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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Feb 20. 2023

가끔, 인생에서 지더라도

아들러의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


‘당연하다’는 말은 쉽게 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책.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다.


이 책에 쓰여있는 아들러의 이론은 다 맞는 말이다. 틀린 말 하나 없는 맞는 말 투성이의 책.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당연한 말을 텍스트로 보고 있으면, 묘하게 반발심이 든다. 다행히 100년 전, 나 같은 사람이 강연에 참석해 아들러에게 질문했다. “오늘, 당신이 말한 이야기는 죄다 당연한 말이잖소?“ 아들러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당연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말했다. ‘감정은 과거 사건 때문에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과거의 사건이나 환경의 희생자로 감정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알고 있지만 그만둘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평생 트라우마의 재배를 받는 것이라 정의했다. 하지만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들러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했다. 트라우마는 거짓말이고, 우리는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 뒤에 숨어, 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 했다.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을 적어보았다. 통제 불가능한 감정의 희생자에서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적 인간을 꺼내본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1. 행동의 원인이 아니라 목적을 분석한다.
2. 이성 vs 감성, 의식 vs 무의식의 대립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을 분리될 수 없는 전체로 인식한다.
3. 객관적 사실보다 객관적 사실에 대한 주관적인 의미 부여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4. 인간의 주체적 결단 능력을 중요시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유전이나 성장 배경, 나고 자란 지역이나 입사한 회사 등 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
그러나 그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인은 우리 자신이 내린 수백만, 수천만 번의 결단이다.
그것은 누군가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직접, 당신의 의지로 내린 것이다.

지금의 회사를 선택한 것도 당신이고,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니기로 결심한 것도 당신이다.
지금의 배우자를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다.
만약 당신이 부모님의 가치관을 따르며 살고 있다면, 그렇게 살기로 결정한 것은 당신이다.
우리에게는 싫을 때, 언제든 거부할 힘과 권리가 있다.
다니기 싫은 회사를 그만둘 권리, 부모의 가치관을 거부할 권리 말이다.
당신의 인생을 만들어 온 것은 당신이며, 앞으로의 인생을 만드는 것도 당신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을 무렵, 아들러가 내게 해준 조언이다. 내가 듣고 싶은 조언이었다. 다니기 싫은 회사를 그만둘 권리, 부모의 가치관을 거부할 권리, 나한테 이런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 내 눈치보다 다른 사람 눈치 보기 급급했다.

다니기 싫은 회사를 거부하니 반대로 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퇴근 후,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평일 저녁과 주말을 잃어, 나는 이제 무엇이든 해야 한다. 내 인생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니라, 그렇게 살기로 결정한 총합이다.


인간은 과거에 얽매어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가 우리를 규정한다.
과거의 원인이 사건을 설명해 줄 수는 있어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의식과 무의식, 이성과 감정이 갈등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아는데도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냥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것들. 쓰라린 결과보다 가능성으로 남겨두고 싶은 것들을 떠올려본다. 아들러의 조언에는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거부할 수 없는 당연함이 있다.


어두운 것이 아니라 얌전한 것이다. 느려터진 것이 아니라 꼼꼼한 것이다.
실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도전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과제라면 부모가 반대해도 부모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자신의 과제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게 해서는 안 된다.
자녀의 결혼 때문에 슬퍼하는 것은 부모의 과제이지 당신의 과제가 아니다.

뒤에서 욕을 하든 싫어하든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상대가 당신을 어떻게 느끼냐는 그 사람의 과제다.


부모의 지시나 간섭은 성인이 돼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외면하기 힘들다. 원치 않은 선택을 하고, 가족의 반대와 주위의 만류로 그랬다는 변명 뒤에 맘 편히 숨는다. 자유의지를 놓치고, 그 대가로 혼자만의 면죄부를 받는다.

선택도 내가 하고, 책임도 내가 지는 삶을 살고 싶다. 그들이 느끼는 그들의 과제에 나는 눈을 감고 싶다. 내 과제뿐만 아니라 타인의 과제까지 짊어져 내 마음이 그리 계속 무거웠나 보다.


우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용기, 아는 대로 행동할 용기. 가끔, 인생에서 지더라도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가 있다는 혼잣말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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