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오늘로 진짜 마흔이 됐다.
아침식사로 미역국을 먹으며,
잠에서 완전히 깨기 전 꾼 꿈을 남편에게 말했다.
횡재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꿈은 12시 전에 말하지 않는다.
왜일까,
왜 아침부터 꿈 애길 하지 말라고 했을까?
우린 지난 밤 꾼 꿈 얘길 자주 한다.
같이 일하는데 편집장님이 너무 좋은거야.
(편집장님은 배우 이정은 님이었어)
너무 믿음직스럽고 결단력있고 마음이 넓어,
어쩜 저런 사람과 일을 하고 있다니,
너무 좋은 거야,
그런데, 사무실에 들어가니까, 분위기가 웅성웅성,
무슨일인가 했더니,
글쎄 잡지가 이번 여름호까지만 나오고 폐간이라는 거야,
(여전히 잡지사에서 일하는 꿈을 종종 꾼다)
어머머 황망했지,
황망한 가장 큰 이유는 이거였어,
이제야 좋은 상사를 만나 일할 맛이 난다, 했더니 잡지가 사라지고,
역시 나는 사람 복이 없는 걸까,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요즘 주변에 좋은 사람이 별로 없다고 느끼는 걸까,
다 듣고는 그는 물론 자기 였어도, 그런 상황에 편집장과 헤어지는 게 아쉬웠을거라 했다.
헌데 자기 상황이 아니어서인지, 제3자 입장으로 보이는 것이 있다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왜 그 사람과 인연을 더 이어가려고 하지 않아?
편집장이 가는 그 다음 커리어에 다시 동참할 수 있잖아,
적극적으로, 편집장에게 말해볼 수 있잖아.
아
꿈은 무의식에서 나온다.
꿈 속에 내가 하는 생각들은 나의 가장 고정된 반응,
의식해서 생각하지 않고 알아차리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내 자동적인 생각, 반응이다.
아마 현실에서 같거나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나는 물론 꿈에서와 같은 생각을 가장 먼저 했을 거다.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그 생각을 해 내기까지도 꽤 시간이 걸렸을 거다. 그보다 편집장님이 먼저 함께 다음 커리어를 해보자고 제안해야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 난 그런 사람으로 살아왔던 거다. 단어로 정의해보자면, 수동적인.
많은 일들을 운에 맡기는, 그런 쪽에 가까웠다.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구나.
적극적이라는 게 그렇게 좋은 거였구나,
내 인생에 적극적이란, 단어가 참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마흔이 된 내가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한 번 살아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