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속도를 묻지 않는다

by 숲의 선장


이 책은 멈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이유를 붙이지도 않는다.
이해시키려는 의도도 없다.


계속 가야 한다는 생각은 대부분 자동이다.
멈추지 않으면 괜찮다고 느끼고,
멈추면 뒤처진 것 같아진다.
나는 그 자동을 몇 번 끊었을 뿐이다.
이 책은 그 지점들만 남겼다.


이 글들은 친절하지 않다.
앞뒤가 잘 이어지지 않고,
맥락을 설명하지도 않는다.
읽다 보면 갑자기 끝난다.
그게 정상이다.


따라오려 하지 않아도 된다.
속도를 맞출 필요도 없다.
이해하려 들면 오히려 멀어진다.


이 책은 순서가 없다.
앞에서부터 읽지 않아도 되고,
건너뛰어도 되고,
읽다 멈춰도 된다.
멈춘 채로 덮어도 된다.


다만 이 방향만은 분명하다.

채우려는 쪽이 아니라,
설명하는 쪽이 아니라,
증명하는 쪽이 아니라,
멈추는 쪽이다.


여기 적힌 순간들 중
아무 장면 하나도
당신과 겹치지 않는다면
이 책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나는 앞서 달리고 있지 않다.
먼저 멈췄을 뿐이다.


같이 달릴 필요는 없다.
같은 방향이면 충분하다.



매일 오후 3시에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