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일기예보처럼

나는 너라는 비를 피하지 못한다

by 보름달



‘이별은 일기예보처럼 해야 한다’

sns의 가벼운 글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마음에 들어와 여러 번 곱씹었다.


인연은 하루아침에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알 수 있을 만큼 천천히 귀띔해줘야 한다는 말인데

눈치 없던 과거의 나에게, 어쩌면 지금 내게도 필요한 조언이다.


너의 상냥한 예보에도 나는 여전히 명랑하고 순진했다


거리 두기는 다양한 예보로 송출됐다

처음은 바빴다는 뿌연 이유였고,

다음은 연락타이밍을 놓쳤다는 미안한 듯 흐릿한 얼굴이었다

다른 듯 닮아 있는 이별의 암시들


어느새 너의 변명은 우리 관계에 습기처럼 낮게 깔리기 시작했다

나를 주저앉히는 너의 노래가 흐르고,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이별의 예보가 귓가에 돌림노래처럼 울려 퍼진다


그래 이젠 안다.


멀어지고 나면 구차한 변명들이 왜 그때는 진짜 같았을까?

진심이 크면 맹맹한 핑계 앞에서도 마음은 한없이 축축해진다

너의 예보가 오보이기를

쏟아지는 이 비가 안개로 흩어져버리기를 바랐다


겨우 한 발자국 멀어진 너를 놓칠까 부리나케 뛰어가다 결국 비를 맞았다.


너에게는 쉬웠던 일이, 나에게는 끝내 어려웠다.

비가 내리기 전, 도망치는 일도

비를 피해 숨어 있는 일도


비가 내린다.

숨 쉴 틈 없이 파고들어 나를 적신다.


이 비를 다 맞고 나면,

우리 사이를 맴돌던 그 노래도 그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