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遺傳)

아들과 닮고 싶은 아빠의 마음

by 노완동

아기와 함께 있는 부모를 만났을 때

의례적으로 “많이 닮았네요”라는 말을 건네곤 했다.


입장이 바뀌어 아들과 닮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심 기분은 좋지만

도대체 어디를 닮았다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주변에 정말 판박이처럼 닮은 아기들이 많아서일까,

아님 아들에 대한 평가가 너무 높거나 자신을 비하하는 것을 수도 있겠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찍었던 나의 아기 시절 사진과는 확실히 닮았으니

세상의 때가 묻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대충 짐작이 된다.


각설하고,


아내와 함께 육아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아들이 내 쪽에 없을 때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확인을 하게 된다.

업무도 있지만 인터넷 기사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아들은 늘 휴대폰이 궁금하지만

아직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방침 아래 이리저리 빼돌리기 일쑤다.


가끔 빼앗기는 경우가 있지만 비밀 번호로 잠겨 있으니 그저 가지고 노는 것에 그친다.

물론 화면이 변하기 때문에 상당히 오랫동안 만지작거린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폰 메인 화면의 앱들이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비밀번호를 알아낸 거지?'

'6자리 조합 경우의 수는 얼마지?'

'우리 아들은 천재인가?'

'잠기지 않은 상태로 준 것인가?'


그러다가 혹 Face ID로 연 건 아닌가 싶어서

휴대폰을 다시 잠근 다음 아들에게 건넸다.


아~ 아이폰 잠금 화면이 귀신처럼 열린다.

정말 아들이 나를 닮은 모양이구나 싶어 급히 아내를 호출.


애플의 보안 기술도 별 거 아니라고 말하려는 순간,

애플 워치를 차고 있으면 열 수 있도록 설정해 둔 것이 생각났다.


아내였기 망정이지,

다른 사람들 앞이었다면 망신도 이런 망신은 없었겠지.


애플 워치를 벗은 상태에서 다시 시도해 보진 않았냐고?


아들과 닮았다는 것을 굳이 현대 기술로 확인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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