유리하다.


트라우마가 생존을 높이다니요.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르시면서 하는 말씀입니다.


아뇨, 저는 14살 학교 폭력으로 20대 중반까지 힘들어하면서 인간관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상담현장에서 매일 성폭행 환자, 가정폭력, 학교폭력, 회사 내 인간관계, 연애 폭력 등 다양한 트라우마 환자를 많이 만나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트라우마의 종류와 깊이나 양을 따지면 심리상담사들은 일반인보다는 훨씬 많이 치유에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트라우마의 반응은 3가지로 나타나는데 공격성이 높아지거나 경직이 심해져 아무것도 못하거나 그 자리를 도망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은 차를 타지 않으려 합니다. 사고의 충격과 위험이 생명을 위협했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기억이 너무나도 괴롭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차를 타지 않고 집에 가만히 있어도 소리나 충격에도 놀라 경직된 상태가 되지요. 물론 일상이 망가지긴 하지만,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차를 타는 비율이 적어질 것입니다. 이는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생존확률을 높이는 행위가 됩니다.

생존확률을 높이는 게 중요할까요. 사람을 잃고 괴로운 사람들은 살 이유가 없다고요.


여기서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동물들은 생존을 우선시하고 번식하는데 큰 힘을 들이지만, 인간은 생존을 하면서 번식도 하지만 관계를 통해 사랑하고 의미를 나눕니다. 관계가 끊기고 사랑이 사라지고 의미를 잃음에도 죽음은 생명보다 크지 않습니다. 내가 살아있다면, 다시 살 이유들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에게 애도가 필요하겠지만요..


트라우마 자체는 더 이상 위험한 행동이나 위험한 상황을 겪지 않도록 합니다. 그렇게 생존확률을 높입니다. 생존했다면, 아니 살아있다면 우리가 할 일은 치유하고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보복을 하든 도망을 치든 힘이 있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건강상태를 회복하고 안전한 상황을 만들고 힘을 길러 더 이상 트라우마를 겪었던 상황이 재현되더라도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일은 예방입니다. 개구리가 뱀이 다니는 길목이나 뱀의 굴에 들어가지 않는 것. 나무나 돌 등 밑에 숨어 천적의 공격을 피하는 것. 개구리 떼가 뭉치는 전략을 택해서 천적을 함께 공격하는 것. 등에 독을 생성시켜 자신은 잡아먹히더라도 다른 동료들을 다시는 잡아먹지 않도록 학습시키는 것 등. 생물들은 이미 많은 방법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갑니다.


저는 예방에 힘을 쓰고 치유에는 덜 힘쓰고자 하지만 우리의 세상은 100% 예방이 없습니다. 여전히 남을 공격하고 비난하고 해치면서 이득을 보려는 이들이 많습니다. 성적으로 유린하고 강탈해서 본인의 성욕을 해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혀와 눈으로 재산을 빼앗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모든 사건은 막을 수 없지만 사건이 일어난 후 우리는 회복하고 치유하고 다시 강해지고 재발 할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살아남았다면, 살아있다면 우리를 아프게 하고 죽음(혹은 자살생각)에 가깝게 만든 상황들로부터 우리가 살아남았다면, 우리는 생존하는 데 힘을 써야 하고 나아가 살아만 있는 상태가 아니라 살아내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친 이들은 누군가는 1년도 안되어 새 삶을 살아내지만 누군가는 50년이 걸린 것을 보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개구리 같이 10년도 못 사는 삶이었다면, 고통 속에 머물다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하루라도 더 빨리 마음 편하게, 즐겁게 그리고 눈치 보지 말고 살 이유가 이 것입니다.


트라우마는 생존확률을 높입니다. 더 이상 위험한 상황을 재개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위험을 겪었음에도 살았다면, 그 경험이 나를 계속해서 집어삼키도록 놔두지 맙시다. 치유하고 회복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위험보다 더 큰 존재가 되어 다시 살아냅시다. 그 힘은 살아있다면 발견될 수 있고 기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도울 수 있도록 같이 성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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