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힘들고, 생각보다 보람찬 청소 알바

by 지금


내가 얼마 전 새로 시작했다고 고백한 알바는 다름 아닌 청소 알바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깨끗하게 정비하는 일. 내가 가는 곳은 대부분 투룸 쓰리룸이 있는 곳이라 침대도 두세 개씩이다. 정리를 하면서 가장 힘들고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 베드를 정리하고 침구를 세탁하는 일인데 이게 정말이지 보통일이 아니었다. 처음엔 멋모르고 두꺼운 옷을 입고 갔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돌아온 이후로는 항상 반팔에 점퍼를 걸치고 가고 있다.


순서도 없이 허둥대다가는 입실 시간 전에 못 끝내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어서 일의 순서를 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 보였다. 들어가자마자 비품창고를 열어 청소도구를 꺼내고 창문부터 연 후 방으로 가 침구를 벗겨 사용한 수건들과 함께 세탁기부터 돌린다. 그리고 여분의 새 침구로 교체한 후 욕실 청소를 시작한다. 변기는 물론이고 수전과 거울 배수구까지 반짝반짝 광이 나게 닦고 물기를 제거한다.

주방은 식기들이 제자리에 있는지 세척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고 다시 설거지를 하기도 한다. 티끌하나 발견되지 않도록 싱크대 거름망을 탈탈 털어 버리고 또 광나게 닦는다. 쓰레기봉투, 음식물봉투, 수세미를 세팅해 싱크대위에 올려두고 세탁한 수건과 에머니티를 인원수에 맞춰 욕실 수납장에 넣어두고 청소기는 마지막에 돌린다. 머리를 묶고 갔음에도 내가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는 동안 계속 머리카락이 떨어지기 때문에. 긴 막대걸레로 바닥까지 박박 닦고 시간이 남을 때는 창틀 구석구석까지 닦고 있다. 아, 글로 쓰면서도 진이 빠진다.

이 모든 것을 마치고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나의 임무는 끝. 아직 요령이 없어 청소 때마다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이 소요되지만 우리 집 청소에 비하면 아주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 집을 이렇게 때 빼고 광내본 게 언제인지 생각하면서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내가 처음 이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할머니에게 이야기했을 때 할머니는 너무나도 가슴 아파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자신도 빌딩 청소를 10년 가까이해봤기에 청소일이 힘든 것을 안다며 내가 건강을 잃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무엇이라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음을 할머니도 이해하시는 듯했다. 일을 하는 것을 숨기고 싶었지만 일을 시작하면 할머니에게 가는 날을 조율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양해를 구하게 됐다.


나도 처음엔 단순한 청소라고만 생각했는데 하면 할수록 이 일이 다르게 보인다. 에어비앤비 특성상 외국인이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장기 투숙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보며 K-뷰티의 위력과 외국인들의 불닭볶음면 사랑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의도치 않게 퇴실하는 그들과 마주해 영어로 스몰토크를 주고받아야 했을 땐 미천한 나의 영어 실력에 스스로 충격받아 이제라도 영어공부를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고, 내 청소가 마음에 들어 중간 청소를 요청받았을 땐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꼈다. 물론 신발을 신은 채로 거실에서 생활한다거나 쓰레기를 구분 없이 한데 섞어버려서 일일이 분리해야 할 때는 난감하기 그지없지만… 날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중이다.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 이곳을 찾았는지는 몰라도 한국에서, 그리고 이 공간에서의 기억이 좋았기를 바라며 쾌적한 공간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는 그저 알바일 뿐이지만 내게 일을 주는 사장님은 언제나 “OO선생님, 일정 알려드립니다. 잘 부탁드려요.” 하면서 매너 있게 대해주신다. 어쩌면 나는 내가 대우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사장님 때문에 더 잘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니까.

아무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이 일에 나는 벌써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엄마는 뭐든 하면 잘할 거라는 아이들 말에 부응하듯.


내일도 두건의 청소가 예약되어 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부지런히 청소를 마치고 재택 업무도 봐야 하므로 하루가 무지 바쁠 예정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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