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용돈카드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할머니가 너희 어릴 땐 용돈 한번 줘 본 적이 없다며 그게 너무 미안하다고 운을 띄웠다. 그 시절엔 먹고살기 팍팍한데 누구나 다 그랬을 거라고 하니 그래도 자신은 그게 한이 된다며 눈물을 보였다.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런 식.
부모는 자식에게 못해준 것만 생각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내가 한 번씩 크게 앓기라도 하면 어릴 때 예방접종을 한 번도 못 맞춰서 네가 잔병치레가 유독 많았다며 자신의 탓을 하고, 티비에서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면 너는 뭐든지 잘해서 내가 더 가르치고 지원해 줬으면 저렇게 잘 됐을 텐데 하면서 아쉬워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나는 이만하면 훌륭하게 잘 키운 거지 이보다 어떻게 더 잘 키우냐고 너스레를 떨면서 웃어 보이고 할머니는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맙다고 답한다.
아무리 바빠도 학교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준 것이라던지, 단 한 번도 공부 잘하라며 채근하지 않았던 거라던지, 이른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잠이 깰까 봐 이불끄트머리를 잡고 반대로 돌려 나를 다시 눕혀줬다던지… 그런 기억들이 내가 그나마 자존심을 지키며 살 수 있게 해주는 힘인데 할머니는 그걸 모른다.
할머니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감당했던 그 시간들이 하나도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음을 나는 이제 안다. 그래서 가끔은 할머니의 기막힌 생애의 이야기가 전부 소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서운한 마음들은 다 잊어버렸다. 받지 않아도 될 사과까지 이미 너무 많이 받았으므로. 미안했던 마음을 서둘러서 다 전하고 떠나려는 사람처럼 매일같이 내게 사과하는 할머니에게 나도 고마웠던 일을 이야기하며 매일 사랑을 고백 중이다.
“고마워 할머니, 내가 많이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