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 알고 반은 몰랐던 마음

by 지금


일 년 만에 안과를 찾은 할머니는 기나긴 기다림에 지쳐 짜증을 냈다.

"사람도 별로 없구먼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왜 자꾸 다른 사람만 먼저 들여보내?!!."


할머니 마음 살피랴 선생님들 눈치 살피랴 나도 덩달아 지쳐갔다. 몸이 아프면 모든 것이 괴로운 법이니 그러실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제 또 할머니의 원성이 터질지 몰라 내심 불안했다. 검사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고 할머니를 달래던 와중 드디어 돌아온 차례. 방금 전까지 목소리를 높이며 짜증을 내던 할머니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자마자 온순한 양이되어 해맑게 웃었다.


"어머니, 일 년 만에 만나네요? 힘드시더라도 이렇게 한 번씩 나오셔서 검사도 하시고 그래야 해요."

"네, 선생님. 저도 자주 나오고 싶은데 몸이 안 좋다 보니 나오는 게 겁이 나요. 애꿎은 손녀만 고생시키네요."


선생님은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를 향해 웃어 보이고는, 검사 결과는 나에게 전했다. 왼쪽 백내장이 더 심해졌고 오래전 수술한 쪽도 좋지 않아 많이 침침하고 뿌옇게 보일 수밖에 없을 거라고 했다. 수술을 했으면 좋겠지만 할머니 컨디션으로 보아 쉽지 않아 보이니 가족들과 상의해 보길 권유했다.


"어머니, 조심히 가시고 좀 좋아지시면 또 나오세요. 이렇게 얼굴 보니 너무 반갑고 좋네요."

긴 기다림도 잊히게 만드는 선생님의 다정한 인사. 할머니 마음은 다 풀어진 듯했다. 허리도 아픈 양반이 선생님 앞에서는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를 한다.


나온 김에 안과, 은행, 약국 투어를 마친 할머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그대로 쓰러져 누웠다. 할머니는 이제 집 근처 병원 외출도 어려운 몸이 되었다.

잠시 숨을 돌린 후 수술 이야기를 꺼내자 살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수술을 하겠냐며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고 했다. 눈도, 치아도 건강하실 때 진작 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되고 한스럽다.


"나는 됐고, 너나 제발 몸 좀 챙겨. 젊어서 고생하면 그게 나중에 다 나타나는데... 나 때문에 더 고생스러우니 어쩌면 좋니. 나 부축하면서 무거운 짐까지 들고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팔에 파스라도 붙이고 가."


괜찮다는 나의 말에도 파스를 꺼내 직접 붙여주고 손을 잡아주는 할머니. 오늘 할머니는 긴 기다림에 몸이 지치기도 했지만 자신 때문에 손녀가 고생한다는 생각에 미안해 내내 괴로워했던 거 같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파스가 붙은 자리를 어루만졌다. 나는 아직까지도 할머니 마음을 반만 알고 반은 모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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