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시작했다.

by 지금


얼마 전 새로운 알바를 구했다. 간병과 육아도 업무로 쳐준다면 나는 지금 4 잡을 하는 셈이다. 계기는 몸을 더 움직여서 상념을 떨치고 싶은 마음과,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전에 하던 일은 노트북 앞에 앉아 오랜 시간 생각을 해야 하는 일이라 새로운 일을 하게 된다면 머리를 쓰는 일보다는 몸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지인으로부터 좋은 제안을 받아 시작하게 됐다.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에 남편과 아이들에게 고백했을 때 남편은 꼭 해야겠냐고 나를 걱정했고, 아이들은 예상과 달리 엄마는 뭐든 잘하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응원해 줬다. 혼자 어깨가 무거웠을 테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고 내가 친정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 주고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주는 것으로 만족해 주었던 남편. 요즘 들어 직장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남편을 보며 안쓰럽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첫날은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몸살이 오는 느낌이었다. 아이 낳고 십여 년간 재택근무만 해오던 내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나 보다. 다행히 매일 있는 일이 아니고 시간 활용이 용이한 편이어서 간병과 재택근무, 아이들 픽업에도 크게 지장은 없을 듯했다. 바빠지는 만큼 컨디션 관리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영양제도 잘 챙겨 먹고 있다.


부모님을 간병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해야 하는 일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고 그게 현실이었지만 사실은 일하지 않을 핑계를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만 스스로 되묻고 다그치게 되는 날들이 반복됐다.

온갖 걱정으로 머리가 터져나갈 무렵 때마침 내게 좋은 제안이 들어온 것도 어쩌면 운명 아니었을까.


이 시작이 나와 가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부디 오래 지속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글 쓰는 시간은 더 줄어들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을 거다. 내 삶의 모습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이 순간만이 내가 온전히 평안을 찾을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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